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3차 후기 - 이사열전전반부

자누리
2014-08-01 13:12
891

소진, 장의, 이사와 같은 인물들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사마천이 전하는 그들의 인물됨이 처세술에 능한자들로만 보이므로 맘이 편치 않다.

시대적 인물이라면 적어도 민중의 안위 정도는 걱정해주는 영웅의 기개 비슷하게 있어야 할 게 아닌가 말이다.


이사열전 첫 머리 이사의 행적을 암시해주는 한마디는 뒷간 쥐와 곳간 쥐(廁中鼠, 創中鼠)”이다.

사람의 잘난 건 처한 바에 달려있다고 하여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내는 이사의 면면을 그릴 것임을 예고한다.


이사가 보기에 때는 바야흐로 유세가가 잘만하면 권력을 움켜쥐기 딱 좋은 시대이다.

 “비천한 지위에 처해 있으면서 계획을 행하지 않는 것은 새나 짐승이 고기를 보고서도 사람의 앞이라 참는 꼴일 뿐이다.”

 이사는 荀卿에게 제왕술을 배운 후 작별을 고하고 진나라로 갔다


 진나라는 천하의 권력을 거의 쥐고 6국을 군현처럼 취급하고 있다고 이사는 보았다.

이사는 진나라의 재상 여불위의 가신을 거쳐 뛰어난 유세로 진시황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진시황은 이사의 충고를 들을며 계략을 써서 천하통일의 과업을 탄탄히 다져나갔다.

계략이란게 이런거다. 뇌물을 준다. 뇌물이 통하지 않는 자는 죽인다. 왕과 신하를 이간질시키고 뒤를 친다.

이사는 뛰어난 지략을 인정받아 객경으로 장관급 대우를 받기에 이르렀다.


승승장구하던 이사에게도 위기가 왔다. 진나라에 있던 한나라의 스파이 정국이 발각된 것이다.

 정국은 진나라의 국고를 탕진시키려는 전략을 세웠다. 그게 대규모 운하 사업이다.

이 대목에서는 누구라도 엠비를 연상할 것이다. 그도 스파이였나?하는....

기회를 잡은 왕족과 대신들은 모든 빈객을 축출하자 하였고 이사도 그 대상이 되었다.

이에 이사는 諫逐客書를 써서 진시황의 결정을 돌려세울 수 있었다. 간축객서는 그 문장이 아름다워 고문진보에도 실렸다.

요지는 선왕들 중 위업을 이룬 이들은 다른 나라의 뛰어난 인물들을 등용했기 때문이며,

왕이 쓰는 귀한 물건이나 음악도 온전히 너희나라게 있느냐는 것이다.

태산은 한줌의 흙도 양보하지 않았으므로 그 높음을 이룰 수 있었으며 하해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았으므로 그 깊음을 이룰 수 있었다.”


그로부터 20여년 후 진나라는 천하를 통일하였고 이사는 승상이 되었다.

 진시황은 공신들을 제후로 삼거나 봉토를 나눠주지 않았는데 이는 내란의 우환을 없애려고 한 것이었지만

역으로 반란을 일으키려는 명분이 될 수도 있으며 반란이 일어났을 때 우군을 만들 수 없다는 맹점이기도 했다.

순우월이 이를 지적하자 이사가 반박하는 글을 올렸고 분서갱유의 발단이 되었다.

이사의 상서의 내용도 그러했지만 사실 제자백가의 시절은 수많은 개인적 견해들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를 들어줄 제후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제 하나의 나라에서 개인적 견해들은 혼란만 부추킨다는 우려가 권력자들에게는 당연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개인적 견해들을 금지시키지 않으면 위로는 군주의 위상이 떨어지고 아래로는 당파가 형성될 것입니다.”

지식인들의 의견의 기초가 되는 육경을 없애지만 의약서와 복서, 농림서 등 실용서적은 그냥두라고 한 이상의 상서는 그대로 시행되었다.


이사가 자신뿐 아니라 일가친척이 모두 부귀영화를 누리게 되자 불안이 스멀스멀 밀려왔나보다.

나는 순경께서 사물이 지나치게 가득해지는 것을 금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을 들었다.

...만물이 극도에 이르면 쇠퇴하거늘 내가 어디서 멈추어야 할 바를 모르겠구나!”라고 이사는 탄식한다.


다시 廁中鼠, 創中鼠를 되돌아보게 된다. 자신이 어디에 처해있는가를 아는 것은 위로 올라갈 때만 필요한 건 아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기원전 560년 경 그리스 소국들 중 리디아왕국이 번성하여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 중 아테네의 솔론의 입법으로 유명한 바로 그 솔론이 방문했다.(오늘날, 실제로는 연대가 맞지 않아서 헤로도토스의 설정이라고 본다.)

