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 2강 후기

아리아리
2014-08-15 15:31
545

2강은 생체권력과 생체권력의 관점에서 바라본 오늘날의 현상들(주로 다이어트/건강 관리와 에볼라 바이러스)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개념 설명과 더불어 우리의 삶과 직접 맞닿아있는 문제들과 연결지어 많은 물음들을 던져준 강의였습니다. 다만 생체 권력의 개념이 발표 속에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아마 제가 1강에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개념들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들은 탓이 컸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미나의 대상 청중이 푸코 입문자임을 고려한다면 기본적인 개념 설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념이 명료하게 설명이 된 후에라면 토론도 더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니면 각 강의별 핵심을 담은 텍스트를 함꼐 강독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강독을 하면 아무래도 기본 개념 자체에 대한 토론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후기를 어떻게 써야할지 잘 모르겠어서, 부족한 배경 지식으로 세미나 내용을 더듬더듬 따라간 것을 바탕으로 써 볼게요..ㅎㅎ)


생체권력에 관해 제가 가진 아주 짧은 지식에 관하면, 저는 생체권력은 자본주의적인 흐름과는 떼어놓을 수 없는 개념으로 알고 있습니다. 생체권력이 의의를 갖는 것은 근대 국가로 넘어오면서 국가는 자본주의 체제 하 노동력을 보전할 필요가 생겼고 그 필요에 따른 (국가) 권력의 대응 방식을 설명하는 데에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생체 권력의 예로는 "체력은 국력이다"라는 구호 하에 이루어는 체육/보건 교육, 국가 차원의 출산 장려 정책 등이 있을 것입니다. 만약 생체권력을 토론 중에 정의하신 것처럼 언제나 존재해왔던 '건강하게 오래 살게하는 권력'이라고만 생각한다면 그것은 철학보다는 생물학에서 생존본능과 관련지어 설명해야 할 개념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오해 때문에 토론 중에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의 입국을 반대하는 입장을 설명하는 데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에볼라 바이러스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중에, 다수의 생명을 위해 소수의 희생을 당연시 여기는 공리주의의 문제를 생체권력의 문제로 혼동했는데 그 둘이 과연 동일한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또, 저는 생체권력의 문제점과 그에 대한 저항에 대해 논의를 한다면, 생체권력이 인간을 어떻게 정의 내리는가에 그 논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체권력에 의하면 우리의 육체와 생명은 인적’자원’으로서만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생체권력은 우리의 육체를 노동력으로 더 잘 이용하기 위한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생체권력이 제시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인적자원은 나이가 들거나 병에 걸려 노동력으로서 가치가 없어진 육체가 사회적으로 외면 받게 됩니다. 그러나 과연 한 사람의 존재가 노동력 쯤으로 평가절하되어도 되는가? 이러한 문제가 생체권력과 그 장치들에 대해 제기되어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노동력 자체가 육체에서 정신으로 옮겨가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공교육에서 체육교육이 사라져가는 것은 주요노동력이 육체노동에서 정신노동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라고 본다면, 생체권력의 초점이 육체에서 정신으로 옮겨간 것이고, 그에 따라 육체적 건강을 홀대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반면 다이어트/건강관리의 문제는 생체권력의 관점에서 설명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부분도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다이어트를 단순히 미용을 목적으로 체중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관리하는 것으로 정의하셨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전달하고자 하신 포인트는 좀 더 명확해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오늘날 사람들이 건강관리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과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체력이 국력이다' 구호가 전달하는 메세지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자가 명백히 생체권력의 정체를 드러낸 것라면, 전자는 생체권력의 영향력 뿐 아니라 자본주의적 욕망, 정체성의 불안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니 말입니다. 만약 전자를 '생체권력에 의해 훌륭한 노동력으로서 건강한 육체에 대한 사회적 이상이 형성되어 있고, 그 이상에 스스로를 맞추기 위한 일환으로서의 건강관리'라고 좀 더 구체적인 정의를 내렸다면 전달하고자 하신 바가 더 명료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깔끔하게 쓴다고 조금 빡빡하게 쓴 감이 없지 않지만 여기에 적은 것들은 어디까지나 저의 생각일 뿐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개념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고, 개념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혹시 제가 완전히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일러주세요! 

무엇보다도 세미나 준비하시느라 정말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

댓글 1
  • 2014-08-16 15:39

    상세한 후기 너무 감사합니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전달이 잘 되지 않았는지! 잘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푸코의 생체권력 개념이 잘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요ㅠㅠ지금 이해하고 계신 권력의 양상ㅡ노동력과 깊은 연관을 맺고 인간의 신체를 하나의 "기계적 육체"로 바라보는 시각은 앞전 강의에서 설명하고자했던 규율권력의 양상과 오히려 가까운 것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권력은 변화가능한 신체를 표적으로, 규율을 통해 순종적인 신체, 훈육되는 신체를 만들지요. 그런데 명주가 설명하고자 한 생체권력은 이것과 조금 다릅니다. 

    댓글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고... 오늘 강의 후 토론에서 이야기를 진전시킬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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