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7 로드클래식 3강 후기

자혜
2015-06-24 13:28
539

20150617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3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고미숙

강좌

874-6

 

 

  지난 수요일이 굉장히 멀게 느껴집니다. 금요일에 시험을 마지막으로 치고, 이틀 전인 월요일에 과제 두 개를 마감하는 것으로 학기가 공식적으로 끝났습니다. 분명 해야 할 일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시험공부나 과제 이외에 다른 일을 못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험기간 중간에 로드클래식을 듣기도 하고, 길벗MT도 다녀오고, 중국어 수업도 하는 등 이래저래 왔다 갔다 하고, 이상하게 상념에 빠지는 시간도 지난 한 주간 무척 늘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늦은 시간에 집에 갈 때 즈음에 지난 강의에서 들었던 허크와 그 친구들에 관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집에 갈 때 제 옆에 친구가 있는 경우는 없었으니까요.

 

 

  저는 제게 세상을 혼자 살아갈 수 있을지 계속해서 물어왔습니다. 세상은 원래 혼자 살아가야만 하는 곳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어서는 아니고, 삶의 동반자를 구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저를 계속 물러서게 하는 것 같습니다. 나조차도 신뢰할 수가 없는데, 다른 사람에게 기대를 하고 실망을 반복하는 상황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싶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을 제가 실망시키는 상황은 더욱 싫습니다. 또 사람들과의 관계가 주는 스트레스나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난 혼자만의 시간이 늘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제가 용납 가능한 선을 넘어서는 걸 두고 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꽤 오래 전부터 저는 혼자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혼자 살아가는 삶을 계획해왔습니다.

 


   하지만 외로움과, 퇴직 이후의 삶이 늘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결국 저는 선생님의 말씀처럼 돈을 버는 것을 돌파구로 생각하고는 합니다. 그러나 언제나 물질적인 것을 소유하는 것은 삶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내지 못한다는 지적 앞에서, 제가 살아가려고 하는 삶이 초라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누구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누구와 결혼을 할 것인가에 관련한 문제는 아닙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난관에 계속 봉착하게 됩니다. 제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늘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그런데 친구가 있다면 친구 역시 애정해야 하겠죠. 제가 다른 사람을 그런 식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고, 다른 사람이 저를 그렇게 사랑하는 게 가능한지는 더더욱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제가 무슨 소시오패스라서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삶의 일부를 공유하는 사람들이야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과 저는 친구일까요, 아닐까요? 어디까지 저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친구인 걸까요? 제가 그 사람들을 친구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까요? 정말로 친구가 없는 인생에는 비전이 없는 걸까요?

 


  선생님께서는 친구가 있어야 재미가 있어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제 곁에 있는 게 더 괴로워지면 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저는 시험공부를 하거나, 과제를 할 때 에너지를 쏟아 부으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 바쁘게 일하는 것이 제 생명력을 갉아먹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곳에서 비전을 찾을 수는 없는 걸까요? 물론 이렇게 말하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에너지를 쏟는 일도 그 배치를 가능하게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주위에 있어야 가능해진다는 것을요. 그리고 제가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제가 벗어날 수 없는 관계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계속해서 허크와 그 친구들에 관해 생각해봤습니다. “우정과 의리보다 중요한건 없”(231)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대해서도 여전히 생각합니다. 제가 붕 뜬 채로 살고 있는 건지, 아직 어린 건지, 뭔가 문제가 있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제 삶의 방식이 이런 식일 뿐인 건지에 대해서 알아가려 애쓰는 중입니다.

 

 

댓글 2
  • 2015-06-24 14:41

    진심어린 후기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친구가 많다는 것이 사교성을 말해주고 그것이 잘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된것 같습니다.  한번쯤 친구가 뭘까. 하는 것에 멈춰 설 필요도 있는것 같습니다. 저 또한 혼자 있으며 (엄밀히 말하자면 나와 친구하며) 에너지를 얻는 사람입니다. 앗 저 또한 소시오패스가 아닙니다. ^^;;

    (이건 또 뭔 궁색함일까요~)

    자혜님 글 참 좋으네요~~~

    • 2015-06-25 22:40

      간만에 댓글을 달려니 후덜거리는군요^^ 아주 강렬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위에 쓴 '명식'님의 세미나 후기도요. 길벗 친구들 같은데 담주 수욜 앞풀이때  지금 던진 질문들을 가지고 화끈하게 이야기해봅시다. 나는 아직 원시인이라 얼굴보고 말로 하는게 훨씬 익숙하거든요. ㅋ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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