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2분기 2회차] 나라에 도가 있을 때와 없을 때

향기
2021-05-16 23:07
277

憲問의 첫시간이다.

憲이 물었다. 憲이 누구인가? 憲은 原憲으로 原思 혹은 子思라고도 한다.

憲問은 원헌이 직접 정리했다고 보는 학자들이 있다. 字로 얘기한 것이 아니라 헌이 얘기했다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원헌이 누구인지 앞으로 돌아가 본다. 옹야 3장의 뒷부분에 원헌 얘기가 나온다.

원헌이 공자의 가신이 되었는데 곡식 구백을 주자 사양했다는 얘기이다.

원헌은 공자의 제자 중 가장 가난했던 제자였다. 그런 그의 처지를 생각해서인지 공자는 그에게 기준 이상의 후한 녹을 내려준다.

 

헌문의 처음 1장은 그것과 연관된 이야기이다.

 

憲問恥 子曰 邦有道穀 邦無道穀 恥也

헌이 부끄러움에 대해 물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라에 도가 있을 때 제대로 일하지 않고 녹봉을 받고,

나라에 도가 없을 때 떠나지 않고 녹봉을 받는 것이 부끄러움이다.” (『낭송논어』)

 

원헌은 나라에 도가 없을 때는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는 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그는 狷介한 사람이므로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상황을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공자는 자신의 가신이 된 원헌이 견개한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찢어지게 가난한 원헌은 요즘 같으면 청문회에서 전혀 문제가 될 리는 없었겠지만,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면 특혜시비가 없지 않았을 터이다.

 

邦有道와 邦無道의 처세에 대해 4장이 연결된다.

 

子曰 邦有道 危言危行 邦無道 危行言孫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라에 도가 있으면 말을 바르게 하고 행동도 바르게 해야 한다.

나라에 도가 없으면 행동은 바르게 하지만 말은 공손히 해야 한다.” (『낭송논어』)

나라에 도가 있으면 즉 원칙이 지켜지면 말과 행동을 수준 높게, 바르게,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그래서 나라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제대로 일해서 녹봉을 받으라고 하는 것과 연결되는 것이다.

나라에 도가 없을 때의 말을 바르게 한다는 것은 정치에 나가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도가 없을 땐 말을 공손하게 신중하게 해야 한다. 왜? 목숨을 보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녹봉이 무조건 많기만을 바라거나 많은 녹봉에만 만족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3장의 회거(懷居)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회거는 편안함만을 마음에 두는 것을 말한다.

넉넉한 녹봉에 젖어들면 자신의 말과 행동이 안일하게 되어 편안함에만 머물면서 危言危行도 有爲도 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회거와 반대편에 있는 인물로 제나라 재상이었던 안영이 떠오른다.

겉모습만 번지르르하다며 공자의 등용을 강하게 반대했던 인물이다.

비록 그가 행한 정치는 법가적이었으나 그의 몸가짐은 유가적으로 비춰진다.

그는 녹봉 외에는 제후가 주는 것을 아무 것도 받지 않았다.

저작거리의 작은 집에서 살았고, 식사할 때 누가 찾아와도 내어줄 밥이 없어 혼자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밥을 나누어 먹었다.

구질구질해 보이는 그의 생활에 주변 대부들까지 부끄러워했으나, 청렴과 검소함이 그의 고유함이자 무기였다.

그 고유함이 그를 위언위행하게 할 수 있었다.

제후에게 고할 때는 자신의 지위를 내놓고 서늘한 말을 하고 제후의 잘못을 바로 잡았다.

 

요즘은 신문의 정치면을 보는 것이 힘들다. 분노와 욕지기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지금은 분명 방무도한 세상인데 정치인들은 나아가지 않으면 된다고 하나 생활인인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방구석에 앉아서 정신승리를 하고 있거나 우울함에 빠져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일텐데.

논어는 분명 생활철학이라 했는데 나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 것일까? 

매일마다 깨닫는 나의 비천한 수준을 어찌하리오!!!

댓글 2
  • 2021-05-17 19:38

    향기의 분노와 욕지기가 상상이 잘 안가네요 ㅎ

    매일매일 열심히 사는 그대가 부끄러울 일이 뭐래요?

    가끔 얼굴 보아요^^

  • 2021-06-17 09:15

    방구석에 앉아 정신승리를 매일한다?

    아 내가 하는 것을 그리표현하는구나 ㅎㅎ

    급 공감~~  여기 1인 보태오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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