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길을 묻다> 2강_윤구병선생님 강의 후기

일자
2015-08-28 21:34
520

긴 호흡으로 읽어나가야 하는 책이 있듯

선생님의 강의는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맥락을 이해하려 초집중해야 했다.

감은돌이 휘몰아치듯 농담인듯 진담을 하시는 선생님은 과연 무엇을 알려주고 싶으신걸까?

"참말은? 있는 것을 있다고 하고, 없는 것을 없다하는거제!"
"거짓말은? 있는 것을 없는 것이라 하고, 없는 것을 있는 것이라 하는거제!"
"호랑이는 우리말로 범이여~범. 밤이라고도 하제."
강의 중반부까지...잊혀졌던 우리말과 우리의 구전설화를 맛깔나게 전해주셨다.
왜(?) 우리가 삶의 길을 묻는데 선생님은 자꾸 한글학자처럼만 말씀하시는지 더욱 헷갈렸다.

 "사는게 뭐여? 삶이지! 같이 사는게 뭐여? 살림이지!"

선생님의 뜻을 조금은 알듯도 했다.

일본을 통해 전해져온 외래어에 밀려 우리말이 자리를 잃었고,

오랜세월 구름, 바람, 번개, 비의 도움으로 농경 공동체를 이루었던 우리 정신도 변해왔다.
그러면 안된다고 꾸짖으시는것은 아니시다.

오히려 간곡히 부탁하시는 것이라 여겨졌다.

당신이 해오셨듯 뜻있는 단 한명이라도 우리 것을 지켜가 주기를 바라고 계셨다.

잃어버리고 사라져가는 것들을 하나라도 더 지켜내고 싶어 하시는 선생님에게 있어

남은 시간들은 또 얼마나 치열할 것인가 감히 나는 상상할 수 없다.

선생님은 그 농부다운 어법만큼이나 길게 실험을 하고 계시다.

20년간 일구어온 공동체의 터닦이.

당신께서는 아마도 그 실험을 미완으로 남겨놓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시는 듯하다.

아직 완성이 아닌 미완의 공동체는 3세대의 정착에 따라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말씀하신다.

"좋은 것이 뭐시여? 있어야 할 것이 있고, 없어야 할 것이 없는 것이지."

미래를 준비하거라...하시는 듯하다.

우리가 바라는 미래가 실패가 되었든 성공이 되었든....한 명이든, 더 모이면 더 좋고...멈추지 않고 긴 호흡을 가지고,

마치 농부가 자연을 두려워하며 그 흐름을 읽고 살아가듯 부지런히 움직이라고 하시는 듯하다.

우리가 개념이나 담론처럼 "정답을 알려주세요" 보채보았지만,

선생님께선 결국 처음 모습 그대로 감은돌이 휘감듯이 알 듯 모를 듯 강의를 마치셨다.

무겁게도 책을 싸들고 오셔서 "좀 팔아줘~" 하시던 말씀에 재미있으시네 했는데...

그 모습이 보리출판사 대표님이 아닌, 당신이 못내 지켜주지 못하고 가버리시면 

남겨질 민족의 자손들을 걱정하는 어른의 모습이였구나...알고나니...

참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선생님."

댓글 3
  • 2015-08-30 21:05

    삶과 살림!!

    그러고 보니 강의신청하신 살림님이 오셨는지 궁금해집니다.^^

  • 2015-08-30 22:07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풀이 해주시는게 너무 흥미로웠어요.

    쉽고 명확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이 사라져 가는 것이 가슴아프네요.

    있을 것이 있고, 없을 것이 없는 것이 좋은 것이고

    없애야 할 것이 있다면 없애야 한다.

    제대로 된 비판의식을 가지고, 삶이 살림이 되어야 한다.

    선생님 말씀 맘에 새기고 다른 삶을 향한 관계 맺기를 생각해야겠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 2015-09-01 19:09

    강좌를 진행하시던 윤구병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또렷하게 떠오른다.

    몸이 많이 불편하시고 말소리도 작았지만 그 눈에서 나오는 냉철함과 강렬함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삶과 살림의 뜻을 짚어주시는데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나 개인이 잘 살려는 삶과 함께 잘 살려는 살림.

    말의 뜻을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고 살고 있는 내모습에서 많은 반성을 하게된다.

    삶과 살림을 함께 잘 꾸려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내 삶은 어떤지 살펴보아야 할 것같다.

    내 앞가림도 못하면서 주변살림을 어찌 돌아볼 건가?

    주변 삶을 통해  내 자신의 모습을 반성할 수 있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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