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박군 아닌 정군에 대해서

청량리
2021-07-0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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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는 박군 아닌, 정군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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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는 박군 아닌 정군을 마지막으로 본 건 지난 4월인 듯. 출장업무가 조금 일찍 끝나 오랜만에 톡방에 번개모임을 제안했다. 물론 수빈이 엄마, 그러니까 정군의 아내이자, 우리 책 출판사의 대표님이 제시한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배달음식을 사무실에서 먹어야 했다. 원고를 핑계 삼아 맛집을 탐방하던 때도 있었고, 파지사유에서 문학책을 펼쳐두고 막걸리를 먹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번개로 만난 친구들과 소박한 ‘치맥’ 한 잔도 좋았다.

 

술 못 먹는 정군 꼬셔서 안주만 먹게 한다. (퀴즈 : 세 개 중에 술이 안 들어있는 잔은?) 

 

아, 정작 그는 술을 못한다. 적군 아닌 우군 자룡과 술잔을 비우는 동안 정군은 콜라와 사이다를 적절한 순서로 마신다. 지겨울 땐 ‘환타’도 가끔. 셋이 수다를 떨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정군은 ‘투머치토커’에 가깝고, 우군 역시 입으로 먹고사는 일에 종사하다보니 둘은 죽이 잘 맞는다. ‘대화의 희열’을 라이브로 보고 있다 생각하면 된다. 그날의 게스트가 정군이고, 우군은 김중혁 쯤 되겠다.

 

예전에 성기현샘의 강좌를 듣고 있었을 때는, 안주 삼아 정군의 ‘들뢰즈’ 복습강좌를 속성으로 들을 수 있었다. 우리 셋이 이야기를 나눌 때, 정군이 토크에서 머뭇거리는 걸 본 적이 없으며 굉장히 논리적이고 근거가 뚜렷하며 늘 확신에 차 있다. 그래서 가끔은 ‘딴지’를 걸고 싶을 때가 있다. 음, ‘철학학교’가 좋은 기회였는데. 때문에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그를 군대 고참으로 만났다면, 아마도 군생활이 꼬였을 거라고. 사회에서 친구로 만난 게 얼마나 다행인지.

 

정군과 우군, 그리고 나 셋의 공통점은 흔한 아빠라는 점 말고는 없는 듯하다. 대신 둘의 공통점은 몇 가지 겹치는데,  정군과 우군은 맛집을 좋아하고, 우군과 나는 여행하는 걸 좋아하고, 나와 정군은 소설을 좋아한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나는 맛집을 일부러 찾지 않고, 정군은 돌아다니며 혼자 여행하는 걸 싫어하고, 우군은 소설책에 몰입하지 못한다. 한창 <다른 아빠의 탄생>원고를 쓸 때는 그의 유년시절, 집안사정, 연애얘기, 요즘 근황들이 수다의 소재로, 술자리의 안주로 오고갔다. 그래서 요즘 뜨는 박군 아닌 정군, 적군 아닌 우군과 한창 만날 때는 정군은 이런 사람일 거야,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후속모임인 문학책 읽기 모임이 탄력을 잃고 코로나 상황이 나빠지면서 우리 셋의 모임은 그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러다보니 내가 아는 정군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저자 싸인에 분주한 정군(왼쪽). 싱크로율 98.46%에 가까운 정군과 우군의 "대화의 희열"(오른쪽)

 

호시탐탐 정군을 방구석에서 구해낸다(?)는 핑계로 저녁시간을 잡아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그 사이 정군의 책, <세미나책>이 나왔다. <다른 아빠의 탄생>에서도 맛 봤지만, 특히 이번 그의 글은 쉽게 읽히면서도 느낌이 있다. 쓰려고 하는 목적과 전달하려는 내용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남 앞에서 끼를 부릴 줄 아는 사람도 있지만, 남 앞에 서야만 하는 사람도 있다.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있지만, 글을 써야만 하는 사람도 있다. 정군은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셋이 모여 글을 쓸 날이 있을까, 그때는 <다른 아저씨의 탄생>, <다른 오십대의 탄생>이 될까, 아니면 그 전에 정군의 소설부터 먼저 보게 될까. 출장이 일찍 끝나는 날 일없이 모여 한 번 물어봐야겠다.

 

 

 

댓글 5
  • 2021-07-04 18:48

    치맥처럼...

    정군하면 뭔가 쎄투처럼 청량리와 자룡이 세트가 되는 느낌 ㅋㅋ

     

    정군은 진짜 TMI일까요? 북콘서트에 와서 확인해보시길~

  • 2021-07-06 14:22

    박군 정군 적군 우군...청군 백군? 읽다보니 운동회가 생각나네^^ 그러나 이번주 토욜 북콘엔 갑니다~

  • 2021-07-06 15:52

    오랜만에 올라온 청량리님의 글을 재미있게 읽다보니.. 홍보 아닌듯한 홍보글이군요. 

    이번주 토요일 오후 2시 파지사유에서 정군님이 <세미나책> 북콘서트 한다는 거지유? ㅎㅎㅎ

     

  • 2021-07-08 07:54

    <빠삐용> 사진에서 빵 터짐!!! 

  • 2021-07-08 11:48

    '내가 아는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은!!! 갑자기 '*무원'이 되신 청*리 샘이 더 그렇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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