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학 1강 후기> 친구의 애인을 좋아하게 되었다면…

벤호건
2015-01-09 11:43
974

후기지수(?) 벤호건 입니다. 후기를 쓸려고 보니 이미 손빠른(?) 봄바람님과 산새님께서 잘 올려두셨네요. 해서, 그만둘까 하다가 첫 강좌에서 받았던 혼란스러움을 조금이나마 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몇 자 끄적거려 봅니다(처음 뵌 양운덕 샘의 속사포 랩과 같은 강의를 3시간
가량 들었더니 재미도 있었지만 막판에는 다소 정신이 혼미해지더군요^^)
. 절대요요님의 압력 때문에 쓰는 후기는 아닙니다!! 그럼 시작할까요?

 

가수 홍경민의 <흔들린 우정>이라는 노래를 아세요? 흥겨운 리듬 때문에 대충 따라만 가도 95점정도는 무난히 받으며
위기
(?)를 모면할 수 있는
노래죠
(벤호건이 한번씩 부른다는ㅋㅋㅋ). 헌데, 이 노래 가사가 재미있습니다. 한번 볼까요?

 

아냐 이게 아닌데 왜 난 자꾸만 친구의 여자가 좋을까
이러면 안되지 하면서 왜 내 맘속엔 온통 그녀 생각뿐일까
친구 몰래 걸려온 그녀의 전화가 난 왜 이리도 설레일까
냉정하게 거절하면 되는데 왜 난 그녀를 거절하지 못할까
정말 난 미치겠어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

 

노래의 주인공은 갑자기 친구의
여친에게 끌리는 마음이 생겼나 봅니다
. ‘이래서는 안 된다
이성이 통제하려 해도 왠지 그녀가 끌리는 걸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 왜 그런 것일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자신조차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죠
. 혹시 여러분은 이런 경험을 해 본적이 없으신가요? 저는 있거든요. 제가 다른 사람의 마음 속까지 모두 들여다 본것은
아니지만
, 사실 이러한 사태는 특별한 사람만이 가지는 예외적인
경험
이라기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씩은 겪게 되는 보편적인
경험
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대중가요 가사에까지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

 

안타까운 사실은 이러한 보편적인 경험조차 현실에서는 공개적으로 터 놓고 말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 친구의 애인을 좋아한다고 누군가에게 고백하게 되면 비도덕적인 인간이나 파렴치한으로 매도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 해서, 대개의 경우 어느 누구에게도 상의조차 하지
못한 채, 혼자서 괴로워하기만 합니다
. 안타까운 현실이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눈밝은 분이라면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이 대목에서 우리는 프로이트
라캉이라는 정신분석학자들을 만나야 할 때입니다. 친구의 애인에게 한번이라도 마음이 끌렸던 사람이라면 공부에 더욱 몰입이 되겠죠. 감정이입 팍~~~ㅋㅋ

 

내가
한 발견이 세 번째 인간을 모독한 사건이다
.”

프로이트가 한 말입니다. 인간에게는 의식 너머에 무의식의 방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프로이트는 자신의 발견에 대해 스스로 대단하다고 느낀 듯 합니다. ‘지동설’, ‘다윈의 진화론
함께 자신이 발견한 무의식의 방이 기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혁명과도 같은 발견이라는 것이지요
. 한마디로
사람들이 그의 발견을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라고 말해주길
바랬나 봅니다
. 이러한 바람은 실제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그의 강좌를 듣고 있는 것이겠지요.

 

프로이트가 발견한 무의식의
세계는
나는 나라는 집의 주인이 아니다라는 말로도
요약됩니다
. 흔히 우리는 나라는 주체’가 당연히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다시 말해 의식하고 있는 것처럼존재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이것이 잘못된 생각이라고 주장합니다. 우리의 생각, 의식은 빙산의 일각일 뿐, 나를 구성하는 것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것이 있는데
, 이것이 나도 모르게존재한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나도 모르게 존재하는 것을 바로 무의식이라고 부르는데,
녀석이 사실은 나라는 집의 진짜 주인이라는 것입니다
. 그러니까, 나의
생각
(의식)은 셋방살이를 하고 있는 셈이지요. 요컨대 의식은 가짜고 무의식이
진짜 나라는 말입니다
.

 

의식보다 무의식이 진짜 주인, 즉 내 모습을 더 잘 드러낸다는 프로이트의 주장은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가령, 한가한 일요일 오후에 남자친구가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근처에 일이 생겨서 왔다가 커피 한잔 얻어먹으려고 10분 뒤에 방문하겠다고
합니다
. 늘어지게 휴식을 취하고 있던 여성은 갑작스런 남친의 방문에 매우 분주해졌습니다. 일단 어지럽혀진 거실의 물건들을 마구 잡이로 주워담아서 안방에 던져 넣습니다.
잠시 후, 간신히 거실은 그런대로 남친에게 보여줄 정도는 되었습니다. 대신 안방은 난리가 났겠지요. 하지만 별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남친에게 안방까지 보여줄 건 아니거든요. 10분 뒤 방문한 남친은
거실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 ‘우리 여친이 생각 외로 깔끔한 구석이 있군. 쉬는 날인데도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정돈을 잘 해놓고 있는 것 보면 말이야.’
(벤호건이 젊었던 시절에 남성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구호가 생각나는 순간입니다. “속지말자 조명빨, 다시보자 화장빨!”)

