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그손 4강 후기> "자기, 변했어!"

벤호건
2014-10-10 11:59
716

안녕하세요. 이번 강좌에서 처음으로후기를 올리는 벤호건입니다.

혹시 불교나 스피노자 강좌에서는
후기를 열심히 올리던 벤호건이 이번에는 왜 후기를 쓰지 않는 것일까
하고 의아해하신 분은 없으신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가 후기를 올리지 않는 이유는 과거의 벤호건과
지금의 벤호건이 서로 다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 무슨 소리냐구요?
대목이 베르그손이
<창조적 진화>에서 주장하는
생명과 진화의 핵심 주제입니다
. 그럼, 시작해 볼까요?

 

자기, 변했어!”

벤호건과 물리적 거리에서 가깝게 지내온(심리적 거리는 가까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 여성분이 제게 자주 하는 말입니다. 제가 예전과는 달리
변해서 싫은가 봅니다
. 아마도 그녀가 생각하는 예전이란 연애시절이나 신혼 초기이지 싶습니다. 지금은 연애시절이나 신혼
때보다 자기를 위하는 마음이 덜 하다고 느끼는 것이겠지요
. 그러니까,
그녀가 생각한 벤호건이라는 실체가 있는데, 지금은 그 기준에서 벗어났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슬프다나 어쩐다나!

 

암튼, 자기가 생각하는 벤호건이 아니라서
싫다는 논리입니다
. 달리 말하자면,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며 사랑의 영원성을 주장하는 것 일수도 있구요. 하지만 벤호건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많습니다
. 사랑도 사람도 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제가 대놓고 말하지는 않습니다만 사실 그녀의 외모도 많이 변했거든요). 예전에는 짜장면을 좋아했지만, 세월이 흘러서 짬뽕을 더 좋아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 이처럼 우리는 사람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다른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차이를 철학적으로 말하면, 앞의 여성처럼
특정한 사람에 대해
너는 원래 이런저런 사람이야라고 못박아두고
해석하는 관점을
실체주의라고 부릅니다. 이를 생명 진화적 관점에서는 기계론이나 목적론이라고 부릅니다. 모든 현상은 물질적 과정이나 기계적 원리로 설명 가능하다
(기계론)거나 모든 생명체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목적론)거나. 모두가 변치 않는 실체가 있다고 가정하는 입장입니다. 마치 벤호건이 그녀만을 사랑하기 위해태어났으며, 자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것이죠
(이런
노래 아시죠!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하지만 베르그손은 이러한 말들은 모두 이라고 주장합니다. ‘지성
지어낸 거짓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 그는 실체주의나 기계론과 목적론을 반대합니다. 그들의 주장처럼 생명은 고정된 불변의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보기 때문이죠. 헤라클레이토스가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고 주장한 것처럼, 생명도
(세상도/우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매 순간 변화한다는 것이지요. 해서, 베르그손 관점에서는 변화하는 것이 정상이고 이러한 연속적 흐름그 자체가 생명이라는 입장입니다.

 

