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2일 진시황본기 후기-진나라 멸망

자누리
2014-07-26 04:39
2037

이번 시간에는 진나라의 몰락을 봤습니다. 은퇴가 느껴졌고에너지가 쫘악 빠져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BC 221년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의 뒤를 이어 BC 210년 황제가 된 이세 황제 호해는 그 재임기간이 겨우 3년이었습니다.

이 왕조의 몰락 과정은 그 상세함이 다른 어떤 텍스트에서 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합니다.


조고의 손에 모든 것을 맡긴 이세 황제가 나라의 운명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항우와 유방이 진격해오고

 연, , , , , 6국이 스스로 왕을 세우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조고는 황제에게 이런 말만 하고 있었다네요.

관동의 도적들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항우가 진나라 장군 왕리를 사로잡고 유방이 무관을 함락시키자 조고는 두려워졌습니다.

나라가 위태로워졌음에도 조고가 두려워한 것은 자신이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그가 택한 것이 모반일 수 밖에 없지요.


조고의 두려움을 배가 시킨 설정으로 황제의 꿈이 있습니다.

이세 황제는 백호가 자신의 수레를 끄는 말을 물어뜯어 죽이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것도 네 마리 말 중 가운데 있는 복마가 아니라 양쪽 끝에서 방향을 지휘하는 참말이었다는 극적 설정은 섬세함과 긴장감을 더합니다.

이세황제가 마지막을 맞이한 것도 꿈의 부정을 막기 위해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장소입니다

 꿈 해몽가들은 경수의 水神이 장난을 치는 것이니 목욕재계하고 말 네필을 물에 빠트리고 제사를 지내라 했지만 별 효력이 없었던 셈입니다.


꿈과 예언은 동서양 공통의 설정인가 봅니다. 헤시오토스의 <역사>에 보면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꿈 해몽이 신통치 못한 경우도 자주 나옵니다. 예를 들어 BC 560년 경 페르시아를 막강하게 했던 왕 퀴로스의 탄생 신화도 그러합니다.

그리스의 부족 중 하나인 메디아의 왕 아스튀아게스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그 딸이 어마어마한 양의 오줌을 누어 메디아족의 도시가 잠기고 온 아시아가 범람하는 꿈을 꾸었습니다.(김유신의 누이?)

 꿈해몽가(마고스라합니다)들은 그 딸이 낳은 아이가 왕이 될 거라고 했겠지요.

왕은 딸이 낳은 아이(튀로스)를 신하에게 죽이라고 했으나 어찌어찌하여 아이는 시골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튀로스가 친구인 아이들과 놀이를 하면서 왕노릇을 하였고 귀족 아이를 규율에 따라 매를 때리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왕에게까지 알려졌습니다.

왕은 퀴로스를 보자 자신의 손자임을 알게 되었고 다시 마고스들에게 이 아이를 어찌해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마고스들은 놀이로라도 이미 왕이 되었으니 꿈은 실현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살려두어도 된다고 했고,

결말은 퀴로스가 마고스들의 해몽과는 달리 진짜 왕이 된다는 겁니다.

꿈해몽가들, 질서를 지키려는 자들은 격변을 알아차릴 시력을 가질수 없는 게 아닐까요?


이세황제가 죽은 후 조고는 이세황제 형의 아들 자영을 진나라 왕으로 삼았습니다.

황제라는 칭호를 스스로 버리고 다른 여섯나라와 같은 반열로 낮춘거지요.

자영은 즉위한 지 닷새만에 조고를 죽이고 사십육일만에 초나라 유방에게 투항했습니다.

유방이 패상으로 물러나 주둔한지 한 달만에 항우가 맹주가 되어 자영과 진나라 왕족들을 죽이고 궁실을 불태워 진나라는 멸망하게 됩니다.


이세황제와 조고가 죽는 과정에 생각해볼 거리가 있습니다. 너무 쉽게 죽더라는 겁니다.

이세황제는 조고가 보낸 장수 염락과 군졸 천여명에 의해 저항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우쌤은 실제 왕권 쿠데타에는 그리 많은 인원이 필요치 않다고 보십니다. 천명도 많다고. 몇 십명만으로도 가능했을거라고.

