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학 강좌후기(1강)

산새
2015-01-09 01:30
589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로 채워주신 양운덕 선생님의 정신분석학 첫 강의!

예상치 못했던 즐거움으로 강의 내내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들려주시는 음악이 강의랑 상관있는 건 아니라고 하셨지만 나는 연관성이 있을 것만 같았다. 긴 시간  이것저것 정성껏 골라 들려주시며 음악의 형식과 세계를 설명해주시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강의를 시작하며, 우선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세 가지 사건에 대해 말씀하셨다.
첫 째는 지동설, 천동설이다. 지구는 유일한 별도 아니며 태양이 뜨고 지는 것이 아닌 지구가 뜨고 지는 것이라던 주장은 그간의 인간중심의 세계관에 타격을 주었다. 두 번째는 다윈의 진화론이다. 이것은 인간이 무수한 과정을 거쳐 인간화 되는 과정으로 여전히 진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은 신으로부터 내려오는 성경 속 인간의 계보를 크게 흔들었다. 그리고 세 번째는 프로이트 스스로 자신의 학문을 꼽았단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꿈의 해석』이라는 책을 통해 탄생했다. 그의 정신분석학은 무의식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무의식이란 인간의 기원(밑바탕)에 의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어 나도 모르게 나를 움직이게 하는 엄청난 힘을 말한다.

융은 프로이트의 무의식을 의식의 원형에 배후가 되는 무의식이 있다라고 잘못 해석한 인물이다. 그러나 의식을 걷어내면 무의식(진짜 의식)이 있다는 그의 이론은 크게 잘못되었다.  그에 반해 라깡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절대로 쉽지 않음을 강조한 철학자였다.

 

  프로이트가 말하는 무의식은 내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다. 우리 속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나를 움직이는 힘이 존재하는데 내가 하는 행동이지만 나에게 없다. 무의식은 정상인에게는 낮에는 실수로 밤에는 꿈으로 잘 나타나고, 증상인에게는 반복 강박(노이로제,히스테리,도착증)을 통해서 밤낮없이 나타난다. 무의식은 일상생활 속에서 늘 눈앞에 있다.

특히 꿈이라는 것은 프로이트에 의하면  욕망의 텍스트다. 내가 꾸지만 내가 알 수 없고 해석이 꼭 필요하다. 

 프로이트의 무의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데카르트를 무시할 수 없다.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했다. 그러나 그 의심의 끝자락에서 내가 무엇을 생각한다 하더라도 생각하는 대상인 내가(자기의식)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개념과 존재는 원래 구분되는 것이지만 인간(의식)의 경우만은 나의 사고와 존재가 하나가 된다. 다시 말해 인간은 생각하는 바로써 존재한다. 이것이 데카르트가 인간을 말하는 방식이었다. 

 반대로 프로이트가 말하는 무의식은 사고와 존재가 어긋나는 세계다. 무의식은 인간의 사고가 데카르트가 말한 인식과는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 다른 논리로 작동하는 방식이며 의식만으로 설명이 안 되는 무엇인가를 또 다른 사고방식인 욕망의 영역으로 읽어낸다. 욕망은 쾌락원칙을 갖는다. 연기와 대체를 주장하는 현실과 사고를 무시하고 욕망에 따라 곧바로 만족을 추구하는 논리가 있을 수 있다.

  라깡은 사고와 존재가 있지만 엇갈리는 기묘한 자리가 무의식의 자리라고 말한다. 이것은 우리 속에 있는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밖에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없는 곳에서 생각하고 있고, 생각하지 않는 곳에 존재하고 있다”고 정의했다.

그는 또 욕망이라는 것을“need와 demand의 차이”라고 말했다. 모든 demand는 겉으로는 사물이지만 속으로는 욕구의 대체물, 즉 사랑의 요구(demand for love)다.

  언어라는 것은 고유한 것이 아니며 모두가 같이 쓰는 보편자다. 이는 개별성이 아니므로 사물의 대체, 사물의 부재, 사물의 죽음(헤겔)이라고도 한다.  우리는 언어라는 기표를 사용하지만 그 말에는 사물이 들어있지 않다.  말로 하는 demand는 need가 아니다.

 이런 언어가 가진 독특한 관계망이 우리의 욕망을 비뚤어지게 만든다.  need라는 말할 수 없는, 원초적이고 충실한 세계가 demand라는 조각나고 이해가능하고 통용되는 의도로 바뀐다.  그러면서 간극이 생기는데 그 사이에 욕망이 생긴다.

