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차 후기

오영
2023-09-07 12:02
232

3회에 걸쳐 <마인드풀니스>를 다 읽었습니다. <염처경>에 대한 분석에 더해진 저자의 오랜 명상수행 경험이 우리 모두에게 좋은 영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습니다. 덕분에 600 페이지에 이르는 두툼한 책이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고 조금씩 각자의 리듬에 맞춰 경행과 좌선을 실천해나갈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앞의 두 시즌 동안 공부해왔던 내용들이었지만 명상을 통해 각자 불교 공부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사념처 수행 중 법념처에 대한 마음챙김을 복습해봤습니다. 저는 이 한권의 책을 다 읽도록 마음챙김과 사념처 수행의 마음챙김이 같은가, 다른가, 어떻게 다른가...? 하며 혼란스러웠는데 이번 시간에 좀 정리가 되었습니다.

제가 이해한 바에 의하면, 마음챙김의 확립이라고 할 때 마음챙김은 마음이 지닌 알아차리는 성질을 의미합니다. 마음은 하나의 대상에 매인 것이 아니라 알아차린다는 그 성질대로 일정한 조건에 따라 일어났다 사라지는 수많은 마음작용들을 포함합니다. 마음챙김의 확립은 무엇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 채 과거나 미래로 내달리는 마음을 그 알아차리는 성질에 집중함으로써 지금 여기에서의 현존, 현상을 알아차리는 훈련을 하는, 이를테면 마음의 기초 근력 훈련인 셈입니다.

 

사념처에 대한 마음챙김은 기초 근력 훈련으로 알아차림이 어느 정도 확립되었을 때(또는 확립하는 훈련과정으로서) 네 가지 대상을 알아차리는데 좀 더 집중하는 수행법입니다. 예를 들어, 마음을 그 대상으로 하는 마음챙김을 할 때는 지금 마음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림으로써 무상하고 무아이고 고인 마음을 알아차리는 데 집중하는 것이죠. 지금 불안하거나 산만한 마음이 있다면, 그런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관찰하고 그것이 사라지면 사라지는 것을 알아차림으로써 마음 역시 조건에 따라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무상한 것임을 새기는 것이죠.

다시 말해, 알아차리는 마음의 성질을 이용해서 내버려두면 아무 곳이나 떠돌아다니는 마음을 붙잡아 여기 이곳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을, 그 대상인 몸, 마음, 느낌, 법을 토대로 관찰하는 것입니다.

 

법념처의 대상들은 오장애-오취온-육처-칠각지-사성제인데 이러한 구성요소들을 명상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사성제입니다. 사념처 중 다른 대상들(신수심)의 경우 현상의 일어남과 사라짐의 관찰은 정형구에서만 등장하지만 법념처에서는 각각의 대상들마다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는 법념처의 관찰이 법에 대한 연기적인 생성과 소멸의 관찰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런 가르침이 빠진 마음챙김은, '세상의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의존하는 바 없이 머무른다'는 붓다의 가르침과 거리가 먼 것일 뿐 아니라 또 하나의 값비싼 명품 상품과 라이프 스타일이 되기 쉽습니다. 

요요샘이 소개하신 <마음챙김의 배신>은 간과하기 쉬운 이런 문제점과 우리 각자의 명상 수행의 지향점에 대해 깊이 숙고해보게 합니다. 이는 또한 도라지님이 1234 에세이 ‘수행을 실천하는 21세기형 생태보살’에서 제기한 문제의식과도 맞닿아있습니다. 자칫 명상이 각자 자신의 안전한 벙커 안에 숨어 들어가 모니터 밖의 세상을 무심히 바라보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쫓아가고 움켜잡으려 하는 것이나 무엇으로부터 도망가려는 것, 혹은 그 무엇에도 무관심한 것은 붓다의 가르침인 사성제와는 거리가 멉니다. 각자 어디에 서 있든 지향점을 가지고 그리로 향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의 차이는 무척 큽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탐구하고 숙고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마인드풀니스>의 저자가 영감을 많이 받았다는 아날라요스님의 책, <호흡 마음챙김 명상>의 3장까지 읽습니다.

댓글 1
  • 2023-09-08 11:30

    마인드풀니스를 읽으면서 명상을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늘 궁금했던 것들이 많이 해결됐던 것 같아요.
    그것이 딱히 '이거다!'라는 정답은 아니었고요.
    싱거운 결론일지 모르겠지만. 그냥 꾸준히 한다!라는 새삼스럽지도 않은 결심을 다시 했네요. ^^
    공부를 하면서 성실하게 명상을 하다보면, 그 안에서 명상의 방향과 방법이 알아차려질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방석을 찾아 앉는 수밖에요~

    지난 시간 빠져서 세미나 궁금했는데. 오영쌤 후기 감사해요~
    제가 지난 시간 후기를 오영쌤께 부탁한 데는 나름 다 꿍꿍이가 있었는지도 몰라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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