솔론은 획기적 개혁입법을 만든 후 권력을 내려놓고 10년동안 세상을 주유중이었다.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는 그리스 7인의 현자 중 한 명인 솔론에게 그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행복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물론 크로이소스는 은근히 바로 당신이오이 대답을 기대했을거다.

그러나 솔론은 첫째도, 둘째도 다른 사람을 댔다.

첫째는 자손이 모두 번성하고 살림이 넉넉할 때 장렬한 전사를 한 사람이다.

둘째는 어떤 형제로 그들은 뛰어난 전사들로 공을 세운 뒤 축제에서 모두들 보는 가운데 신이 데려가는 죽음을 맞았다.

솔론이 그들을 택한  이유인 즉, “행복하게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는 그가 행복하다는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죽기 전에는 행복하다해도 운이 좋았을 뿐이며 신께서 행복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듯하다가도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은 자족하기보다는 늘 부족하게 여기기 때문에 파멸을 멀리할 수 없다는 거다.

크로이소스는 물론 행복한 죽음을 맞지 못했다.

   

이어질 이사의 비루한 결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살아가면서 최소한 명예로운 죽음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우리가 무얼할지 모르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조고와 벌이는 모반에 관한 논쟁은 다음 시간에 이어진다.


*더워서 후기 쓰기도 헉헉... 읽기는 더 헉헉... 그러나 다들 덥다고 자지말고 공부합시다!!

댓글 1
  • 2014-08-05 16:20

    오늘 이사 열전이 끝났고^^ 자누리샘은 조고와 이사의 모의 정도로

    권력을 장악하는 게  어딘지 석연치 않다.

    우리가 알 수 없는 당시의 진나라의 권력의 속성이 있지 않을까?

    그 질문이 해결이 안 된다고 지적했지요^^

    그러다 점심도 늦게 먹었는데....

    저도 자누리샘의 문제 제기를 듣고 계속 그 질문이 마음에 남는군요.

    사기열전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생사를 접하면서

    인간사란 것이 원래 그렇지..

    조고나 이사 역시 개인의 욕망을 끝까지 밀어붙인 한낱 인간에 불과하지...

    매번 그런 결론에 도달할거라면 우리가 굳이 이런 책을 읽을 필요가 뭐 있겠니?

    뭐 이런 논지의 부연 설명도 같이 하셨죠^^?

     

    이들의 역사에 우리가 감지 못하는 뭔가 있지않을까?

    나는 그게 뭘까.... 계속 궁금해지네요...

    그러면서  "시대적 인물이라면 적어도 민중의 안위 정도는 걱정해주는 영웅의 기개 비슷하게 있어야 할 게 아닌가 말이다"

    라고 딴지를 건 샘의 후기 첫 문장을 읽을면서 풋 웃음이 나는 건 또 뭘까요?^^

     

    민중의 안위를 걱정하는 영웅의 기개라.....음.....

    요즘은 늘 인간이라면 가능한 일과 인간이기에  불가능지 않아? 사이를 하루에도 수 만 번

    널뛰면서 이것도 수긍이 안 되고 저것도 암담하기가 일쑤라....

    갑자기 샘의 저 표현이 낯설게 보여서 그럴까요?

    샘의 질문은 오래 오래 묵혀가면서 공굴려 보겠습닏^^

     

    저는 오늘 호해가 무릇 천하를 가진 자의 포부는 이러하다라는 구구절절을 들으며

    한비자의 왕 된 자의 모습이 어떠해야 한다던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실제로 한비는 호해가 원하는 왕이 되는 방법은 이병 = 상과 벌만 잡고 있으면 가능하다 했는데요.

    그런 한비가 노자의 주해를 최초로 한 사상가잖아요.

    근데 노자를 정치학 측면에서 보면 무위라고 할 수 있는데요.

    호해의 욕망에 비치는 것도 무위의 측면이 있지 않을까요?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원하는 모두를 누리겠다.

    그렇다면 노자의 무위는 어떤 무위일까요?

    이건 유가들도  주장하는바인데요 백성들이 임금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가 무위의 경지라고 하지요.

    유가는 그것이 인의로 다스릴 때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제가 궁금한 것은 노자의 무위지치가 상태와 호해의 무한 욕망의 상태가 어딘지 겹친다는 거지요.

    그럼.... 맹자의 여민동락은 또 안 겹치나요? (이건 우쌤도 지적하셨지요^^)

     

    노자의 무위지치는 "뼈꼴 빠지게(우샘관용어)" 왕 스스로 일하지도 않으면서

    다스려지는 정치일까요?

     

    새삼 한비가 노자를 주석한 심정이 궁금해지는데요.

    독책지술이 가능해지면 무위지치는 이루어진다?
    한비자가 주장한 것은 이런 것이었을까?

    작년에 띄엄띄엄 읽었던 한비자가 진나라의 성쇠에 겹쳐 질문이 꼬리를 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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