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21 로드 클래식 세미나 <그리스인 조르바> 후기

명식
2015-06-25 19:00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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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1, 로드 클래식 : 그리스인 조르바후기

 

로드 클래식 세미나 첫 번째 시간에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다루게 되었습니다. 이 날 세미나에서 조르바에 대하여 나눈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였는데요. 하나는 조르바가 말하는 사랑에 대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조르바와 두목(카잔차키스)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우선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고미숙 선생님은 조르바의 사랑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쓰고 계십니다.

 

솔직히 이런 사랑법은 참으로 낯설다. 우리 시대는 서로를 향해 블랙홀처럼 달려가는 것을 순수한 사랑이라고 한다. 사실 그것은 사랑이라기보다 소유나 소비에 가깝다. 그래서 결국은 스토킹 아니면 포르노로 떨어지고 만다. 생산과 창조로부터 멀어질 때 사랑은 순식간에 폭력이 된다는 것을 이보다 더 리얼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247p)

 

여기서 우리 시대의 블랙홀 같은 사랑이란 어떤 사랑일까? , 그에 비하여 조르바의 사랑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에 대하여 다양한 질문이 서로 오갔습니다.

 

블랙홀 같은 사랑에 대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구속하면서, 서로를 위하여 삶의 다른 부분들을 희생함으로써 증명코자 하는 사랑이 아닐까 하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반드시 하루 종일 끊임없이 연락을 함으로써만 증명되는 사랑, 여타 취미나 다른 친구들과의 만남을 줄여가면서라도 오롯이 서로에게만 관심을 집중해야만 증명되는 사랑들. 그럼으로써 항시 불안에 노출되어 있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만남이기보다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하는 사랑이 블랙홀 같은 사랑이 아닐까 했습니다.

그런데 그에 비해 조르바의 사랑은 무엇이 다를까요? 조르바는 온전히 그녀 한 사람에게 물두하고자 합니다. 그녀가 생의 절정이었던 순간들을 떠올리도록 만들어주고자 합니다. 그는 여자들을 암컷따위의 속된 이름으로 부르면서, 그녀들이 얼마나 가여운 존재인지 보라며 동정하고, 자신에게는 그녀들을 사랑해주어야 하는의무가 있다 합니다. 그는 실로 제우스의 위업에 비할만한 것으로써, 조르바 자신을 위한 것이기보다 그녀들을 위한 봉사입니다.

 

이런 조르바의 시선에 대해서 많은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조르바의 사랑덕분에, 과거의 추억에 취하여 살아나가는 오르탕스 부인의 모습은 바람직한 것일까 하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신비로운 존재, 사랑해주어야 하는 존재, 동정 받아야 하는 존재로서 여성을 규정하는 조르바의 시선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과연 이런 조르바의 사랑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오늘날의 블랙홀 같은 사랑과는 대비되는 힘은 무엇인지. 정말로 그것은 온전히 차이를 만들어내는생산의 사랑이라고 볼 수 있는지, 그런 이야기들을 하였습니다. (이번 강의를 제가 참가하지 못했으므로, 리플로 보충 바랍니다.)

 

 

 

두 번째는 조르바와 화자인 두목(카잔차키스)의 관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역동하는 생명력, 삶의 경험 속에서 쌓아온 꿈틀대는 힘을 지닌 조르바는 책과 학문 속에서만 살아온 두목에게 어마어마한 영향을 줍니다. 두목은 자신이 머릿속에서 그렸던 이상들이 실제 삶에서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피어나는가를 조르바의 말과 삶을 통해 깨닫습니다. 국가, 민족, 사상, 혁명, 이상 등 자신이 소중히 여겼던 거대한 가치들이 지금, 바로 여기와는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 것인가도 깨닫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는 두목이 조르바를 만나 변화해가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조르바는 과연 두목을 만나 어떠한 변화를 겪었을까요? 서로 다른 이들이 만남을 통해 이전의 자신과는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최고의 만남입니다. 그러니 두목에게 있어 조르바는 귀인貴人이었지요. 그런데 조르바는 어떨까요? 조르바에게 있어 두목은 귀인이었을까요? 그들의 만남은 서로에게 통하는 만남이었을까요, 아니면 한쪽이 한쪽에게 가르침을 주는, 그런 일방의 만남이었을까요?

후에 조르바가 결국 가정 비슷한 것을 갖게 되는 걸 보면서 그것이 두목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의견도 있었고, 창대한 생명력을 가진 조르바 같은 사람에게는 두목과 같은 삶의 방식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으리란 의견도 있었습니다. , 글쎄요.

 

이번 로드 클래식에는 이러한 대립항이 참으로 많이 등장합니다. 생명력으로 꿈틀대는 그런 인물들에는 저팔계, 산초 판사, 허클베리 핀, 조르바 같은 이들이 있겠지요. 그에 비하여 몽상가, 이상가라 불릴만한 이들에는 돈키호테, 톰 소여, 두목 같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요. 전자의 사람들은 생명력으로 충만한 몸을 가지고 바로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영위합니다. 후자의 사람들은 이상의 판타지아, 거대한 담론 등 지금 이 곳과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들을 논하고 그를 구현해내고자 합니다. 이번 로드 클래식에서는 전자의 인물군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지고, 그들의 삶이야말로 참된 삶인 듯 다루어집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어째서 이 두 인물군이 항상 한쌍으로 묶여지는지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는 불멸의 콤비가 되었나.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은 둘도 없는 베프였나. 그리고 조르바의 두목의 관계에까지.

오늘날 우리는 판타지아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수많은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수많은 세계가 중첩된 세계, 그것이 우리가 사는 시대입니다. 때로 그것은 가식적입니다. 때로 그것은 허망하지요. 조르바와 같은 사람들은 바로 그 가식과 허망함을 꿰뚫어 볼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판타지아는 실제로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 판타지아를 믿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민족의 순수성을 믿고 무력을 휘두르는 사람들, 종교를 삶의 유일한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들, 그 외에도 수많은 이들이 있지요. 그것들의 본질은 가식적이고 허망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와 상관없이, 그것들은 실제로 작동합니다.

 

의미는 배치와 함께합니다. 주변의 요소가 바뀌어버리면, 설령 자신은 이전과 다름없는 방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추구한다 해도 실제로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향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 판타지아의 시대에는 판타지아에 대해서도 사고해야 합니다. 그것을 허위와 가식으로 여기며 경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판타지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고, 그 판타지아의 배치 속에서 어떻게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찾아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조르바와 두목은 함께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허클베리 핀과 톰 소여,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가 함께인 것이 아닐까요?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아무튼, 이번 그리스인 조르바세미나 시간에는 대강 이러한 이야기들에 대하여 다루었습니다. 이 이야기들이 실제로 강의 시간에 나왔을는지 모르겠네요. 나왔다면 어떻게 나왔는지, 어떻게 흘러갔는지 참가자들이 리플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다룰 책은 걸리버 여행기입니다. 일요일에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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