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차 부담바다봄 2회 <기억전달자> 후기

지원
2014-05-19 20:42
1745

2014. 5. 18/ 해봄/ 부담바다봄/ 로이스 로리 <기억전달자>/ 민지, 명식, 승목, 지원

김지원

줄거리

 가까운 미래, 주인공 조너스가 사는 곳은 모든 것이 통제된 사회다. 이 통제는 원로원이라고 부르는 집단이 관리하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이를테면 규칙을 정하고 부부의 연을 만들어주고, 아이를 입양시키고, 직업을 정해주는 것 까지 모든 것에 관여한다.

이 사회는 인간의 삶을 위협할만한 모든 요소를 제거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람들에게서 선택할 권리마저 앗아갔다. 대신 사람들에겐 갈등이 없고, 고민이나 걱정이 없으며, 두려움에 떨 일도, 특정 대상에 불만을 품을 필요도 없다.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사회의 아이들은 12살이 되면 일종의 성인식을 치루며 직업을 배정받는다. 주인공인 조너스는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고, 명망있는 기억 보유자라는 직업을 배정받는다.

기억 보유자는 사회에서 유일하게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사회에서 문제가 생기면 원로원들은 기억 보유자에게 조언을 구한다.

 

기억은 단순한 신체 접촉만으로 선대 기억 보유자에게서 조너스로 전달된다. 긍정적인 기억햇살, 바람, 썰매, 아름다움 등을 시작으로 자연재해, 전쟁, 가뭄 등의 고통스런 기억까지 전달되고, 인간이 지니는 모든 감정들, 기쁨, 슬픔, 고통, 죽음까지 전해진다. 그러나 단순한 기억의 전달이라고 하기엔 조너스가 감당해야하는 무게가 너무 크다.

 

급작스런 기억의 소용돌이 속에서 조너스는 커다란 혼란과 통증을 느낀다. 혼란 속에서 조너스는 유일한 기억 보유자라는 특권은 결국 특권이 아니라 순교자로 내몰리는 희생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의문, 모든 사람이 기억을 나눠 가지면 더 좋지 않을까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의문은 의심이 되고, 의심이 확신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조너스는 자신이 속한 가정에서 돌보고있던 아기, 가브리엘이 직위해제, 그러니까 안락사 당할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것을 계기로 조너스는 탈출을 결심한다.

조너스는 안정과 안전, 걱정 없음으로부터 한치 앞을 모르는 정글로 들어간다.

 

간단한 줄거리와 함께, 내가 준비한 질문으로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로이스 로리의 소설 속의 세계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세계 중, 나라면 무엇을 선택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설 속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는 무엇이 다르고, 같은지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헌데, 나와 명식이 형의 의견은 이 두 세계의 본질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기억전달자의 세계가 안전과 질서를 명분으로 기억을 사람들로부터 가져갔으며, 여러 가지 장치들을 통해 그들을 완벽하게 통제한다. 그리고 구성원들은 이 세계의 규칙에 순응한다(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순응이라는 선택을 하는 것인지, 혹은 순응을 할 수 밖에 없는 사고 구조만을 가진 것인지는 명확치 않지만, 어쨌든 그렇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도 그러한 본질을 가지고 있다. 안전과 질서, 평화를 위해 국가는 법과 경찰, 통치를 한다. 다른 말로 이는 통제일 수도, 규범적 억압일 수도 있다. 물론 우리는 이것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이에 많은 부분 동의한다. 동의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거라고 믿기때문에.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것은 통제가 완벽한가, 혹은 완벽하지 않은가이다. 현실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제도에 대한 불만, 권력자에 대한 불만, 분노, 슬픔 등. 반면 기억전달자의 세계에선 감정 자체가 없으며, 이러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곧바로 사회로부터 배제될 것이다. 혹은 도망만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다조너스의 경우처럼.

 

 이제 두 가지의 선택지가 놓인 것이다. 가난, 불평등, 편견, 일체의 불만이 없지만 완벽히 통제된 삶과 목소리를 내고, 선택을 할 자유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지만 안 좋은 많은 것들과 함께하는 삶. 어느 누구도 쉽게 선택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자유를 외치지만, 실제로 우리가 외치는 것들이 변화한 적이 있는가? 가장 중요한 통제로부터의 자유는 누구도 가져본 적이 없지 않은가? 통제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을 우리는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그것은 통제이고, 여전히 국가이지 않은가? , 우리는 과연 완벽히 통제되는 삶을 무력한 자유의 삶보다 더 나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조금이나마, 자유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는 삶이 더 좋은 삶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가? 모르겠다.

