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 푸코 후기

도토리
2014-08-24 00:41
653

4강의 강좌가 벌써 끝났네요. 그간 강좌 준비로 고생 많이 하셨을 강사분들에게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토론하면서 좋은 가르침 주신 많은 분들에게 고맙습니다.

지난 4주 동안 문탁을 드나들며 많은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문탁이라는 공동체가 어떤 곳이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건 제게는 행운이었습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바에 순응하며 사는 것도 시대적 요구에 반하여 사는 것도 아닌 자기 자신의 요구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곳에서 더 많은 활동, 더 많은 사람, 더 많은 공부를 해봐야겠지만 문탁네트워크란 공동체는 시대성과 반시대성이라는 수평선에 비시대성이란 사선을 긋는 사람들의 모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이곳이 더 궁금해졌습니다.

푸코에 대한 소개와 흥미 유발이라는 강의목적은 충분히 달성하신 것 같습니다. 저부터 이 철학자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조금이나마 알게 됐고 궁금해졌으니까요. 다만 푸코가 어느나라 사람인지 무슨 책 썼는지도 모르고 왔는데 토론 시간이 너무 짧아서 모르는 걸 질문하기가 어렵더군요. 그래서 지금 물어 볼라고요.ㅋㅋ

권력이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는 설명은 이해했습니다. 모든 사건에는 권력이 개입하겠지요. 심지어 밥을 먹을 때도 권력이 개입할 것입니다. 밥을 내 것으로 만들어 나의 일부로 만들겠다는 의지 역시 일종에 권력일 텐데, 이렇게 권력이 삶의 일부라고 해서 이를 어쩔 수 없다는 회의적인 느낌에 설명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권력은 힘이 있는 쪽으로 가기 마련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힘은 개인이 아닌 사회에 치우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위계 때문에 사회가 개인을 동화시키고 사회에 동화되지 못한 인간은 추방되는 메커니즘이 작동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부분의  개인은 추방당하지 않기 위해서 사회에 희생하고 헌신합니다. 이 상황에서 권력이 좋게 작동하는 겁니까? 나쁘게 작동하는 겁니까? 아니면 강의자분들의 설명처럼 권력은 단지 작동할 뿐 좋고 나쁜 방향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우리 사회가 그리고 그 안에 사는 내가 나아갈 방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방향은 사회에 집중된 힘을 개인에게 되돌리는 쪽이 될 겁니다. 저는 돈이 인간을 협박하는 지금이 아니라 인간이 돈을 협박할 미래에 언젠가가 더 좋습니다. 

 

댓글 2
  • 2014-08-30 00:53

    도토리님, 후기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여전히 부족한 저의 공부가 들통날까 답변을 미뤄온 것을 용서하세요.. 잘 생각해보니, 뭘 안다고 이걸 미뤄! 하는 생각이 들어 답변해보겠습니다(토론이 이어진다면, 토론이 세미나로 이어진다면 더 좋을 듯!!!)

     

    1. 밥을 먹을 때에도 권력이 개입한다?

     

       저희가 강의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권력'의 개념을 확장하여 사용하신 것 같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훌륭하지만, 조금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은 편재한다'고 했으니, 물론 밥을 먹을 때에도 권력은 개입합니다. 허나 우리가 말하고자 한 것은 정확히는 "밥을 나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지" 즉, '밥에 대한 나의 힘'이 아닙니다. 그것은 첫 강의에서 말했던 것처럼 권력을 누군가 '소유'하거나 '사용'한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지요.

     

       오히려 밥과 관련한 권력의 작용을 제가 풀 수 있는 선에서 이야기 하자면, 우리가 밥을 먹으면서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지!'라고 생각한다거나, '맛있는 것을 먹어서 스트레스를 풀어야지!'라고 생각할 때에 자신의 의지라고 생각하는 이 '건강함', '스트레스 해소' 등의 담론이 권력이 관통하는 지점이라는 것입니다. '건강', '스트레스의 해소'와 같은 담론들에 대해서는 강의에서 충분히 이야기한 듯 하여, 설명을 생략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음식에 대해 어떤 권력을 휘두르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의 의지라고 생각하는 식사가 어떤 권력을 나르고 있는가'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다는 회의적인 느낌", "권력이 삶의 일부?"라는 지적은 유효합니다.

     

    2. 권력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힘이 있는 쪽으로 가기 마련이다?

