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3일 후기

우연
2013-08-28 15:01
1285

자기를 죽이려 했던 아비와 동생조차도 親愛라는  도리로  감싸안은 순에 대한 이야기는 

孝라는 윤리를 지상제일의 덕목으로  삼고자 했던 맹자의 강한 고집(?)이  다시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그동안 맹자를 공부하면서 何必曰利 장에서 느꼈던` 너 이래도 내 말 안 들을래?` 하는  우격다짐식의  분위기에 많이 익숙해졌는지

자기를 죽이려고 하는 象이 찾아온 것도  자기를 걱정해서이고 그가 근심하면 또한 근심하고 그가 기뻐하면 또한 기뻐하는(象憂亦憂 象喜亦嬉)

순을 통해 나타내려는  맹자의 親愛사상에

반감보다는  서글픔(?)이  앞섰다. 

저렇게까지 해서라도  자기 사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구나 하는 것에 대한 연민....

 

인간 관계에서 나를 죽이고자 하는 사람을 사랑 할 수 있을까?  본성과 너무 동떨어진 도덕는 부작용이 심하다.

여기서 우리는 이야기 액면 그대로가 아니라 맹자가 과연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바로 봐야 할 것이다.

시를 해설하는 자는 글자로서 말을 해치지 말며 말로써 본래의 뜻을 해치지 말고 (設詩者 不以文害辭 不以辭害志)

보는 자의  뜻으로써 작자의 뜻에 맞추어야 시의 뜻을 알 수 있다 (以意逆志 是爲得之 如以辭而已矣)는 문구를

여기에도 적용해 본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 자식의 부모에 대한 애정을 기초로 하여

이런 마음을 다른 이에게까지 확충하는 유교의 修身, 仁의 확장을 생각해 볼 일이다.

 

禪讓과 血緣承繼  요, 순, 우는 그 옛날 어느 수 많은 씨족부락, 혹은  부족국가의 우두머리였을 것이다.

끝없는 힘의 다툼 속에서 세력을 잡기도 하고 잃기도 하면서 나름 중원의 역사가 형성되어간다.

요의 부락 다음에 순의 부락이 패권을 잡고 그 다음 우의 시대가 도래한다.

우의 집권 후 시대는 어느정도 안정되어 가며 주변 국가들은 정리되고 혈연에게 왕위를 물려 줄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어

우의 사망 후 왕위는 우의 아들인 啓가 물려받게 되면서 혈연승계의 하나라가 시작 된 것이다. (문탁샘, 내가 제대로 이해 한 것 맞지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聖人과 天,命,德의 개념으로 새롭게 해석해 낸 것이 맹자이며 (물론 그 전에 공자도 있었지만)

우리는 이 text에서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맹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바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천하를 소유하게 되는 것은 하늘이 점지하는 것이며 하늘은 말이 없고 행동과 일로써 보여 줄 뿐이다. (天不言 以行與事 示之而已矣)

행실과 일로써 보여준다는 것은 무엇인가 ( 以行與事 示之者 如之何 ) 여기서 몇 줄 더 읽다보면 우리는 이런 구절을 만나게 된다.

하늘의 봄은 우리 백성이의 봄으로부터하며 하늘의 들음은 우리 백성의 들음으로부터 한다. ( 天視 自我民視 天聽 自我民聽)

즉 하늘의 뜻은 곧 백성의 뜻을 자세히 살핌으로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이 난무하고 사람들이 죽어가고 농토가 황폐해지는 시대에

이리저리 자유롭게 이동하여 살 수 있는 民을 제대로 정착시키는 것이 나라의 존망에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었을 시대상황을 생각한다면

맹자에서 민본주의의 근간을 본다는 도올의 주장이 조금 과장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대목을 만나면 도올 주장의 많은 부분에 공감이 된다.

 그간 통치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던 백성이 맹자에 와서 조금 다른 위상을 지니게 된다는 것을 나는 여러 번  느낀다.

민본주의 사상이 반드시 어떤 나라가 살아남기 위한 시대적 요구였음 뿐만은 아니라

 맹자가 인간을 바라본 근원적 따듯함이라고 여기고 싶은 것은 나의 무지일까?

 

그렇게 함이 없는데도 그렇게 되는 것이 天이요 이르게 함이 없는데도 이르는 것은 命이라 한다.

(莫之爲而爲者 天也 莫之致而之者 命也)

이 말은 어찌보면 강한 운명론이나  결정론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모든 것은 이미 하늘이 결정해 놓은 것이니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선 순종하고 살아야 한다는 체념론,

인력으로 한 바가 아니요 저절로 된 것이며, 인력으로 이르게 한 바가 아니요 저절로 이른 것이다. 

(非人力所爲而自爲 非人力所致而自至者)

理로써 말하면 天이라 이르고 사람으로 말하면 命이라 이르니, 그 실체는 하나일 뿐이다.

(蓋以理言之 謂之天 自人言之 謂之命 基實則一而已)

허나 무엇이 하늘의 뜻이란 말인가?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의 일은 알 수가 없다.

앞 날을 알 수가 없다는 것은  하늘이 내려준 축북이다.

난 여기서 숙명적 체념과는 좀 다른, 또한 인간의 의지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오만과 자만과도 거리가 있는

또하나의 문구를 떠 올렸다.

盡人事 待天命,

 

맹자에서 새롭게 나타난 天, 命의 개념에 대해서는

두리뭉실 떠오르는 생각이 많으나 잘 정리가 되지 않아 글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학이당 할 걸 그랬나? ^^)

맹자가 끝나는 그 날까지 계속 가져가야 하는 화두가 아닐까 한다.

 

댓글 7
  • 2013-08-29 14:00

    개인적으로 우연님의 '순-불효자론'이 참 재밌었어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전체내용이 이렇게 엮어지는군요.

    숙제: 5장의 뒷부분_만장이 맹자에게 더 자세히 묻는부분! 맹자의 앞말을 읽으며 제가 딱 궁금했던 부분입니다~

    '왈 감문~태서왈~차지위야'

    좀 기네요...일단 암기도전!

  • 2013-08-29 20:30

    문장이 길고 내용이해를 위해서

    저번 시간에 배운 부분 읽으며 써보았습니다.

     

  • 2013-08-29 20:55

    5장 천,명 부분 암송하겠습니다

  • 2013-08-29 23:21

    2, 순과 상의 구덩이 전설과 자산의 물고기 이야기는 재밌으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딸에게 읽어 주니, 성경의 요셉 이야기가 생각난다고 하더군요.

     

    형제애를 확인하려면 구덩이를 파봐야 한다며 웃었지요.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요, 인륜과 천리의 군자의 도를요.

     

    得其所哉 得其所哉, 故君子可欺以其方 難罔以非其道 부분 암송하겠습니다.

     

  • 2013-08-30 02:31

    5장 앞부분 ~故 曰天不言  以行與事 示之而已矣 까지 외우겠습니다.

  • 2013-08-30 08:56

    저는 이번에 읽는 것으로 합니다. ㅜㅜ

  • 2013-09-05 16:34

    깨알님, 삶속에서 맹자를 읽으시는 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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