 

 현실에 살고 있는 우리가 소설 속의 세계를 선택하기에는, 소설 속의 세계에 대한 상상력이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결론 내기 어렵다고 이야기가 되었다. 대신 이야기를 하며 내가 준비한 다른 질문들, 자유라는 것은 있는가? 사회, 평화, 안전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나마 나눌 수 있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의 변화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하는가?

 

 위의 질문, 그러니까 두 세계의 공통점과 차이점, 본질에 대한 이야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고, 나머지는 두 번째 질문으로 채워졌다. 현실과 소설 속의 세계가 공통적인 본질을 가지고 있다면,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변화라는 것, 통제로부터 멀어지는 것은 가능한가?

 

 쉽게 소화하기 버거운 국가를 잠시 뒤로 미루고, 우리는 국가와 같은 본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경험했던 학교를 예로 들어 이야기했다.

 

 (1) 학교는 공부를 하는 곳이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도록 하는 것이 학교의 본질이다. 학교는 이를 위해 학생들을 분할하고, 통제하고, 때로 억압한다. 물론 때로 칭찬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이 본질로부터 탈출하기 위하여 명식이형은 관계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린 친구를 만듦으로서 공부를 해야하는 학교친구와 만나기 위한 학교로 변화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2) 나와 민지는 조금 더 나아가서, 친구를 만나는 경험까지 학교의 본질 속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우린 누구나 학교에 가서 친구를 만든다. 학교에서 친구를 만들지 않고 싶어 하는 학생은 없다(물론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친구를 만드는 것이 학교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한 요소인 것이다. 학교는 이를 잘 알고 있다. 우린 친구에게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친구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배운다. 경험으로부터도 배우지만, 일종의 이상적인 친구관계의 상을 학교가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단순한 친구 만들기는 학교에 어떤 변화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오히려 친구를 만들지 않는 행위가 학교에겐 더 위협적인 것이다.

예를 들자면 왕따가 있을 수 있다. 친구를 만들지 못하고,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한 아이는 학교의 본질에 어떤 변화를 가한다. 왕따에게 학교는 고통스러운 곳이 되고,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왕따를 시킴으로써 내가 폭력으로써 힘을 가질 수 있는 곳이 된다. 학교는 물리적인 힘으로 위계가 결정되어선 안 된다. 공부의 능력을 통해 위계를 만들어야한다(물론, 이것이 효력이 있을 때 까지만). 학교는 왕따를 당하는 아이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변질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는 상담을 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벌을 주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학교의 본질이 방해받지 않을 때 까지 아이들을 교정하고, 교화할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왕따를 시키는 것이 답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왕따가 만들어졌을 때 생기는 어떤 효과, 학교가 가만히 둘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다. 우린 그런 식으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친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친구들과 무엇을 하느냐혹은 친구를 어떤 방식으로 만들 것이냐가 중요한 것이다.

 

 (3) 그럼에도 여전히 이것은 어려운 문제다. 학교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야기는 이정도 수준에서 마무리 되었다. 다시 국가의 문제로 돌아가 사고를 펼치기엔, 아직까지 우리의 사유의 수준이 부족하다.

 

  다음주에 영화 타인의 삶을 보며 이야기를 진전시켜 보기로 한다.

 

 + 세미나 중 잠시 이야기가 나왔던 자유와 관련해, 내가 문탁에서 처음 쓴 에세이를 공유한다. 수준도 낮고, 깊이도 없지만 혹시나 참고가 될까 싶어서..! 2013년 공공공 프로젝트에서 마이클 샌델부터 시작해 고소, 지크문트 바우만, 슬라보예 지젝 등을 읽고 쓴 에세이<불가능한 것들이 말해주는 가능성>이다.

 

 

댓글 7
  • 2014-05-19 21:22

    이우학교는? 이우학교는 공부하는 곳은 아니다. 왕따역시 위협의 대상이 아니다. 왕따는 당연한 것 하지만 해결하지 못하는 것 그러니까 건드리지 않는 것. 이우학교의 왕따는 먼지같은 존재일 뿐이다. 반면 특이하게도 이우학교는 반항을 아주 자랑스럽게 그리고 성장의 당연한 과정으로 보듬는다. 그래서 괴롭히는 아이들은 신망받는다. 이들은 격려와 사랑 관심을 받는다. 왕따 당하는 친구들은 잊혀지는 동안 괴롭힌 이들은 모두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이우학교의트레이드마크가 되고 교사들의 주 업무가 된다.