사극을 볼 때 왕이나 신하 중 권력을 가진 자는 병권을 쥔 자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병권을 쥐고 있다해도 왕은 궁 안에 무기를 든 자를 많이 둘 수 없다고 합니다. 언제 살수로 돌변할지 모르니까요.

그렇다면 권력은 어쩌면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 같아도 가까이 둘 수 없는 무력을 가진 왕, 그 왕은 무력을 지녀서가 아니라 다른 이들이 권력을 주었기에

왕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사회계약설이 아니어도 권력은 우리가 매번 주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류학적으로 살펴본 인도양의 마다스카스 지역의 메리나 부족은 왕권과 관련되어 모순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합니다.

그들은 왕은 하늘로부터 그 권위를 부여받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주기적으로 왕의 권위를 인정하는 제의를 치릅니다.

그리고 사실 "왕은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았다"는 속담도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제의는 왕이 하나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왕의 권위를 창조하는 기획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시황 본기에는 세 가지 부록이 달려있는 게 특징입니다. 賈生의 과진론過秦論이 길게 들어있고

진나라 연대표와 후한의 반고의 기록이 들어 있습니다.


가생은 한나라 효문제 시대에 천재로 불리던 문인입니다.

사마천은 나는 굴원의 이소(離騷), 천문(天問), 초혼(招魂), 애영(哀郢)을 읽고 슬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진시황본기와 관련되어 고문진보에 들어 있는 굴원의 어부사, 가생의 조굴원부, 이사의 간축객서, 그리고 출사표가

있는데 그  중 먼저 가생의 조굴원부를 찾아보습니다.

 

      

弔屈原賦(조굴원부)-賈誼(가의)

恭承嘉惠兮(공승가혜혜): 삼가 천자의 은혜를 입어    

竢罪長沙(사죄장사) : 장사에서  죄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仄聞屈原兮(측문굴원혜): 어렴풋이 듣건대, 옛날의 굴원은    

自湛汨羅(자담골라)로다 : 멱라에 몸을 던져 죽었다고 하니    

造托湘流兮(조탁상류혜): 내 이제 상수에 기탁하여    

敬弔先生(경조선생)이라 : 삼가 선생을 조문하노라     

遭世罔極兮(조세망극혜): 선생은 실로 무도한 세상을 만나 망극하여

迺殞厥身(내운궐신)하니 스스로 벽라에 그 몸을 던져 운명했으니

烏虖哀哉兮(오호애재혜): 아아, 슬프도다   

 