그러므로 욕망은 아무리 퍼줘도 만족이 생길 수 없다는 것이 라깡의 사고방식이다.

언어라는 상징계 속에서 관계 맺고, 언어로 표현된 순간에 나도 숨어 있고(언어로 대체),  내 요구도 어긋나 있고(오이디푸스:원하는 것을 빼고 얘기함),  욕망은 언제나 차이 속에서만 어긋남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리고 욕망이란 것은  절대로 만족할 수 없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은 워낙 유명한 책이라 궁금하여 강좌를 신청했다. 어려운 강의일 거란 짐작을 하며 졸지 말고 잘 들어야지 했다.

그러나  3시간이 금새 가버렸다. 게다가 그 어려운 내용들을 반쯤은 크게 웃어가며 들었다. 물론 내가 소화한 것은 그리 많지 않지만 위트와 음악이 함께한 멋진 강의가 즐겁기만 했고 벌써 기대된다^^

 라깡과 프로이트를 처음 만나게 해준 양운덕 선생님과의 인연이 고맙다. 이번 강좌를 계기로 천천히, 즐겁게 그들을 알아가고 싶다.

댓글 2
  • 2015-01-09 14:20

    저도 융의 원형에 대한 강의내용을 흥미롭게 들었어요. 

    프로이트학파와 융학파 사이의 대립과 갈등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었지요?

    그래서 그렇다면.. 융은 대체 뭘 이야기한 거지? 더 궁금해지기도 했고요. ㅎㅎ

    세 분의 후기가 올라와서 선생님의 강의록을 다시 살펴보니

    정신분석강의 요약본을 꼼꼼이 읽으면 프로이트와 관련해서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강의록 첫 장의 무의식에 대한 정신분석의 질문들은

    앞으로 강의에서 풀어나갈 주제들에 대한 지도이네요.

    첫날 강의는 이 질문들에 대한 대략적인 오리엔티어링이었다고 생각하시고..

    다음 강의준비를 위해 추천한 책이 비트머의 <욕망의 전복>(한울출판사)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관련 장이네요.

    시간 나시면 훑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 2015-01-09 20:25

    저는 융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프로이트를 잘못이해하고 잘먹고 잘살고 있는 융..을 이야기했을때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ㅡ.ㅡ;;

    융을 이해하기 전에 프로이트에 대해서 좀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신청했는데.. 완전 뒤통수에.. 멘붕상태입니다 ㅋㅋ

    이 강좌가 얕디 얕은 제 심리지식기반을 죄다 깨버리네요 ㅠㅠ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81
[프로이트와 라깡 2강 후기] 에라, 이 라깡같은 눔! ^^ (2)
히말라야 | 2015.01.16 | 조회 764
히말라야 2015.01.16 764
380
[정신분석학 3강 안내]문명 속의 불만 읽어 오세요^^
요요 | 2015.01.15 | 조회 648
요요 2015.01.15 648
379
프로이트 강좌 후기(2강) (2)
곽태헌 | 2015.01.13 | 조회 418
곽태헌 2015.01.13 418
378
프로이트 강좌 후기 (2강) (1)
이미영 | 2015.01.13 | 조회 361
이미영 2015.01.13 361
377
학교 밖 배움을 상상하다 '학교, 너 뭐니?' 후기
광합성 | 2015.01.12 | 조회 369
광합성 2015.01.12 369
376
<정신분석학 1강 후기> 친구의 애인을 좋아하게 되었다면… (2)
벤호건 | 2015.01.09 | 조회 973
벤호건 2015.01.09 973
375
정신분석학 강좌후기(1강) (2)
산새 | 2015.01.09 | 조회 589
산새 2015.01.09 589
374
2015 정신분석학 강좌 후기 (2)
봄바람 | 2015.01.08 | 조회 462
봄바람 2015.01.08 462
373
동의보감후기 (1)
신소영 | 2015.01.06 | 조회 577
신소영 2015.01.06 577
372
12/20 파지사유 인문학 동의보감 후기 (1)
느티나무 | 2014.12.25 | 조회 820
느티나무 2014.12.25 820
371
장자 포스터
느티나무 | 2014.12.18 | 조회 565
느티나무 2014.12.18 565
370
1월 파지사유 인문학 - <장자> (47)
관리자 | 2014.12.15 | 조회 2589
관리자 2014.12.15 2589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