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 페미니즘 1~3장 발제 및 후기

2018-03-30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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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더욱 핫한 페미니즘, 그것도 과학 기술과 접목시킨 테크노 페미니즘이란 말 자체가 생소했던 터라 그 내용이 궁금했고 발제를 자처했다. 테크노 페미니즘은 디지털 시대를 사는 여성들의 일상생활과 기술변화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얘기하고 있다. 여성이 기술을 대하는 태도, 기술에 대한 인식이 어떤 과정을 통해 형성하게 되고 그것이 여성의 정체성 형성과 어떤 연관을 맺는지 설명해준다. 지불노동력이 여성화됨에 따라 새로 기반을 얻게 된 여성의 경제적 독립은 심대한 문화적 이동을 동반하였고 젠더 형평성에 대한 공적 담론을 확산시켰다. 극적인 사회변화들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 선택지들과 연관되어 있는데 페미니즘은 기술이 여성의 미래에 유토피아적 전망을 갖게 하는지 아니면 디스토피아적 전망을 갖게 하는 지에 대한 논쟁을 오랫동안 벌여왔다. 작가의 목표는 테크노페미니즘에서 보이는 유토피아적 낙관주의와 비관적 숙명론을 극복하고 사회 이론에서 보이는 문화적 우연론과 사회적 결정론을 벗어나는 제 3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제3의 길이 어떤 것인지 끝까지 읽어보고 다시 얘기해볼 문제다.

 1장 기술의 남성적 설계에서는 젠더와 기술 사이의 관계에 대한 페미니스트 이론들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으며 세미나에서 우리는 새로이 알게 된 이론들을 숙지했음을 얘기했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여성들이 과학과 기술분야로 더 많이 진입할 수 있도록 교육과 고용에 대해 기회평등 정책을 결합하여 성차별을 극복하려 했으나 제한적인 성공을 거둘 수 밖에 없었다. 평등기회권은 남성에게는 '비젠더화'과정을 지시하지 않은 채 여성에게만 자신의 젠더 정체성의 주요 측면들을 남성적 버전에 따라 바꾸도록 요구했고, 기술은 남성적 활동용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부분의 기술 연구가 가지는 남성편향성은 다시 기술을 남성들에게 적합한 활동으로 여기게 하는 문화적 고정관념을 강화해왔기 때문이다. 다시한번 기술혁명은 남성이 여전히 과학 기술 분야와 제도들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명징하게 알게 됐다. 

 가부장제를 여성의 신체, 출산력에 대한 남성의 통제와 관련이 있다고 본 입장은 체외수정기술,여성스스로의 임신 조절에 관한 기술을 찬양했지만, 급진적 페미니스트집단은 여성의 고유권력의 원천인 생식 능력을 탈취하려는 시도라고 보았다. 이에 대해 세미나에선 여성의 신체에 대한 통제력을 획득하는 것이 여성해방의 결정적 요소로 보는 것에 동의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임금노동과 무임금 노동을 포함한 여성노동과 기술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었다. 임금노동을 특징짓는 노동분업은 성적 위계구조였다면서 노동분업의 젠더화된 특성이 생겨난 이유를 조목조목 밝힌다. 산업기술은 기원에서부터 자본주의적 지배뿐아니라 남성적 권력을 반영했으며 생산관계는 계급 구분에 의해서 뿐 아니라 젠더구분에 의해서도 구성되며 나아가 남성 노동으로서의 숙련 노동 개념이 유지될 수 있게 한 핵심요인은 남성들의 전통적 기술 독점이었기 때문이란다.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들의 무급가사노동이 결정적으로 여성을 종속시킨다고 생각했고 기술이 고된 가사 노동에 해결책을 제시하리라는 낙관적 기대를 가졌으나 가사노동을 사적인 것으로 만들며 탈중심화하고 노동집약적으로 만듦으로써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함을 경험한다. 무급가사돌봄노동을 열라 하고 있는 난 이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리고 고미숙선생님의 책에서 본,동네북처럼 툭하면 호출되는 '모성', 헌신과 배려,희생과 자책감 등 모성을 둘러싼 표상들은 대부분 20세기 전후 권력과 자본에 의해 구성된 '만들어진 모성'이란 구절이 떠올랐다. "이 '만들어진 모성'을 전제하는 한 모든이들은 결핍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한 구절은 내 엄마로서의 결핍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었던 기억이다. 세미나시간 페미니즘을 논하면서 자꾸 모성, 엄마를 얘기하게 되는 건 아마도 현재 내 가장 시뻘건 정체성이 엄마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를 얼마나 내재화하고 받아들이고 사는가는 개인의 차가 제각각 존재한다. 개별척인 차이를 말하기보다 여성 전체가 살아가고 있는 커다란 지형에 대해 얘기하고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학원원장처럼 나스스로가 얼마나 모성신화에 포박당하고 사는지 명예남성적 면모가 있는지 자성해볼 일이다)

