<나는 고양이로소이다> 3회차 후기 - 자각심과 개성에 대한 비판

인디언
2021-04-26 15:40
254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11장을 다시 읽어보았다.

거의 끝부분에 나오는 자각심, 개성에 대해 정리해보자.

소세키는 20세기 초 서양으로부터 들어온 개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여서 20세기 사람들이 탐정처럼 구는 경향이 있는 건 어째서인지 이야기를 나눈다.

물가가 비싼 탓이라는 둥, 예술적인 취향을 이해하지 못해서라는 둥, 인간에게 문명이란 뿔이 돋아서 별사탕처럼 삐죽빼죽해진 탓이라는 둥... 결론(?)은 개인의 자각심이 지나치게 강해서라는 것인데,

그 자각심이라는 것은 자기성찰과 그로 인한 깨우침과는 다른 것이다.

자기와 타인의 이해관계를 아주 잘 알고 있다는 것이고, 자기 자신에 집중한다는 것.

거울 앞을 지날 때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학인하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을 정도로 한시도 자신을 잊지 않는 것.

언제 어디서나 나만을 생각하는 것.

  탐정이란 직업은 남의 눈을 속이는 한이 있어도 자기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장사라, 자각심이 특히 강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고,

요즘 사람들은 자나 깨나 어떻게 하면 자기에게 이득이 되고 어떻게 하면 손해가 되는지를 생각하니까 탐정과 마찬가지로 자각심이 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20세기는 나라님이나 귀족이라도 개인의 인격을 일정부분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네가 인간이면 나도 인간이다. 인간은 개성의 동물이고, 개성을 몰살하면 인간을 몰살하는 것이나 같다.

개개인 모두가 다 중심이 되고 개성의 자유가 존중되면 인간관계가 온화해져야 할 것 같은데 언뜻 보기에는 그런 것 같지만 사실은 서로 힘겹고 팽팽한 긴장 속에 살게 된다. 자유를 원했고 자유를 얻었으나 자유를 얻고 보니 상대적으로 부자유를 의식하게 된 것이다. 자유로운 개성을 허용한 만큼 인간관계가 답답해진다.

  영국 사람들의 나이스한 행동도 알고 보면 비슷한 상황에서 나온 결과이고, 이렇게 개성이 발달한 결과 모두들 신경쇠약에 걸리게 될 것이다. 서양문명은 좋은 듯이 보여도 실은 다 헛것이다. 마음의 수양을 중요시한 동양의 방법이 옳은 것이다.

옛 사람들은 자신을 잊으라고 가르쳤는데 요즘 사람들은 자신을 잊지 말라고 가르치니, 하루 종일 자신을 의식하느라 정신이 없다.

예전에는 굳이 주장해야할 개성도 없고 있어도 주장하지 않으니까 별탈이 없었는데 문명의 세례를 받은 도시 사람들은 부모 자식 간에도 서로의 주장을 내세우지 않으면 손해니까......

 

  결국 자각심과 개성은 이기주의라는 것. 서양으로부터 유입된 개성을 강조한 자각심은 일본의 옛 가치관을 무너뜨리는 문명의 저주라는 것이다.

 

댓글 2
  • 2021-04-27 11:28

    자각심과 개성만있고 성찰은 빠진 시대가 근대라는 소세키의 이야기는 정확했습니다 

    자신을 잊는 기쁨(?)이 얼마나 멋진 일인데...ㅠ

    그 무아의 카타르시스....

    모여서 춤추고 액팅하고 그렇게도 놀고픈 요즘입니다 ㅠ

  • 2021-04-28 12:04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을 읽는 3주 동안 읽기의 즐거움을 만끽했어요.

    이야기가, 대화가, 모순적인 그들의 상황이, 책을 읽으며 혼자서 키득거리지 않을 수 없게 제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더라고요.

    그리고 웃음 뒤에 남는 짙은 페이소스...

    쿠샤미 선생의 서재를 자기집 안방처럼 차지하고 있는 친우들 모두 사랑스러웠어요.

    그 중에서도 맨 나중에 등장하여 소극주의를 설파하는 철학자 도쿠센의  귀여운 허세가 더욱 짠하네요.ㅎㅎㅎ

    쿠샤미와 메이테이와 간게쓰만으로는 2% 부족했는데 도쿠센이 그 빈틈을 메워주는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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