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 1강> 늦은 후기 올립니다....

벤호건
2014-05-23 14:07
794

간간이 문탁에서 강좌만(?)
듣고 있는 벤호건입니다. <도덕경>
노자와 이름이 같아서 왠지 끌리는 서양의 스피노자를 만나는
설렘으로 수강하게 되었는데, 역시 만만치가 않네요. 집중해서
들어도 알 듯 말듯하니 말이죠. 아무도 후기를 올리지 않아서 일단 제가 총대를 매보죠.

1강의 주제는 초월성의 신에서 내재성의 신으로입니다. 기존
종교에서 주장하는 신의 개념이 초월적이라면 스피노자의
신은 내재적이라는 의미죠. ‘초월적이란 말 그대로 신이
인간을 넘어섰다는 뜻으로 신은 인간과 다르다내지는 인간 위에 신이 있다
이원론적 주장입니다. 한마디로 신이 두목이고 인간은 꼬붕이라는
의미죠. 두목을 모시는 꼬붕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겠죠. 꼬붕의 행복과 불행은 전적으로 두목의 마음에 달려있기 때문이죠. 스피노자는 이러한 관계를 부정해 버립니다. 신은 인간을 초월해 있는게
아니라 인간 안에 있다, 내재성의 신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죠.


스피노자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다시 말해 무대뽀로 그런 주장을 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성서에 기록된 내용을 근거로 하나하나 따지면서 논리적이고 수학적으로 증명해 나갑니다. 그래서 <에티카>에는
정의, 공리, 정리, 증명
등의 딱딱한 표현으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철학책을 가장한 수학책이 되어버렸죠. 따라서 책의 내용이 드럽게(?) 재미가 없고, 대부분의 독자들은 거들떠 보기조차 어려운 책이 되어버린 것이죠. 바로
이점 때문에 우리가 이수영 샘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기도 하구요~~~


그렇다면, 스피노자가
내재적이라고 주장하는 신은 어떻게 증명하는 것일까요? (일단 시작은 했습니다만, 제가 정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네요. 암튼 계속 진행해 보죠…) 수학에서 특정한 방정식을 증명하려면 기본적인
공식 몇 개는 외워야 하듯이 여기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피노자의 신의 증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몇 가지 기본 개념을 익혀야 합니다. 실체(substance), 양태(mode), 속성(attribute)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각각의 정의에 대해서
살펴보죠.

실체자체적으로 존재하고 자체적으로 파악되는 것’(정의 3) 입니다.


양태실체의 변용 혹은 다른 것 안에
있으면서 다른 것을 통해 파악되는 것’(정의 5)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미리 말씀 드리자면, 신이 실체고 인간은 양태입니다. 따라서 신은 자체적으로 파악되죠. 이를 자기 원인이라고
부릅니다. 반면 인간은 다른 것 안에 있으면서 다른 것을 통해 파악되죠. 이를 외부 원인이라고
부릅니다. 가령, 벤호건이라는 양태는 스스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외부원인, 즉 부모님의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생겨난 것이죠. 흔히 이를 두고 사람들은 실수로 태어났다고 말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왜냐하면 양태가 외부원인으로
생겨나긴 했지만 이는 실체와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실체의 변용이기
때문입니다. 기억나시죠. 양태가 실체의 변용이라고 했던 부분. 따라서 벤호건은 부모님이라는 외부 원인에 의해서 태어났지만, 이는 실수가 아니라 신이 창조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신의 아들'인 셈이지요. 하하하~~~. 사실 이
대목이 중요한데, 양태가 실체의 변용이기 때문에 앞에서 말한 초월적 신이 아니라 내재적 신으로의 규정이
가능해집니다. 좀더 나가보죠.


그럼, 속성은 무엇일까요? 속성은 지성이 실체의 본질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지각하는 것입니다. 줄여서 단순히 말해보면 속성은 실체의 본질을 구성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실체인
신은 어떻게 양태인 인간에게 내재할 수 있는 것일까요? 바로 속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죠. 실체인 신과 양태인 인간은 분명 다른 존재이지만, 실체의 본질을
구성하는 속성을 양태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신이 인간에 대해 초월적이지 않고, 신이 인간에 내재해
있다는 논리죠. 물론 신의 속성은 무한한 반면, 인간의 속성은
유한하다는 차이는 있지만 말이죠.


