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의 <이군산방기(李君山房記)>

요요
2022-11-07 14:58
211

<고문진보> 후집의 편집자가 특별히 사랑하는 작가들이 있다.

첫번째 손에 꼽히는 자가 한유이다. <고문진보>라는 제목에 들어간 고문이라는 말이 바로 한유, 유종원 등의 고문운동에서 비롯된 것이니 말할 나위가 없다. 당대를 지나 송대로 오면 다시 고문의 스타일을 부흥시킨 구양수를 들 수 있고, 그 다음에는 소순, 소식이다. 아버지 소순의 글도 꽤 되지만, 아무래도 <고문진보>가 픽한 송대의 작가는 소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소식의 글로 가장 유명한 것이 아마도 <적벽부> 아닐까 하지만, <적벽부> 말고도 상당히 많은 작품이 <고문진보>에 실려 있다.

 

이번에 소식의 <이군산방기>를 읽었다. 문장도 어렵지 않은 소박한 소품이다.

소식의 친구 중에 이공택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그는 젊은 시절 여산 아래의 절에서 공부를 했다. 그가 그곳에서 읽은 책이 9,000여권. 요즘 기준으로 따져 보아도 이공택은 가히 장서애호가라 할 만하다. 그런데 이공택은 그 책을 다 읽은 뒤, 그 책을 자신의 집으로 가져가지 않고, 절에 그대로 두어 누구나 원하면 와서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말하자면 도서관을 만든 셈이다. 사람들은 그의 뜻을 사모하여 그곳을 '이씨산방'이라 불렀고, 이공택은 문장가인 소식에게 이 사실을 기록해 줄 것을 부탁하여 이 글이 나왔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한겨레 신문 구독자인데, 사실 거의 신문을 보지 않고, 구독료를 내는 독자이다. 한달에 만팔천원이 나가는데, 때로 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전화한통이면 신문을 끊겠다고 말할 수 있는데, 수시로 전화를 하리라 마음 먹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못한 채 몇년이 지났는지 헤아리기 조차 어렵다.

그런 내가 일주일에 하루는 신문을 펴보는데, 그게 신간소식이 실리는 토요판이다. 토요판을 꼼꼼히 읽는 날에는 어김없이 책을 한 두 권 이상 주문하곤 한다. 한달에 만 팔천원이라는 신문 구독료는 신간을 구입하게 만드는 마중물이나 다름없다. 아무튼 그렇게 하여 내 서가에는 읽지도 않는 책이 한 권 두 권 늘어나, 이제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이 마구 뒤섞여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이다. 이 책들을 어이할 것인가? 

 

소식의 <이군산방기>를 읽고 진정관은 '책에 대해 인색하여 남이 볼까 두려워하는 사람도, 소유만 하고 자기 집의 서가에 책을 꽁꽁 묶어두고 있는 사람도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한 줄 평을 달았다.  지식과 정보를 나 혼자만 알려고 하는 것도 문제요, 책을 소유물로 쌓아 두는 것도 문제라는 말이다. 1,000년전 사람의 이야기로만 읽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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