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푸코 1강 후기

윤율리
2014-08-03 00:55
639

세월호 참사 이후 세 달, 국회의사당 앞에서 '노숙' 중이라는 유가족들의 소식을 접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 특별법 제정은 여전히 요원해 보이고, 행방이 석연치 않던 유병언은 어쩌다보니 '그냥' 죽었습니다. (이렇게 밖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언론에서는 유대균이 뼈 없는 치킨을 주문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그사이 세월호 정국을 심판하겠다던 야당이 심판당해 공중분해 되었고, 이쯤에서 더 참담한 것은 야권에 팽배한 정서의 밑바탕에 여전히 '국민 미개론' 같은 정치 엘리트주의가 숨어있는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입니다.

8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수입된 푸코가, 87년 체제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합법적인 정당성을 가지게 된 군사정권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적 호출이었다는 사실은 이런 점에서 어떤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푸코는 마르크스의 대체품이었고 아직 일부에서는 특정한 용도를 위해 오독되기도 합니다). 1번과 2번에게 비슷한 동류의 분노를 느끼게 되는 진리게임 속에서, '팩트'라는 엑스칼리버를 뽑아들기 위한 지리한 사투 속에서, 파국적인 참사와 그것이 정치적인 무언가가 되어가는 과정의 점입가경을 바라보며 우리가 다시 푸코를 호명할 수 밖에 없는 먹먹함과 절박함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스스로를 푸코리안이라 칭한 젊은 강사의 자기고백 속에서는 그런 종류의 단단함이 느껴졌고, 비장함보다는 질긴 직물의 결연함에 가까운 그 질감이 무척 좋았습니다. (그래도 내년엔 다른 것 좀 읽었으면(농담(삐지지마))).

이택광의 표현을 빌려, 오늘날 한국의 정치지형은 점차 민주적 자본주의자들과 공리주의적 자유주의자들의 모순적 대결로 발화되고 있는 듯 합니다. 시쳇말로 웃픈일이지만 결국 히드라의 같은 머리인 셈 아닐까요. 푸코를 통해 재고를 요청해야할 대상은 결국 그 둘 다인 것 같습니다. 좋은 공감을 만들어 준 강좌에 감사드립니다.


+ 어마어마한 길치라 이상한 버스 타고 빙빙 돌아 세 시간만에 집에 왔는데 그래도 재밌었어요. 배두나 닮은 합성님과 아이유 닮은 지원 동생과 맥주도 마셔 영광.

댓글 2
  • 2014-08-03 02:44

    형 길치셔서 더 멀었던 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엔 다른것도 보려구요-!ㅎㅎ

  • 2014-08-03 19:12

    멀리서 와서 지원 응원도 해주시고, 

    파필랩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수 있도록 질문도 해주시고,

    이렇게 후기도 1빠로 남겨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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