4강에서는 베르그손 철학의 중심인 생명 진화의 진실, 그러니까 지속/기억/창조 등의 과정을 통한 연속적 흐름을 설명하기 위해 <창조적 진화>의 초반부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요 개념들과 관련된 생명철학 이론을 광범위하게 설명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 저 또한 학창시절에 오로지 시험준비를 위해 얄팍하게 외워두었던 생물학 지식들이
이미
레테의 강을 건넌지 오래라 선생님 말씀을 온전히
쫓아가기 힘들었습니다
. 해서,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미련
없이
패스하고 간략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베르그손 생명철학에 영향을 준 이론들-생기론, 진화론, 열역학, 장이론-에 대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생기론이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생명은 물질로서만 설명할 수 없는 생명의 고유성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유물론적 관점으로는 정작 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논리지요
. 가령, 배우자를 고를 때, 그의 직업/재산/자동차/집안 등을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유물론적 사고에서는
정작 그 사람의
이 빠져 있습니다. 그가 무슨 꽃을 좋아하는지, 어떤 시인을 좋아하는지, 무슨 책을 읽고 있으며, 왜 사는지 등등. ‘야 그딴 게 뭐가 중요해!’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스스로 유물론자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요컨대 물질로 설명되지 않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는데, 그걸 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베르그손은 생기론을 비판했지만, 큰 틀에서 그의 이론은 이러한 생기론과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진화론’. 잘 아시다시피 다윈은 생명이 신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니라 공동조상에서 뻗어 나와 각각 진화한 결과라고 주장했죠. 이러한 주장은 생명에 대한 목적론적 설명을 배제하고 진화의 기작을 설명하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다윈 진화론 이후, 기존 진화론에 유전학이 결합되어 신다윈주의로 이어집니다. 신다윈주의자의
주장을 간단히 말하면 이렇습니다
. 진화는 필연적이지만, 처음에는
유전자가 우연히 변이를 일으켜 진화가 시작되는데
, 그 이후부터는 기계적 방식으로 진화가 일어난다는 입장입니다. 신다윈주의자의 대표주자는 <우연과 필연>의 자크 모노나 <이기적 유전자>의 리차드 도킨스입니다. 베르그손은 다윈주의자 및 신다윈주의를
비판합니다
. 그들은 진화가 요소들의 연합과 첨가에 따라 점진적으로이루어진다는 입장인데 반해, 베르그손은 진화가 폭발과 분산에 의해서
폭발적으로이루어진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신다윈주의와 대립되는 후성유전학의 대가인 스테판 굴드의 연구에서 지지되기도 하였습니다
(굴드는 화석연구 과정에서 5억년전 캄브리아기에
다세포 동물들이 폭발적인 증가가 일어난 사실을 관찰하였습니다. 기억나시죠. 에어리언 같이 생긴 동물들을 선생님이 보여준 거.)
. 아무튼, 진화론은 베르그손의 생성철학
영향을 미쳤습니다
.

 

다음은 열역학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아니
잘 모르시다시피
, 열역학 제 2법칙은 엔트로피 법칙이라고
불립니다
.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항상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이론인데, 자연 물질이 한번 변형되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엔트로피 법칙은 인생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작은 차를 타다가 큰 차를 타면 다시 작은
차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 한번 ‘왕후의 밥을 맛본 사람은 좀처럼 걸인의 찬
만족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죠
. 한번 엎지르진 물을 담을 수 없듯이 세상과 생명은 고정되지 않고
항상 변전하고 흐르는 법이죠
. 벤호건이 왜 변했는지 이해가 되시죠? 암튼, 이러한 법칙으로부터 베르그손은 시간에 대한 사유를 깨우쳐 지속창조의 개념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장이론’. 장이론이란 입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흐름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죠
. 가령, 명품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명품족들과 어울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명품을 선호하게 되죠
. 평소 공부를 좋아하지 않던 사람도
문탁을 기웃거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책을 가까이 하는 것과 같은 이치죠
. 자신도 모르게 형성된 안에서 영향을 받기 때문이죠. 이러한
사상은 베르그손 철학에서
지속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간략히 살펴보는데도 길어졌네요. 아무튼
이러한 이론들로부터 차용과 비판을 거듭하여 베르그손 철학의 중심 주제인
지속’, ‘창조’, ‘진화
개념들이 만들어졌습니다
. 각각의 개념은 나누어준 자료 첫 페이지에 잘 정리되어 있기에 생략하겠습니다.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 동안 벤호건이 왜 후기를 올리지
않았는지에 대해 이해가 되셨는지요
? 벤호건이 끊임없는 변화의 흐름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의 제가 오늘의 저와 다르고, 또 내일이면 또 달라질 것입니다. 벤호건을 규정지을 만한 실체
(가령, 후기를 열심히 쓴다거나 하는)는 없는 법이죠. 그럼, 여기서
마무리 질문하나
. 벤호건은 5강 후기를 올릴까요, 안 올릴까요? 이 역시 알 수 없습니다. 벤호건은 매 순간 변화하면서 지속의 과정 속에 있기 때문이죠. 그때
가서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 이제 베르그손의 생명철학을 접했으니 혹 배우자나 애인의 사랑이 예전
같지 않더라도 지나치게 슬퍼하거나 노하는 일이 없으시기 바라겠습니다
.^^

 

이상 4강 후기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2
  • 2014-10-11 22:49

    푸하하하..

    그래도 벤호건님에 대해 제가 가진 이미지 기억을 어찌해 보려고 하시지는 마세요~ 

    크하하하..

  • 2014-10-12 00:25

    ㅋㅋ 엔트로피 법칙을 설명하기 위한 벤호건님의 예는 정말 기발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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