    학교는 공부하는 곳인가? 교육이 공부가 우선인 것은 표면에 드러나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삶은 물론 공부로 가득차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밥먹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의무이고 눈에띄기 쉽게 포섭해 놓은 것이 아닐까? 우리가 주시해야 할 것이 공부라고 보는 건 학교와 권력작용을 너무 시시하게 보는 것 같다. 그러니 우리가 봐야할 것은 공부를 하는 학교가 아니라, 공부 아래 감춰진 무수한 장치들로써 학교. 우리가 저항해야 할 것은 공부시키는 학교가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다.

    • 2014-05-19 21:34

      호호호...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함. 현재는 이우학교와 같은 대안학교를 포함하여 5년차가 된 혁신학교들, 그리고 비인가 학교, 심지어 홈스쿨러들까지 관통하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 그렇지만 부담바다봄에서 그 이야기까지 하면 시간도, 대화의 깊이도, 이해의 폭도 너무 좁아질 것 같아서 이정도까지만 이야기 했음. 내가 이우학교의 장치들에 대해서 쓴 에세이를 한 번 읽어보3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물론 이것도 다시 보니 개발새발임)

      • 2014-05-19 22:33

         잘 읽었어! 근데 나는 학교에서 느꼈던 게 좀 다른거야. 오빠가 열거했던 제도적인 부분은 실제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느꼈어. 그랬기 때문에 난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 문제와 불만을 제도가 잘 행해지지 않는다는 것으로 돌렸지.


         예를 들면 '상담'같은 경우, (중학교 출신 아이들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상담에 도움을 받거나 자주 상담을 하는 경우는 고등학교에 올라와선 드물어졌고 매년 점점 더 선생님과의 (상담으로 측정되는) 친밀도가 감소했었어.

         자기주도학습과 수준별 교과운영(선택제)도 말만 번지르르하고 거의 무용지물에 가까웠지. 수준별 교과운영? 는 개뿔. 이과-문과를 위한 수학, 국어수업이 수준별인건가? 특히 국수영에 수준별을 몰아넣고 입시위주로 달렸기 때문에, 보통 대안으로 생각하는 수준별 교과 운영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생각해. 자유로운 수업선택체계역시 말도 안됐지. 농사수업시간만큼 쓸대없는 시간은 없었을 거야. 농업이 블루오션이라고 부자될 수 있다고 말하는 농사'체험'이 무슨 의미가 있었겠어. 생태와 환경수업? 핵발전에 찬성하는 시간제교사가 왔는데 뭐가 배움의 폭이 넓어 졌겠어? 하나하나 말하자면 너무 끝도 없으니까.. 


         물론 오빠때는 다를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해. 나는 이우학교의 문제는 운영방식에 대한 공언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큰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오빠가 선생님과 했던 말이 공적인 자리에 오르지 않았을까? 아니 난 올랐을거라고 생각해. 이우학교의 교육논리 중 가장 큰 부분은 학생의 모든 것을 선생이 알아야 한다 이고, 이러한 정보는 교사가 모두 공유하지. 학교에 관심있는 친구들이라면 모두 학생들의 사적인 이야기는 대부분의 교사에게도 전달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이우학교의 문제는 제도밖에으로 나간척하며 제도권안에 있다는 것이라는 말에 동의해. 하지만 이에 대한 근거는 오빠가 말한 학교의 운영체제 자체의 모순 뿐만 아니라, 대안적 운영체제마저도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는 거지. 이우학교는 자기들이 만든 운영체제를 실현시킬 능력도 가능성도 없어. 유토피아인척 하면서 속은 텅 빈, 말이 가장 빛나는 그런 곳이지. 이우학교이야기 방송 나갈 때 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우리반이 이우학교이야기 대표 반이었어서 그 때 어땠는지 참 생생하지..) 이우학교 사람들이 사기꾼이여서가 아니라 그게 이우학교의 작동방식이고 실행방식인거지.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면 좋을 것 같아. 내가 너무 단호하게 말했는데..ㅋㅋㅋㅋ 나는 이우학교에 불만과 답답함을 안고 3년을 살았기 때문이야 이해해..ㅋㅋ 


         그리고 3학년 졸업할 때 청문회/공청회를 열었었는데, 이때 발제했던 것 올릴께. 물론 지금 생각과는 다르지만, 여튼 오빠가 언급한 제도들 결코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다는 내용이야. 내가 청문회에서 유일하게 학교문제를 구조화시키거나 문제점을 찝었던 사람이라 좀 많이 부드럽게 썼어. 제목은 '재고해봐야 한다.'이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당신들이 정말 학교/교사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까?'였으니까

         그리고 저 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 좀 더 미시적인 관계이자 관계의 권력이야. 그 안에서 발생했던 왕따나 사람 소외시하는 현상은 졸업하고 나서야 깨달았어. 그래서 저 발제문에 그 내용은 없음!

