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라캉 4강 후기

봄날
2015-01-28 13:10
550

자기 소개할 때 "두번 씩이나 빠졌는데 헤메는 건 마찬가지인 것같다"고 말했다가 원성을 들었던 봄날입니다.

물론 그건 강좌에 빠진 것에 대한 변명이었구요, ㅠㅠ


4강도 역시 눈에도 귀에도 익지 않은 불어원음으로 설명하시는 선생님의 말씀을 자장가 삼아 몽롱하게 시작했지요.

그런데 본격적인 상징계의 설명부터 제 정신으로 돌아왔습니다. ^^

강의안에는 <도난당한 편지>라고 되어 있는데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잃어버린 편지>로 해석된 경우가 많네요.

그 줄거리는 대강 이렇습니다.


"19세기 프랑스. 어느 날 왕비가 굉장히 중요한 편지한 통을 받게 된다. 절대 왕이 보아서는 안되는 편지. 그 편지를 막 숨기려는 찰나 왕이 들어와 왕비는 편지를 그냥 탁자에 놔둔다. 그때 D.장관이 들어오고 왕비의 시선이 편지를 향한다는 걸 눈치챈다. 그는 슬며시 주머니에 있던 자기 편지 한장과 바뀌치기한다. 왕비는 결코 이 시점에서 그를 붙잡지 못하는 것은 물론 말도 한 마디 못하고 D.장관에게 당한다. D.장관이 편지를 가지고 사라진 후 왕비를 경찰을 시켜 D.장관의 집무실을 뒤지지만 편지의 행방은 묘연하다. 편지를 찾지못한 경찰국장은 뒤팽에게 의뢰한다. 뒤팽은 문제의 편지가 어이없게 화로 중앙에 매달린 편지꽂이게 들어있는 걸 보게 된다. 그는 편지를 꺼내고 자기가 가지고 간 편지를 그 자리에 넣어둔다. 사실 뒤팽과 D장관은 서로의 글씨체를 알 정도로 잘 아는 사이이며, 뒤팽은 예전에 비엔나에서 장관에게 호되게 당한 적이 있다. 뒤팽은 자기가 가지고 간 편지에 "이토록 사악한 계략은 아트레우스에게는 적합하지 않아도 티에스테스에게는 합당하다"라는 구절을 써놓는다. 이 대사는 비극작가 크레비옹이 쓴 <아트레우스와 티에스테스>의 한 부분으로 이 유명한 형제들은 목숨을 걸고 유치하게 싸우는 한쌍이다. 우리는 이 대사를 통해 뒤팽과 D장관 역시 유치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라깡은 자신의 책<에크리> 서문에서 포우의 이 소설을 자신의 정신분석적 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세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편지를 찾을 수 없는 사람, 자신이 편지를 잘 감추었다고 착각하는 사람,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사람...소설에는 반복적인 3자의 구조가 있으며 각 장면마다 위치한 사람들은 바뀌지만 그 구조는 변하지 않습니다. (요소의 변화가 구조에 변화를 주지는 않는다는 거겠죠?) 인물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인물들 자신이 아니라 편지입니다. 우리는 편지를 본 적도 없고 거기에 어떤 내용이 씌여있는지 모르지만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편지로 인해 강박을 느끼고 편지에 예속된 인물들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4강에서 상징계만을 이야기하셨는데, 참으로 어려운 개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상징계는 주체를 구성한다. 상징은 대상을 대신하는 기호이다. 예를 들어 '강아지'는 실제 강아지가 아니라 기표 자체이다. 그리고 강아지 기호는 다른 기호들과 관계를 맺는다. 이때 강아지 기표는 다른 기표들과 다르기 때문에(차이) 자기일 수 있다....여기까지는 대충 따라갔던 것 같습니다, 에효~

상징계에서 주체들은 기표의 메시지를 전달할 뿐입니다. 소설에서 각 인물들은 기표(편지)에 의해 자리를 배정받고 욕망을 배당받고 행위동기를 받습니다. 즉 의미를 만드는 주체는 등장인물이 아니라 기표들의 '차이'라는 거죠. 등장인물들은 '양보다 온순하게' 기표를 따릅니다. 그리고 편지 때문에 억압당합니다. 왕비는 편지가 장관의 손에 들어간 것에 안절부절하고 장관은 자신이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며 편지를 완벽하게 숨겼다고 착각합니다. 뒤팽은 경찰이 샅샅이 뒤져도 찾을 수 없던 편지를 찾고 의기양양하지만 반복된 다음 장면에서는 자기 속임수로 장관이 보지 못한다고 착각하고 자기 욕망을 드러내는 위치에 서있습니다. 역시 편지의 노예가 되는 것이지요. 편지로 대변되는 상징계의 대타자는 이렇게 질서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지 못하고 기표에 의해 조종되는 존재를 만들어냅니다.

기표의 우위에 의해 구축된 구조는 개체들에 상관없이 변하지 않습니다. 기표의 질서는 단순한 언어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이고 기표들을 엮는 무의식적인 구조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라깡은 구조전복에 회의적입니다. 그럼 기표들의 질서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자유로운 언어를 구축할 수 있을까? 선생님은 68혁명을 이야기하셨는데 구조주의를 벗어나려는 노력 정도로 해석하셨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2강이 남았는데 프로이트와 라깡이 밝히는 무의식에서 억압된 욕망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을지...

그저 열심히 참석하는 수밖에요....

처음 음악을 들려주실 때 약간 지루했는데

어느 새 조금씩 바이올린이나 첼로, 피아노의 음율에 취해

밝고 편안해지는 느낌을 가지게 되더군요.

감사합니다.

댓글 4
  • 2015-01-29 20:12

    우아.. 이렇게 후기를 써주신걸 보니 다시 한번 강의를 되짚어보게 되네요~ 감사~ ^0^

    "양보다 온순하게" 기표를 따라 살아온 것 같은 저는.. 너무 그렇기 때문에 구조와 요소 이야기에 욱하면서도 뭔가 욱할 수 없는..

    억울하면서도 억울하기만 한것은 아닌.. 그런 심정이었던 것 같아요.. ㅜㅜ

     

    글구 저는 아직도 앞에 음악을 틀어주는 시간에 멍~해요.. 도무지  음악은 어렵네요.. >.<

    첫 수업듣고 모차르트, 베토벤 유투브까지 찾아가며 들었는데.. 뭐가 뭔지.. ㅜㅜ

    그래도 음악은 공부할 필요없다고 콕 찝어 이야기해주시니 맘이 편해지네요 ㅋㅋㅋㅋ

    에휴.. 근데 이것말고도 읽어야 할 책이.. 공부가.. 산더미 같아서 까마득...하니 답답합니다요 T^T

  • 2015-01-29 20:20

    구조에는 역사가 없지요.

    사람이 바뀌어도 자리는 바뀌지 않으니..

    잃어버린 편지 이야기를 통해 라깡이 구조주의를 도입하여

    분석하여 풀어나가는 욕망과 구조 이야기는  놀랍지만..

    삶이란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 않나,

    어디에나 틈이 있고, 어긋나는 선분이 있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들었답니다.^^

    • 2015-01-30 13:12

      그 틈 이나 어긋나는 선분 이야 말로 상징화 되기를 끝끝내 거부하는 라깡의 실재 겠지요.

      아 담번 강의 기대된다~~

  • 2015-02-01 01:56

    그 전주까진 정말 모르겠고 재미도 없어서....지난 시간엔 정말 수업에 갈까말까 고민이었는데...

    지난 시간부턴 참 재밌더라고요...그게 두번을 안 빠진 효과일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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