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길을 묻다> 1강 후기 (윤구병 선생님을 뵙고..)

향기
2015-08-25 00:59
590

 

윤구병 선생님을 뵈었다.

세월호 삼년상을 치르시고 계신다며 파르라니 깎으신 머리에 숙연해지고,

편찮으시다는 말씀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힘을 주어 마이크를 잡으시고 꼿꼿이 서 계시는 모습이 자꾸 신경이 쓰였다.

힘을 주신 모습에 비해 목소리가 너무 힘이 없으셨다.

그렇지만 몸에 베이신 유머감각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셨다.

귀로 만이 아닌 온몸의 감각을 깨워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한마디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자꾸 나는 선생님 말씀이 우언처럼 들렸다.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제대로 듣지도 깨닫지도 못한 듯하다.)

선생님께서는 1943년생이시고,  7살에 6ㆍ25를 겪으신다.

전쟁은 6명의 형들을 남북으로 갈라 싸우다 죽는 비극을 안겨준다.

피난민으로 떠돌던 선생님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참담한 어린 시절을 보내신다.

x구멍이 찢어질듯한 가난이라는 것은 은유도 환유도 아닌 직유입니다.

라고 말씀하시며 전쟁의 참담함을 겪으시며

본능적으로 전쟁은 절대 안된다. 어린이들이 굶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전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며, 나라의 수장의 능력이 보잘것 없으면 전쟁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고 한다.

나라의 수장들은 평화를 싫어하며 전쟁의 대장들이다.

간디를 비롯한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평화주의자들은 살해당했다.

우리는 평화를 지켜야 한다.

선생님께서 우리 말로 말씀하신 것들도 인상깊었다.

'양'과 '애'. 뜻이 마음에 쏘옥 들어오는 우리 말들은 어디가고 외국에서 들어온 어려운 말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을까?

잠시 보리 출판사 이야기를 하셨다.

20여년동안 300여권의 책 정도를 출판하셨으며,

책을 한 권 내시면서 한권의 나무를 베어낼 가치가 있는 책인가를 생각하신다고 하셨다.

지금까지 우리 아이들의 좋은 친구인 보리 책이 잘 팔리지 않는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세밀화 한장만 봐도 감동의 물결이 밀려오는데 말이다.

쉬는 시간 후, 교육과 변산공동체에 대한 말씀을 하셨다.

교육은 딱 두가지만 되면 된다고 하신다.

하나는 스스로 제 앞가림 하기.

두울은 서로 도우며 살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

참 똑 떨어지는 말씀이지만, 쉽지 않다. 나 스스로도 그런 힘을 가지지 못했으니 말이다.

변산 공동체의 아이들은 하루에 딱 3시간만 배운다.

공교육과 거리가 먼 교육이 이루어지지만 그들이 원하는 바가 있으면 이뤄낸다.

자본주의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한가지 정답만을 요구하는 죽음의 길로 가는 것이고, 좀비를 키우는 것이다.

자연에서 아이들을 키워라.

변산 공동체에서는 국가화폐를 공동으로 사용한다.

피자 먹고 싶다고 콜라 마시고 싶다고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국가 화폐는 독이다. 그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불편함과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는 것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50%는 농촌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실업도 이기고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식량을 무기로 삼으면 아무도 맞설 수 없다.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많은 말씀을 해주시고 싶어하시는 듯 하셨으나,

우리의 질문을 더 듣고 싶어하시는 것도 같았다.

선생님의 말씀을 몇 자의 글로 쓴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고 조심스럽다.

그래서 후기 쓸 수 없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강좌지기의 문자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리고 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후 마음이 정신없이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녔다.

우리 곁에서 언제나 버팀목이 되어 주시고, 우리에게 영감을 주시는 선생님.

편찮으심에도 불구하고 강의를 와 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선생님은 지금 바로 쓰러져도 자연사라고 오래살았다고 하시지만,

건강 회복하시길 마음깊이 빌어본다.

 

 

댓글 3
  • 2015-08-25 16:23

    하나의 문제에 하나의 답만을 가르키는 우리교육이 세월호 참사를 낳았다는 말씀이 가슴에 깊이 남았다.

    우리는 오로지 정답 맞추기에만 급급한 교육을 받았고 그걸 잘해야 칭찬받고 인정받으며 자랐다.

    '왜?' 라는 의문을 갖는 자체가 반항이고 불순함이었다. 

    어느새 우리들은 세상의 모든 문제들에 정답찾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인정해주는 정답, 회사에서는 상사가, 가정에서는 엄마가 아빠가, 동아리에서는 선배가, 그리고 세미나에서는???  

    길들여진 당연함과 익숙함 속에 때로는 정답을 결정하는 자로서 때로는 정답을 찾는 자로서 이런저런 공간에서  오로지 단하나의 정답찾기에 열중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되었다.

    각기 다른 본성을 가지고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하나의 문제에 모두 같은 답을 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름이 당연한데 당연함을 터부시하니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가끔은 하나의 답을 또 어떤 때는 두어 개의 답을 그리고 다른 때는 각자의 답을 가지고서 함께 조화로움을 이루며 살 순 없을까? 

    세월호 사고 당시 잘못된 안내 방송이 하는 말을 잘 들은 아이들....

    우리 또한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어왔으며 해오고 있는 `말 잘들어!.`

    배가 침몰할 때 그 아이들에게 정답은 `말 잘 듣는 것` 이었다.

    모든 문제의 정답은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잘못된 교육이 가져온 참사를 보고도 달라진 건 없다.

    그리고 어쩌면 나또한 또다시 다른  공간에서 내가 원하는 정답을 누군가에게 강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2015-08-26 11:37

    향기님 후기, 선생님의 말씀 한땀 한땀을 다시 듣는 느낌이네요.

    저도 계속 서서 얘기하실때  너무 불편했어요.    몸을 돌봐야 할 상황임에도

    우리를 위해  발걸음 해주신 윤구병 선생님께 너무 감사드려요.

  • 2015-08-26 12:31

    담담하고 소박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후기에서 

    향기님을 거울삼에 강의의 분위기가 느껴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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