1강에서는 신이란 절대적으로 무한한 존재, 무한한 속성들로 구성된 실체’(정의 6)라는 결론에 이르기 위해서 실재적 구별양태적 구별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재적 구별은 속성들의 차이에 의한 구별이고, 양태적 구별은 변용들의
차이에 의한 구별을 말하는데, 이는 흔히 숫자로 구분하는
구별을 말합니다. 양태적 구별이 외부적 차이에 의한 구별이라면, 실재적
구별은 내재적 차이에 의한 구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여기
벤호건과 장동건(영화배우)이 있습니다. 둘 중에서 누가 더 괜찮은 사람일까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동건의
손을 들어주겠지요. 심지어 이런 비교 자체를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게 비교가 된다고 생각하느냐면서 말이죠(지나치게 흥분하시는 분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은 양태적 구별에 의한 결과일 뿐입니다. 외모나 생김새, 키 등의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이 바로 양태적 구별이죠. 실재적 구별, 즉 속성으로 구별하면 반드시 장동건이 벤호건보다 괜찮은
사람이라고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가령 완전함, 진리, 생명력, 삶의 철학 등의 속성으로 비교한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이 부분 조차 동의하기 힘든 분이 많으시겠지만, 그런
분은 분명 아직 스피노자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감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눈에 보이는 양태적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실체와 속성에 대한 이해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어린 왕자에도 이런 대목이 나오지 않습니까.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겉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실재적 속성을 봐야 제대로 보는 것인데 말이죠.^^


암튼 결론은 벤호건이
장동건보다 못하지 않다이지만, 이것보다 중요한 개념은 양태에 부여하는 특성을 실체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
는 점입니다. 우리가 스피노자의 신에 대한
개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의구심을 가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의 감각으로 파악되는
대상은 모두 실체가 아닌 양태이기 때문이죠. 양태의 특성으로 실체()를 이해하려 하기 때문에 헷갈리기만 하고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죠. 신은
육체(즉 양태)를 갖지 않으며, 오직 무한한 속성을 무한히 가진 존재로만 사유될 수 있을 뿐이지요.


이것 외에도 1강에서는
기존 종교에서 신에 대해 인간주의적으로 규정하는 것-가령, 신은
육체가 없이 신성한 영혼으로서만 존재한다-에 대한 스피노자의 비판과,
신이 만물을 창조했다는 이원론적 입장과는 다른 신과 만물의 공통성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이 내용은 2강에서도 좀 더 자세히 다루기에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기로 하죠.


1강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신은 흔히 종교에서 말하는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라 내재적
존재, 즉 인간(만물)
내재하고 있는 존재이죠. 스피노자 식으로 말하자면 신은
모든 사물의 내재적 원인”(정리 18) 입니다. 즉 내 안에 신이 있다고 보면 되죠.
따라서 우리 인간도, 더 나아가 만물도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닙니다. 물론 신은 창조하지만, 오로지 자신의 본질을 구성하는 속성의 변용(양태)을 통해서 만물을 창조할 뿐이죠. 이를 일의성(univocity)’이라고
하는데, 달리 말하면 만물의 작용인으로서의 신은 양태(만물)를 통해 자신을 펼친다는 것이죠. 신이 있어서 만물도 나타나지만, 신 또한 만물을 통해서만 자신을 펼칠 수 있기에,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 있는 존재인 것이지죠. ‘신 즉 만물
셈입니다.


스피노자 사유의 탁월성이 바로 여기 있는 것 같습니다. 초월적 신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러한 규정으로 인해 우리 스스로가 인간적 삶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는다는데 있습니다. 반면, 내재적 신으로 규정하는 순간 우리는 이제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서도 인간의 삶을 긍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삶에 대한 위대한 긍정으로서의 신인 것이죠. 두목 아래서 눈치 보던 꼬붕이었던 우리를 두목과 대등한 위치에 서서 삶을 살수 있게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스피노자의 사유는 아주 매력적입니다. 다음
강의가 기대되네요…^^


이상 1강에 대한
늦은 후기였습니다. 1강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개념들이 많아서 정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실체()가 아니라, 유한한 양태적 존재인 벤호건이 정리한 것이라 더 이상은 무리가 있네요. 부족한
후기지만 읽으시는 분들이 적인 통찰력으로 사유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2
  • 2014-05-23 16:20

    강의 만큼 잼있는 후기입니다 전 만물이 신의 모습을 반영한다는  스피노자도 대단 하지만  이수영 샘의 말씀대로라면  우리 모두가 신이될수 있다는 니체의  말이  더  맘에  듭니다  msn040.gif

  • 2014-05-24 15:57

    예전 김수환 추기경님이 돌아가셨을 당시, 김지하시인의 아들이 어렸을 적 추기경님께

    ;하느님이 어디 계셔요 ?'하고 묻자, 손을 가슴에 얹고 '여기에 계시다'고 하셨다는데,

    벤호건 님의 글을 읽으니, 그 때 읽었던 이 기사가 떠오릅니다.

    물론 추기경님이 내재성의 신을 말씀하신 건 아니시겠만,  정말 그랬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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