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세미나, 사진의 작은 역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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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16:42
249

이번 미학세미나에서는 벤야민의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 사진의 작은 역사 외의 두 번째 시간이자 1시즌의 마지막 텍스트 시간이었습니다. 사진의 작은 역사와 이 책에 실려 있는 벤야민의 몇 가지 메모들을 중심으로 세미나를 했습니다.

 

이번 시간에 읽은 벤야민의 이 논문은 전 시간에 읽었던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을 집필한 1935년보다 조금 이른 1931년에 발표되었습니다. 때문에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의 주요 내용을 이루는 복제기술로서의 사진, 주요 개념인 아우라 등을 이곳에서 먼저 펼치고 있습니다. 동일한 내용이 많아 지난 시간 텍스트와의 연관성 속에서 살필 수 있었습니다.

 

벤야민은 이 논문에서 사진의 역사를 돌아보며, 사진 기술의 탄생이 그 가속화된 발전으로 인해 적절한 연구와 논의를 이루어내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발전한 기술에 비해 그 논의가 초창기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사진기술, 혹은 카메라가 우리에게 열어주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줍니다. “카메라에 비치는 자연은 눈에 비치는 자연과 다른 법이다.”, “사진은 우리에게 시각적 무의식의 세계를 열어준다.”

 

그러나 벤야민은 그것의 청사진만을 보여주기보다 사진의 작은역사 속에 어떤 굴곡이 있어왔는가 또한 놓치지 않습니다. 그 뛰어난 복제성에도 불구하고 사진이 여전히 가지고 있는 재현적 측면. “초기의 사진들에서는 모든 것이 지속성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이 지속성은 한편으로 노출 시간이 길어야 한다는 기술적 한계에서 오는 것이었지만, 사람들이 아직 버리지 못한 아우라의 추구가 그것을 붙잡아두기도 했습니다. 광학이 발달하여 거울처럼 기록할 수 있는 도구들이 생겨난 이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것을 고수했습니다. 그러나 끝내 기술에 의해, 사람과 기술의 관계에 의해 필연적으로 이것이 극복됩니다.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서도 극찬한 작가 아제(E. Atget)가 등장하며, 사진의 역사에서 거창한 광경들이나 이른바 상징적 기념물들이 사라지고 일상적 풍경이 새로운 방식으로 포착되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적합한 시도들을 통해 사진은 미적 영역에서 사회적 영역으로, 권위적 영역에서 수평의 영역으로, 투명함으로, 정치적인 영역으로 변화합니다. “결과적으로 기계적인 복제방식들은 일종의 축소기술인 셈이고 또 그것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작품들을 지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그러지 않고서는 그 작품들은 전혀 이용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세미나에서도 이야기가 많았던 사진의 창조성과 표제달기. 사진은 시각이며, 그 복제 기술적 특성으로 인해 정치화 되었지만, 동시에 그만큼 위험해졌습니다. 위험한 것은 사진의 창조성입니다. “창조성의 진짜 얼굴이 광고나 연상효과라는 것. 벤야민은 이 복제 기술이 해방이 아닌 상품사회를, 유행을 재생산할 양가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반대편엔 폭로, 구성이 있습니다. 폭로와 구성의 방법론으로 그는 표제달기를 요구합니다. 그것이 사진을 정치화할 것이며, “그 표제 없이는 모든 사진적 구성은 불확실한 것 속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세미나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축소기술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축소는 사진 기술이, 혹은 현대예술이 집단적 구성물이 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권위적 해석에서 적극적 해석으로의 변화, 독점적 사용에서 민주적 사용으로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2) 벤야민은 프로파간다적인 사진을 긍정하는 것인가?

 

오늘날 정치적 사진이라는 말은 적잖이 불편함을 주기도 합니다. 꼭 정치적이어야 하는가? ‘정치아니면 광고-연상효과라는 단순한 이분법에 동의할 수 있는가?와 관련해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그러나 꼭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발딛은 현실이 부유하는 이미지들의 세계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고 이중 대다수가 광고-연상효과에 포획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질문은 꼭 정치적이어야 하는가?’가 아니고, ‘정치란 무엇인가?’가 더 적합해보입니다. 정치란 대의제 정치로 축소되지 않으며 공동체적 행동, 개인적 실천, 언행과 습관에 까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표제달기란 무엇인가?

 

그러한 논의의 연장에서 표제달기란 무엇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표제를 달지 않음으로써 표제 달기, 표제를 닮으로써 표제 달지 않기 등, 수많은 가능성들을 제시해 보았으며, 얼마전 함께 관람했던 뒤샹의 <>, 규혜가 소개한 비비안 마이어, 상익이 소개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 “문명-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의 카테고라이징 등

현실 속에서 표제달기가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 외에도 계속해서 우리의 주제가 되고 있는 표제달기가 힙함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도록 표제를 다는 문화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어요.

 

(4) 현장성-아우라?

 

끝으로 규혜가 실제로 전 세계로 전송되는 한 극장의 연극을 예로 들며 연극의 현장성을 영상이 담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제기했고, 재미있는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현장성이란 아우라가 아니냐, 아우라가 나쁜 것이냐,대체로 현장성에 특별한 권위를 부여하는 것에는 반대했지만, 이미지가 무차별적으로 편재하고 현실적 관계를 재고해야할 필요성을 느끼는 지금, 여기의 시점에 다시 질문하기에 적합한 주제라는 데에는 동의한 듯합니다. 현장성 보다는 관계성에 집중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합니다.

 

이 외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으나 이쯤에서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에세이 초안을 작성하시느라 바쁘겠죠? 이번 주 일요일엔 서로의 보다 직접적인 느낌을 가지고 생각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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