 

여기서 질문하나. 여성을 실제 모습을 잘 드러내는 것은 거실일까요, 아니면 안방일까요? 당연히 안방입니다. 거실은 남친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재빠르게 꾸며낸
공간일 뿐입니다
. 프로이트 식으로 말하자면, 거실은 의식의 방이며, 안방은
무의식의 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의식의 방인 안방이 그녀의 존재를 더 잘 드러내는 공간이죠
(다른 점이 있다면, 여성은 안방의 상태를 잘 알고
있지만, 프로이트가 말한 무의식의 방은 자신도 잘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긴 합니다)
. 아무튼, 핵심은 의식보다는 무의식이 진짜라는 말입니다. 해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의 핵심은 이러한 무의식의 세계를 분석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무의식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프로이트는 꿈이나 실수에서 무의식이
잘 드러난다고 주장합니다
. 그에 따르면, 꿈이란 아무런 이유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 특정한 욕망의 텍스트입니다. 물론, 있는 그대로 현실이 꿈에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변형과정을 거치게 되죠.
주로 압축이나 전치의 과정을 거치는데, 자세한
내용은
2강에서 다룰 예정이어서 여기서는 패스합니다. 아무튼
프로이트는 이러한 꿈을 잘 해석하면
, 무의식의 세계를 어느 정도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그의 책이 <꿈의 해석>이죠).

 

프로이트로 돌아가자고 주장한 라캉은 프로이트의 사상을 새롭게
풀어주는 정신분석학자입니다
. 그는 나는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하고
,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한다

말로 무의식의 자리를 드러냈습니다
. 알다시피, 근대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말을 통해 생각
(사고)와 존재를 등치 시켰습니다. 하지만, 라캉은 이러한 등식(사고=존재)을 부정해 버립니다. 사고와 존재가 어긋나는 곳이 있다는 것이지요. 친구의 애인에게 끌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사고], 웬일인지 마음이 끌리죠[존재]. 이처럼 사고와 존재가 불일치하는 지점이 무의식의 작용이 있는 곳입니다.
, 의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고 작용이 존재하는데, 이것도 또 다른 인간의 존재방식
(사고방식)이라는 것이지요(따라서, 친구의 애인에게 끌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인간의 존재방식입니다. 파렴치한으로 매도한 일만은 아닙니다~~). 이것이 바로 욕망과 연결됩니다. 해서, 정신분석학에 대한 이번 강의는 자신의 욕망에 대해서 솔직해지는 기회이기도 하죠. 왜 이번 강좌의 제목이 <욕망의 문 앞에서 만난 프로이트와 라캉>인지
아시겠지요
?

 

라캉은 이러한 욕망을 아버지의 이름’, ‘거울단계’, ‘상상계, 상징계, 실재등의
개념으로 설명하게 되는데
, 이것은 앞으로 차근차근 배워나가야 할 주제이기 때문에 상술하지는 않겠습니다. 1강에서는 양운덕 샘이 프로이트와 라캉의 사상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열거하듯 말씀해주셨습니다.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함께 말이죠. 다음 강좌부터는
구체적인 개념에 대한 자세한 배움의 기회가 있을 듯 해서 더욱 기대가 됩니다
. 1강에서 제가 주장하고 싶은 바는 친구의 애인에게
마음이 끌려도 너무 자책하지 말자입니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라는 뜻입니다.
아무튼 이번 강좌를 통해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지고
, 또 충실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이상 1강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2
  • 2015-01-09 14:25

    하하 저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벤호건님의 욕망에 충실한 후기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강의를 들을 때마다 관련 텍스트를 찾아 읽는 벤호건님과

    진지한 수강생들을 위해 양운덕 샘이 추천한 도서목록을 다시 알려드립니다.

    아래 추천도서와 메모는 양운덕 선생님이 쓰신 것입니다. 

    참고하시구요.. 다음주 강의를 위해 추천한 책은

    비트머의 책이랍니다. 여기서 오이디푸스컴플렉스 관련 부분을 추천하셨습니다.

    ----------------------------------------------------------

    *비트머:
    (
    홍준기 옮김)
    <
    욕망의 전복>,
    한울

    *조엘 도르:
    (
    홍준기 옮김)
    <
    라깡과 정신분석임상:
    구조와 도착증>,
    아난케

    *자크 라캉:
    (
    세미나 11)
    <
    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 개념>
    (맹정현,
    이수련 옮김),
    새물결

     

    *맹정현:
    <
    리비돌로지>,
    문학과 지성사

    * 임진수:
    <
    남근의 의미작용>;
    <
    상징계-실재계-상상계>;

                  <부분 대상에서 대상a로>;
    <
    실재와 진실>,
    <
    네 가지 담화>(프로이트 라캉 학교),
    파워북

     

    라캉에 관한 참고서로 비트머의 책이 모범적입니다.

    조엘 도르의 일련의 저작들도 추천할만합니다.

    그런데 라캉 세미나 가운데 번역된 것이 한 권밖에 없고, 그 내용도 어려워서......

    그밖에 맹정현, 임진수 선생의 책들을 추천하는데 

    임선생 책은 강의록 형식인데 읽기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주제별로 골라서 보셔도 되고..... 

     

  • 2015-01-09 20:37

    벤호건님의 후기는 역시 재밌어요~ㅋㅋ

    아 근데 요요님.. 추천도서가 저렇게 많았던가요... ㅜㅜ

    <욕망의 전복> 한두장 넘어가다 제자리 두어장 넘어가다 제자리예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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