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로 가는 길 1 후기

김유리
2022-02-09 22:07
311

노자 입문

 

노자에 입문하는 데 성공했다.

이 세상에 "친구와 함께 삶의 비전을 찾아가는 작고 단단한 네트워크" 문탁이 있어주어서

"노자에 이르는 길"을 알려주시는 스승님을 만나게 되었다.

더구나 내가 사는 이 지역, 내 집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하다.

모르는 것 투성이로 처음 시작하는 이 순간이 즐겁기만 하다.

 

사실 지난 달부터 중용 낭독과 필사를 하고 있다.

한문으로 된 책은 생전 처음 읽는다.

한문 고전을 접하는 데 왜 이렇게 긴 시간이 걸렸을까?

왜 지금까지 닿지 않았을까 궁금해하고 있다.

 

글자도 모르고 뜻도 모르는 문자들이 적인 책을 한 장 한 장 더듬어 읽어가는 게

왜 좋은지 그것도 이상하다.

이 속도가 나는 좋은 것 같다.

휘리릭 페이지를 넘겨가는 읽기 말고

한 글자 한 글자의 뜻을 음미하는 읽기의 세계다.

 

우응순 선생님께서 유가의 고전을 읽다가 노자를 읽으려면 모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논어 읽기는 소소한 즐거움과 일상의 즐거움이 있고

노자 읽기는 엄청난 스케일의 즐거움(홀, 황)이 있다고 하셨다.

앗, 잔잔한 기쁨만으로도 서서히 물에 적셔지는 충만감을 감지하기 시작했는데

엄청난 스케일 괜찮을까?

 

사실 지난 몇년간 텅 비고 고갈되고 말라가는 것 같은 감정이 있었다.

오늘, 도는 비어 있으나 써도써도 고갈되지 않는다고 하는 말을 듣다가 감동이 일었다. (4장)

이 흐름에 이어져도 괜찮겠습니까?

 

도의 작동 방식은 약함이라고 했다. (40장)

강렬한 빛을 부드럽게 조도를 낮추고 먼지처럼(화광동진) 작게, 부드럽게,  약하게 움직이며

그렇게 조금씩 오는 것, 작은 것, 그런 방식으로만 면면히 이어지는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내 수준에서 처음 만나는 놀라운 사유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뭐라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런 것이 있을 줄 알았던 것 같기도 하다.

참고로, 직관적으로 뭐가 있는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을 때 코끼리 상(象)이라는 글자를 쓴다고 한다.

 

노자로 가는 길에서 첫날 후기 남깁니다.

 

댓글 3
  • 2022-02-10 18:56

    노자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우샘은 노자 독법에 대한 화두로 강의를 시작하셨습니다.

    자신만의 독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와 그럼에도 통용본인 왕필주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은 일견 상충하는 것 같지만,

    나만의 노자읽기를 하려면 우선 기본기를 다져라, 그런 의미로 이해하고 싶네요.^^

    노자의 각장은 독립적이지만 전체를 품고 있고, 서로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할 것 같고요.

    각각의 장을 섬세하게 읽어가되, 전체 81장의 관계성을 파악하기 위해 독수리처럼 높이 나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은 강의 내내 강조되었습니다.

    사실 노자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노자가 황하고 홀하며, 현하고 현한 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텍스트이다보니

    대충 읽다가는 마치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이, 그물의 눈이 크면 아무것도 잡을 수 없듯이, 남는게 없을 수 있다는 말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작년에 영성세미나에서 선불교를 공부하면서 선을 이해하려면 노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첫날 노자강의를 들으니 선불교니 격의불교니 잠시 덮어두고, 그렇게 이것저것 아는 것을 뒤섞으며 멀리까지 가기 전에

    우선 <노자> 본문에서 노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더 귀기울여 듣고 노자와 친해지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멀리 장흥에서 접속한 유리샘의 후기를 읽으니, 노자를 만난 감흥이 저에게도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저도 제게 익숙한 어떤 격자로 노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마음을 활짝 열고 노자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우샘이 말한 '빨간약'도 그렇게 열린 마음을 이야기하신 것이겠지요?

     

  • 2022-02-15 08:11

    두 분의 후기가 결이 다른듯하나 노자로 가는 길, 마음을 열고 노자를 만나자는 말씀이네요^^

    멀리서 접속하신 김유리님의 후기가 정말 이번 노자로 가는 길의 그 자세를 너무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 4강 동안 각자의 길을 발견하든, 하나의 길을 찾아가든 노자로 가는 깅의 입구를 잘 찾아가보아요~~

     

  • 2022-02-17 10:49

    저도 화광동진, 약자도지용弱者道之用 이란 말을 얻었습니다~

    당장 적어 다이어리 맨 앞에 붙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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