 逢時不祥(봉시불상)이라 : 때를 만남이 상서롭지 못함이여    

鸞鳳伏竄兮(난봉복찬혜): 난새와 봉황새는 숨어 피해 버리고,    

鴟鴞翶翔(치효고상)이라 : 부엉이와 올빼미가 날뛰는구나    

闒茸尊顯兮(탑용존현혜): 어리석고 무능한 사람이 존귀해지고    

讒諛得志(참유득지)참소하고 아첨하는 자들이 뜻을 얻었으며    

賢聖逆曳兮(현성역예혜): 현인과 성인은 오히려 끌려다니고    

方正倒植(방정도식)이라단정하고 바른 사람은  거꾸로 세워졌도다    

謂隨夷溷兮(위수이혼혜): 변수와 백이를 부정한 사람이라 하고    

謂跖蹻廉(위척교렴)이며 : 도척과 장교를 청렴하다고 하며    

莫耶爲鈍兮(막야위둔혜): 막사같은 명검을 무디다고 하고,    

鉛刀爲銛(연도위섬) 이라  : 납으로 만든 칼을 예리하다 하는구나    

于嗟黙黙(우차묵묵): , 뜻을 얻지 못하고 침묵하고

生之亡故兮(생지망고혜)선생은 까닭 없이 화를 당였도다    

斡棄周鼎(알기주정): 이를 비유해서 말하면, ()의 정()을 내버리고,    

寶康瓠兮(보강호혜): 흙으로 빗은 대호(大瓠)를 보배로 여기는구나    

騰駕罷牛(등가파우): 지친 소에게 수레를 매어 끌게 하고,    

驂蹇驢兮(참건려혜): 절름발이  노새를 곁말로 함과 같음이로다    

驥垂兩耳(기수양이)하고 : 준마는 두 귀를 늘어뜨리고    

服鹽車兮(복염차혜)하고 : 소금 수레나 끌게 함은

章甫薦履(장보천리): 장보(章甫)라는 관()은 발밑에 깔리게 함이니    

 漸不可久矣(점불가구의): 그 같은 처지에 오래 머무를 수 없도다

嗟苦先生(차고선생)이여 ! 선생이시여    

獨離此咎兮(독리차구혜)로다 : 홀로 더러움을 당하셨구나

誶曰已矣(수왈이의)이에 말하기를, "끝났도다.

國其莫吾知兮(국기막오지혜): 나라에서 나를 알아주는 사람 하나도 없구나." 고 했으니

予獨壹鬱其誰語(여독일울기수어): 내 홀로 답답한 맘을  누구에게 말할까    

鳳縹縹其高逝兮(봉표표기고서혜): 봉황새는 훨훨 날아 높이 날아가니    

夫固自引而遠去(부고자인이원거): 스스로 물러나 멀리 떠나버리는도다

 

 

襲九淵之神龍兮(습구연지신룡혜): 깊은 못에 몸을 사리고 있는 신묘한 용은    

沕淵潛以自珍(물연잠이자진)이라 못에 잠겨 스스로 몸을 진중히 여기는구나    

偭蟂獺以隱處兮(면교달이은처혜): 수달의 무리를 피하여 숨어지내니    

夫豈從蝦與蛭螾(부기종하여질인)이리오 : 어찌 새우나거머리그리고 지렁이 따위와 어룰리겠는가    

所貴聖之神德兮(소귀성지신덕혜): 귀하게 여기는 바는 성인의 신성한 덕이니    

遠濁世而自臧(원탁세이자장)이니 : 혼탁한 세상을 멀리하여 스스로 숨었도다    

使麒麟可係而覊兮(사기린가계이기혜)인댄 : 기린이라도 묶어서 굴레를 씌운다면     

豈云異夫犬羊(기운이부견양): 어찌 개나 양과 다르다고 말하겠는가

般紛紛其離此郵兮(반분분기이차우혜): 어지러운 세상에서 머뭇거리다가 참소를 당하심도 

亦夫子之故也(역부자지고야)니라 : 또한  선생의 잘못이었구나    

歷九州而相其君兮(역구주이상기군혜): 온 천하를 두루 다녀 밝은 임금 섬겨야지    

何必懷此都也(하필회차도야): 하필 이 초나라 도성만을 생각했는가    

鳳凰翔于千仞兮(봉황상우천인혜): 봉황은 천 길의 하늘을 날다가    

覽德輝而下之(람덕휘이하지)로다 : 성군의 덕이 빛남을 보고서 그 곳에 내려    

見細德之險微兮(견세덕지험미혜): 덕이 없는 험악한 조짐이 보이면

遙增擊而去之(요증격이거지)로다 : 다시 날개를 쳐 멀리 떠나 버리는도자    

彼尋常之汙瀆兮(피심상지오독혜): 저 보통의 웅덩이에    

豈容呑舟之魚(기용탄주지어)리오 : 어찌 배를 삼킬 큰 물고기를 담을 수 있겠는가

橫江湖之鱣鯨兮(횡강호지전경혜): 강과 호수를 가로지를 만한 전어나 고래라도

固將制於螻螘(고장제어루의)로다 : 진실로 땅강아지나 개미에 제압당할 것이다


(어부사, 간축객서, 출사표는 다음 주에...)

 

댓글 1
  • 2014-07-26 15:18

    드디어 자누리의 <사기>가 시작되었네요.

    반갑구, 반갑구...또 반갑구....

     

    그리스 고대철학과 장자철학의 비교...계속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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