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논어 미리 읽기] 14장 헌문편 - 인간답게 사는 법

여울아
2021-02-0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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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문>편은 앞 장에 이어 제자 원헌의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안연問, 자로問, 헌問...

비록 원헌이 <논어> 전편에 걸쳐 그만한 유명세를 가졌는지는 의문이지만,

안연, 자로와 견줄만큼 공자에게 특별했던 제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6장 <옹야>편에서 공서화가 외교길에 오르자, 남은 식솔들에게 얼마의 식량을 보조해줄 것을 두고

염구와 공자가 엎치락뒷치락... 공자는 부유한 공서화에게 더 보태줄 것 없다고 하지요. 

반면 제자 중 가장 가난한 제자 원사(원헌, 같은 인물)에게는  그가 사양하는데도 "너의 이웃과 나누어 가지라"며 

그의 가족뿐 아니라 사회생활까지 신경을 써줍니다.  

 

<헌문>편 1장에서는 공자가 왜 원헌을 특별하게 생각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우선 그의 질문입니다. 앞서 안연은 "인이 뭐냐?" 자로는 "정치가 뭐냐?" 고 묻습니다. 

그런데 원헌은 '부끄러움"에 대해 묻습니다. 

 

憲問恥. 子曰 : “邦有道, 穀 ; 邦無道, 穀, 恥也.”

 

공자는 "나라에 도가 있을 때는 녹봉을 받고, 도가 없을 때는 녹봉을 받는 것이 부끄러움이다"라고 말합니다. 

 

얼마전 당근마켓에 "먹고 살기 힘들어 저를 내놓습니다"라는 게시글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신생아를 20만원에 팔겠다는 게시글도 올라왔다고 합니다.

먹고 살기 막막해지면 우린 가장 먼저 인간다움 혹은 존엄성을 내려놓게 됩니다.  

그런데 과연 道의 유무에 따라 자신의 돈벌이(직장)를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가장 가난한 제자 원헌의 질문이기 때문에 더 극적인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렇다고 부끄러움이라는 덕목이 재산의 많고 적음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낯을 많이 가려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과는 다른 "부끄러움!"

저는 이러한 부끄러움을 인간다움이나 존엄과 품위라고 해석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다시 원헌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그가 공자에게 부끄러움에 대해 물은 이유는 

적어도 나라의 녹봉을 먹는 정치인에게는 부끄러움이라는 덕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헌문>편에서는 공자가 제자들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에 대해 어떤 평가의 잣대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곱씹게 하는 일화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공자가 남을 함부로 평가하는 일에 대해 관대했던 것도 아닙니다.

자공이 이 사람 저 사람 평가질을 하자, 잘난 척 한다고 공자에게 한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공자는 자산, 관중 등에서부터 자신의 어릴적 친구 원양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하다 못해 궐당의 동자까지

평가질을 멈추지 않습니다. 

 

왜요? 왜 그랬을까요? 

왜냐하면 대단한 정치인이든 심부름꾼 아이든 인간은 모두 존엄하니까요. 

공자는 대단한 정치인도 삐끗하면 인간 이하가 될 수 있고

심부름꾼 아이에게조차도 인간다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헌문>편은 <논어>에서 가장 깁니다. 무려 47장.

공자가 가장 많이 한 말? 아니 혹은 제자들이 공자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 

인간답게 살아라~ 차원의 잔소리가 아니었을까요? ㅎㅎ

 

 

 

 

 

댓글 3
  • 2021-02-02 19:38

    저는 헌문할 때 헌이 사람이름인 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부끄러움에 대해 묻다니, 우리의 스승들께서는 늘 질문을 하라고 하시지만 이런 질문....까막눈 이문서당 반장인 것이 부끄럽습니다.
    헌의 질문에 대한 공자님의 답 또한 일품입니다.
    사실 논어를 시작하면서 저는 그냥 맹자로 시작한 저의 고전공부에서
    논어가 빠진 것을 보충하는 의미였고,
    오리가 처음 본 대상을 엄마로 각인하는 것처럼
    저에게는 맹자가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데요(이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건데...).
    하지만 논어를 공부하면서 공자님의 사유의 폭이
    헤아릴 수 없이 넓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중국 곡부여행 때 공자묘와 맹자묘가 그 규모나 인지도 면에서 극적인 차이가 나는 것을
    이제는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안내글들을 써주시는 선배님들의 글, 감사합니다.

    • 2021-02-03 09:19

      😆😁
      봄날님 첫문장에서 빵!!
      이모티콘을 쓸 수 있다기에 써봤어요. ㅋㅋ

      • 2021-02-03 11:46

        우쒸...그렇게 놀리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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