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첫 시간 후기

광합성
2014-03-14 12:25
871

 

문탁네트워크가 좋아하는 일리히를 드디어 만나게 되었습니다.

 

몇 주 전, 도시부족 세미나에서 앙드레고르의 '에콜로지카'와 더글라스 더글라스러미스의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를 읽었었는데(이들 모두 친구인거 맞죠?)

비슷한 것 같은데, 한편으로 일리히는 정치생태학도 비판하고 있어서(고르는 정치생태학 쪽인 것 같은데..)

또 어떤 지점에서는 다른가 보네요. 이 부분은 더 공부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예전에 남산강학원에서 맹자를 읽을 때, 첫 강에서 맹자가 양해왕에게 '왜 利에 대해서 이야기하느냐' 라고 묻는 부분에서,

저는 '당연히 이로운 게 좋지 않나' '왕이 이로운 것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것인데!' 하고 한 동안 의아스러워 했던 생각이 나네요.

 

일리히는 과거에 비추어 보았을 때, 현재의 정신공간을 생성하는 논리적 공리의 대부분이 경제학에 물들었음을 개탄(?) 하며,

환경을 공용이 아니라 자원으로 바라보는 개념, 인간을 결핍의 존재로 계속적인 필요를 충족시켜야 하는 존재로 보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일리히도 맹자를 읽었을까요?^^

 

공용이라는 개념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길거리라는 공용, 참나무라는 공용, 공기라는 공용, 특히 정적이라는 공용.

생수도 사서먹는 이 시대, 이제 공용이라는 개념 자체가 우리에게 참 낯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파지사유라는 마을공유지가 있지요^^

 

 

토론시간에 좋았던 부분을 함께 이야기했었고, 각자의 삶의 고민들도 같이 나누었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고단하게 일하는 임금노동의 굴레에서 언제 탈출 할지, 그리고 이후에 어떻게 삶을 꾸려갈지 고민한다는 분도 계셨고,

광주 퇴촌에서 농사짓는 농부도 오셨고요.

 

'경제학에 가려진 삶의 축복' 에서 일리히가 일본의 대가족과 미국의 가족 형태를 비교하며

그리고 1980년대 이후 바뀐 일본의 노인에 대한 인식(노인이 필요라는 담론 속에서 하나의 대상자로 변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 부분은 쟁점이 되었습니다.

 

일리히가 하는 말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가부장제 사회에서 대가족 제도가 여성에게는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것이니까.

좋은 가치만(가치라는 말 대신 '선'을 써야할 것 같지만) 보는 것 아닌가 하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지 않던 여성 노동의 영역을 가치화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일리히에게

페미니스트들이 격분했던 지점과도 비슷한 것 같고요.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 혹은 기본적인 주거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저는  '공동주택' 정책을 지지하는데,  

좋은 자리에 좋은 설비를 갖춘 칸을 차지할 권리를 모든 사람에게주는 것을 반대하며

공동체가 능력과 기술에 따라 스스로를 형성하고 거주할 권리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제안합니다.

 

근본적으로는 맞지만, 지금 그게 가능해? 혹은 지금 할 수 있는 것인 아니잖아? 이런 얘기를 많이 듣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더 강좌를 들으며 토착이라는 개념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다음 강좌를 기대하며!!

 

댓글 1
  • 2014-03-14 16:45

    와우... 강좌만 듣고 마는게 아니라 강좌와 연결하여 세미나를 하니까...참 좋은 듯 하군요^^

    질문이 더 많이 생기고, 쟁점도 더 많이 생기면... 그건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듯 해요.

    낼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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