  • 2014-05-19 22:34

    안올라갔네 이거야 ㅇ청문회 발제

     여담인데 이 청문회에서 많은 학생들이 울면서  자기 이야기를 했어. 근데 선생님들은 겨우 몇분밖에 오지 않으셨지. 우리가 발로뛰며 중학교부터 와달라고 이야기 했는데도 말이야. 처음부터 너희 내가 여태까지 했던 노력은 뭘로 보고 이딴 것을 여는 거냐? 난 가지 않겠다고 했던 선생님도 있지. 그리고 친구들이 털어놨던 설움 중 가장 많은 비율은 그 선생님이 차지했지. (어쩌면 청문회는 그 선생님을 위한 자리였을 수도 있는데 오지 않았다는게 참..)

     청문회가 끝나고 선생님들은 반응은 크게 두가지. 아주 소수인 "우쭈쭈 잘했어요~"와 완전 다수인 "교사의 교권이 무너졌다"

     우리 앞에선 너희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게 힘들다 하지만 노력하겠다던 교사가, 다음학기에 수업에 들어가서 고삼들 나갈때 지랄하는거 봤냐로 욕을 했다고 하더라. 

     이우학교야말로 그로테스크함의 극치, 모음집이야. 완벽해.

  • 2014-05-19 22:50

    이건 내생각에 완전히 다른시선이야. 완전히 다른시선이란 의미에서 토론의 여지가 있다고 봄. 여전히 고은이의 생각이 동일할 것 같지는 않은데..? 이건 재밌겠다. 나도 만나서 얘기하는게 맞다고 봄. 

  • 2014-05-20 00:13

     일단 이번 '기억전달자'에서 내가 학교를 예로 들면서 말하려고 했던 것은 사실 푸코보다는 들뢰즈의 '홈 패인 공간' 개념임. 기억전달자의 사회는 우리 사회가 가진 홈 패인 공간으로서의 면모를 극대화시킨 것이라 생각했거든.

     

     

    - 홈 패인 공간 : 공간의 필요가 가치를 규정한다. 

     

     홈패인 공간은 모든 이질적인 것을 끌여들어 자신의 필요에 따라 배열함으로서 통합시켜버린다. 모든 것은 공간의 필요에 따라서만 가치를 부여받는다. 공간의 통제자들 조차도 자신들이 파놓은 홈에 따라만 움직인다. 부여된 역할을 거부할 때, 그는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 추방된다.

     인간은 다양한 관계를 맺지만 홈의 필요에 따라 더욱 부각되는 관계가 있다. 특정한 사실은 홈의 필요에 따라 의미화된다. 홈 패인 공간으로서의 도시는 저착과 안주의 공간이다. 규칙에 익숙해짐으로서 생활이 보장되지만, 다른 방식의 생활을 바란다면 규칙을 버려야 한다.

     홈패인 공간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방법은 공간을 나가거나 공간 자체를 변화시키거나 둘 중 하나이다. 전자는 어렵다. 후자의 경우, 홈이 가장 덜 파인 공간 - 일상의 공간이 있다. 하지만 일상은 끊임없이 위협당한다. 가정도 홈패인 공간이다. 만족이 깨지면 상실감은 크고, 상실감을 채우기 위해 인간은 또다시 홈을 판다.

     

     

     그리고 글쎄. 고은이 이야기는 좀 충격인데. 적어도 내가 다닐 때만 해도 우리는 어떤 것을 위하여 교사들과 대립하거나 교사들에게 요청하거나 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음. 교사의 도움을 받았느냐 하면 물론 받았지. 근데 그 때 그 분들이 '교사로서' 도움을 준 건 아니었던 거 같고. 아무튼 나에게 이우학교는 꽤 '매끄러운 공간' 이었는데. 아무튼 만나서 이야기하는 편이 좋을거라는 데에는 동의.

     

     다만 이걸 푸코 2차 세미나 주제로 잡으려면 많은 통찰이 필요할 것 같음. 어떤 개념이 여기서 연결되고 적용할 수 있을까 당장 뭔가 떠오르질 않네....

     

  • 2014-05-20 19:14

    1984와 기억전달자를 해봄에서 ... 다시 읽는구나...

    김지원

    정말 전방위적으로 공부하고 있군.

    지원의 공부가 입체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반면 내 공부는 주어진 과제 해내기 같은 느낌

     

    고은이의 고민도 활기로 느껴지고,

    명식은 고민의 흔적보다 다양한 독서의 흔적이 보이는군.

    '홈 패인 공간'이라...

    만나면 말로 더 자세히 설명해주라, 기억전달자와 엮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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