     

       우리가 푸코를 공부하며 가장 많이 뱉었던 질문은 이런 것입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러니까, 회의적인 느낌을 받으신다는 것은 저희의 강의가 어떤 의미에선 잘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지만, 저희가 여전히 회의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토론에서 전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권력이 삶의 일부라는 것은 옳습니다. 아니, 어쩌면 권력은 삶의 전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푸코는 권력을 한번도 '나쁜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어쩔 수 없다'고 말한 적도 없습니다. 위에서도, 강의에서도 반복적으로 말씀 드린 '편재'는, '나쁜 권력이 편재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권력은 오히려 특정한 삶의 형태, 관계의 방식, 우리의 행위와 언어의 다른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삶의 일부라 어쩔 수 없다"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 곧 권력의 체계를 변화시키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나쁜 권력을 없애자!'가 아니라, '새로운 권력 관계를 생산하자!'에 가까운 것입니다.

         

    3. 권력은 힘이 있는 쪽으로 가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의 사회는 개인이 아닌 사회에 힘이 집중되어 있다. 그러므로 개인은 희생되길 강요당한다. 권력은 좋게 작동하는 것인가, 나쁘게 작동하는 것인가?

     

       이 부분에서는, 도토리님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토론 시간이 짧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충분히 이 의견을 듣지 않고서도 하고싶은 말이 저에게 있다면, 그것은 첫째로 '사회와 개인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것, 둘째로 '권력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두번째 것은 앞에서 설명했기 때문에 패스하겠습니다.

     

       "사회에 동화되지 못한 개인이 추방되는 메커니즘"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사회가 힘을 가지고 있고, 권력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며 개인과 사회를 분리시키는 것은 다시 하나의 문제를 일으킵니다. 개인에게는 힘이 없고, 사회에 힘이 있다. '사회는 악이 되고, 개인은 선이 된다'는 방식의 상상. 이것으로부터 우리는 벗어나고자 노력했습니다(특히 3강, '주권이론'에서). 푸코에 따르면 근대에 들어선 개념인 '사회'라는 것은 애초에 개인들의 집합입니다. 사회는 저 멀리, 외딴 곳에, 높은 곳에, 멀찍이 서서 개인들을 지켜보고 명령하는 실체가 아니죠. 그것은 푸코에 따르면 우리가 하는 말, 행동, 습관들, 삶을 통해 유지되고 생산되는 '담론'입니다.

     

       맞습니다. "지금 대부분의 개인은 사회로부터 추방당하지 않기 위해서 사회에 희생하고 헌신합니다". 그런데 방금 말한 것 처럼 사회를 하나의 '담론'으로 바라본다면, 이야기는 권력이, 혹은 사회가 '좋은 것이냐, 나쁜 것이냐'로 향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말을 바꾸고, 행위를 바꾸어 나가는 쪽으로 가야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 어떤 전략을 통해 그것이 가능한가?'하는 이야기가 되어야할 것입니다.

     

       물론 3강의 토론과, 4강의 토론에서 이야기했던 것 처럼, 그렇다고 해서 사회에 저항하는 수 많은 투쟁들이 무력하다거나,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닙니다. 주권적인 방식의 저항 안에서도, 충분히 사람들은 삶을 변화시켜 나가며(밀양의 예처럼), 다른 방식의 권력관계를 시도하고, 생산해 냅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고민과 함께했을 때 이 시도가 더욱 풍부해질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겠죠?

     

       결론적으로 푸코는 우리를 회의주의자로 만들지도, 허무주의, 냉소주의자로 만들지도 않습니다. 저는 푸코밖에 안읽었지만, 꽤 긍정적인 삶을 살고있지 않습니까?(ㅋㅋ급마무리) 오히려 저는 푸코를 통해 복잡한 권력의 관계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행위는 무엇인지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됩니다. 물론, 고민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체가 권력의 장이다", "우리의 몸은 권력을 실어나른다"라는 푸코의 말은 어떻게 권력의 장을 뒤틀 것인가? 어떤 행위가 권력을 다르게 실어나를 수 있을까? 이렇게 하면? 저렇게 하면? 하며 실제로 몸을 비틀어보도록 만듭니다. 이것이 도토리님이 말씀하신 '방향'과 다른 말인가요? 저는 같은 말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푸코의  '권력의 일정한 작동 방식이 있다'는 말은, 곧 일정한 방향이 있다는 말로 해석될 수도 있으니까요. 다른 방향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부족하고 허술한 답변입니다. 아무래도 저의 이 허접함을 채우기 위해, 도토리님의 질문에 더 자세히 답하기 위해, 함께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연락 한번 드릴게요. 세미나합시다. ㅎㅎㅎㅎㅎㅎㅎ

  • 2014-09-19 14:27

    답글 고맙습니다. 파필랩 강의 덕에 푸코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담론의 질서를 읽게 되었습니다. 푸코는 실증적으로 세상을 바라고  설명을하더군요. 이 지점에서 회의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것같습니다. 강의와 푸코의 책을 통해서 제가 했던 주장이 독단론의 연장선에 있는 한 관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덕분에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연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푸코의 저작들을 몇 권 더 읽을 생각입니다. 푸코를 읽고 다시 만나서 이야기 해봅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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