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그손 2강 후기 - 이미지와 실체

뿔옹
2014-10-01 15:39
559

늦었지만 정리해보는 차원에서 지난 번 강의와 강사님이 쓰신

<물질과 기억, 시간의 지층을 탐험하는 이미지와 기억의 미학>을 참고하여서 2강 후기 정리해 보았습니다.

 

베르그손은 <물질과 기억>의 출발을 이미지 존재론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미지 존재론이란 말 자체가 좀 모순되게 생각됩니다. (저만 그럴수도 있지만...) 

통상 이미지라고 생각하면 대부분 무언가 마음에 떠오르는 표상에 가까운 것으로

실체가 아닌 허구적인 것이 생각납니다. 반대로 존재론이라는 것은

세상의 실체란 무언인가라는 말인데이미지 존재론이라고 한다면 허구적인 실체라는 말이 됩니다

실체인데 허구적이다? 곧바로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베르그손은 자신이 말하는 이미지를 다르게 정의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물질과 표상의 중간적인 존재로서 이미지(물질 - 이미지 - 표상/관념)를 제안합니다

정의는 이렇게 하지만 그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말하는 이미지는 강사님이

말씀하신대로 물질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쉽게 이해가 됩니다

이미지들 간에는 고전 물리학의 법칙이 적용되니까요. 이미지들 사이에는 작용, 반작용이 일어납니다.

바로 여기에서 중요한 이미지가 등장합니다.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이런 작용/반작용을 

선택/유보할 수 있는 특수한 이미지, 생명체(신체)가 나옵니다. 즉 이미지 존재론이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이미지로 부르고이미지들의 운동방식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이고”, 

이미지들 중에서 특별한 신체의 활동으로부터 인식과정을 설명합니다.

물론 베르그손은 생물학적 지식을 통해서 인식론을 펼쳐냅니다.  강사님이 몇 번이나 언급한 것처럼

베르그손의 형이상학은 이렇게 (이미지) 존재론과 (생물학적) 인식론이 혼재되게 됩니다.


조금은 안개 속을 걷는 것 같지만 그 중에서도 새로웠던 몇 가지만 더 살펴보자면

베르그손은 인식의 문제를 고정적인 표상의 관점이 아니라 행동의 관점에서 다시 보도록 노력합니다.

 

나의 신체를 둘러싸고 있는 대상들은 그것들에 대한 내 신체의 가능적 행동을 반영한다.” (<물질과 기억>, p44)

 

신체도 이미지와는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반작용을 할 때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어느정도 

자발적인 부분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특이한 데 이러한 것을 행동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미지들 사이에서 신체가 하는 행동은 그저 수많은 가능성들 간에 이점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쪽으로 향한다는 것일뿐이다. 가능적 행동

계속해서 베르그손이 강조한 것은 지각(인식)과 행동의 연관성인데이럴 경우 지각이란 

가장 기초적인 인식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어진 자극에 대한 반응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지각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게 되고, 이렇게 볼 때 지각은 행동을 위한 정보의 취득이고 또한 예비적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각은 행동이고, 행동은 지각이라는 순환적 형태가 나오게 되네요. ㅎㅎㅎ --;

 

가능적 행동이나 예비적 행동이란 말을 듣게 되니, 강사님도 중간에 잠깐 언급했지만

자연스럽게 마뚜라나의 <앎의 나무>가 떠오릅니다. 마뚜라나 역시 분자생물학적인 방식으로 인식을 설명하면서

삶이 곧 앎이다. 다시 말해 생명활동이란 생물로서 존재하는 데에 효과적인 행위이다.”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앎의 나무>를 읽지 못하신 분들은 이번에 진행하는 골든북 단기 세미나(3)에 참석하시면 좋을 듯... 

마뚜라나를 읽으면 베르그손을 더 잘 이해할 수도....  ^^;)

 

이 외에도 재미있는 개념들이 많이 나왔지만, 그 중에서도 사진기 비유가 흥미로우면서도 아리송했습니다.

거대한 이미지들의 우주 전체가 사진이자 사진기이다.” 사진이 운동하는 물체의 순간포착이듯이 이미지는 

우주적 운동의 순간적 단면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곧바로 이해되지는 않더군요.

전통적으로 사물은 어둠으로 정신은 빛으로 비유하면서 정신의 빛이 어둠을 비치면서 알아가는 것을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베르그손은 이러한 이성 우위의 전통을 전복해 버립니다

그에 의하면 사물 자체가 빛이며 의식은 그것의 일부를 이루는 한에서만 의미 있는 것이라고

즉 이미지들의 우주 전체가 신체라는 이미지를 만났을 때 우리는 그것을 의식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기억, 지속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못 썼는데 강좌를 들으면서 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후기에 누군가 써 주면 좋을 듯 하구요.  또한, 베르그손은 왜 기존 철학을 전복하는

형이상학을 추구했을까라는 질문이 생기네요그는 왜 이러한 지속, 생명, 기억을 새롭게 정의하려고 했을까

아리송하지만 점점 더 궁금해지네요.

댓글 2
  • 2014-10-01 21:52

    늘 맑고 곧고 진실하고 용감하신 뿔옹샘...

    문탁에서 하고자 하시는 일들을 맘껏 펼쳐보시길...

    두산의 가을야구응원은 제가 대신해드릴테니 걱정마시고요^^

    • 2014-10-01 23:03

      세션님과 함께 다시 한번 세미나  하면 좋겠어요. 베르그송으로 다시 한번? ^^;

      그리고, 두산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못해도 4강'이 두산의 상징이잖아요!

                                    ^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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