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가족⑤] 연애는 처음이라

새은
2020-09-21 23:27
457

[루쉰과 가족, 가족을 둘러싼 분투] 는 가족주의가 삐걱대고, 분가하는 부부, 비혼 주의가 늘어나는 시대를 루쉰의 가족관을 통해 봅니다. 루쉰의 가족은 가부장제와 여성전족 등 요즘은 최악이라 생각하는 가족이었습니다. 아마 그 시대의 대부분의 가정이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루쉰은 이런 가족을 거대한 족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 사랑을 하며 가족을 만들어가는 루쉰은 스스로 가족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연애도 처음이라 어려운데, 더 어려운 연애 후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루쉰시대도 그렇고 근 십년전만해도 연애 후 결혼은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연애조차 당연하지 않습니다. 저도 25살까지 모솔로 살다 마법사가 되는 것이 현실적인 꿈인 줄 알았는데, 문탁이라는 커뮤니티 덕에(?) 인생 첫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연애를 문탁에서 하는 일은 아무에게도 추천하고 싶진 않습니다. 에세이를 백장 쓰는 것보다 힘듭니다... 백장을 써본 적은 없지만 장담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많은데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주변의 말들입니다. 연애를 하는데 계속 혼납니다. 이유는 공동체에서 그러면 안 된다 라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계속 혼날수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연애는 단 둘만의 판타지라는 환상이 있었구나 라는 걸요.

 

그러면 연애는 둘만의 판타지가 아닌데 가족은? 이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중 가족이야기는 정말 남의 이야기처럼 듣게 되지 않나요?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혈연 이외에는 들어가기가 불가능한 공동체입니다. 그렇기에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하기도 하지만 너무 단단한 공동체다보니 깨진 후 파편도 크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가족이라는 존재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게 어떤 형태든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니깐요. 하지만 가족의 형태를 유지한다는 건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현시대를 보면 행복한 가정을 위해 개인의 인생을 바치는 일은 올드하다고 여깁니다. 그리고 예전과 달리 개인이 욕망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넘쳐나기 때문에, 굳이 가족을 만들지 않습니다. 어쩌면 요즘은 가정을 꾸리는 일도 개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함 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족의 문제는 개인의 품성으로 넘어가고, 개인들은 욕망을 채우기 위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아둔 돈으로 가족을 꾸릴 바엔 내 집을 사겠어와 같은 것 말입니다. 요즘은 돈이 있어야 결혼과 연애를 하는 시대니까요. 이런 시대에 가족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책을 읽을수록 저희 가족이 신기해집니다. 저에게 연애 후가 결혼일지도 궁금해지네요.

 

댓글 1
  • 2020-09-23 01:39

    새은~~ 문탁에서 연애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군!!!
    왠지 짜~~안하다. ㅋㅋㅋㅋ 이건 미안해서 그러는 건 아니구....
    이제부터라도 바퀴벌레라고 놀리지 않을께 ~~ ㅎㅎ
    다른 별명을 기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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