 3장 가상젠더에서 사이버페미니즘은 전자 공동체가 좋은 사회를 예시한다고 보는 낙관적 전망을 한다. 영국 사이버페미니스트 플랜트는 컴퓨터 기술은 결코 남성 지배의 기술이 아니라 여성에게 탈가부장적 미래를 가져다주는 해방기술이라고 주장하고 터클 역시 사이버 스페이스에서의 섹스를 다루면서 젠더의 사회적 구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연속체로서의 젠더라는 새로운 감각을 획득하게 해준다고 주장했지만 터클, 플랜트 등이 제시하는 것처럼 인터넷상에서의 관계는 결코 물질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보이는 것들이 모두 단어들 뿐이라 할 지라도 단어의 선택은 특정한 정체성을 형성하는 사회화 과정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은 '인식론적으로 열린' 것일지도 모르지만 현재 새로운 기술 형태의 대다수가 물질적인 연관에서는 기존의 기술들과 비슷하다.

 세미나말미에 나온 흥미로운 이야기중에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사회적으로 구성된 정도에 관한 것이었다.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를 제외하곤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성평등에 관한 의견으로 남성으로서 강요된 상,역차별에 대해 자세히 얘기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 주는 테크노페미니즘 마지막까지 읽어오며 발제는 장지혜샘이십니다.

.

댓글 3
  • 2018-03-30 22:36

    세미나시간에 나눈 이야기까지 생생한 후기 감사합니다^^

    현대 사회를 이야기하면서는 과학기술의 문제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기술혁명이 여성과 남성에게 변별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도 고려되어야 하죠

    작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주제가 "테크노 페미니즘"이었더군요 

    현대사회의 중요한 화두인 과학기술과 젠더에 너무 무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ㅎ

    이번 과학기술 세미나를 통해 아직도 여기저기 또아리를 틀고 있는 젠더 몰성내지는 

    기술중립적 사고의 잔재들을 보게 되네요 ㅠ

  • 2018-03-31 18:27

    저는 개인적으로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종국에는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성별에 따라 사회적으로 부여되는 역할인 젠더가 해체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렇지만, 성 인식이 평등의 원칙에 맞게 정립되어 있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면, 이 생각은 너무 성급한 거 같고.

    그래서 그 전에 두 단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첫 째는 남성이라서, 혹은 여성이라서 특정 역항을 강요하는 문화를 와해하는 것.

    둘 째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입니다.

    첫번째의 단계는 1장에서 소개된 자유주의적 페미니스트의 활동과 연결된다고 느꼈습니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남성의 활동이라고 고착되어 있던 과학의 영역에 여성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조성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과학 기술 분야는 여성에게 자율적인 선택의 기회도 주지 않았습니다.

    교육적 지반도 제공하지 않았고요. 가사노동, 비숙련된 노동에 사회적으로 강요된 여성들에게

    과학기술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를 열어주는 것이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목표였습니다.

    물론 과학 영역 자체에 내제되어있는 남성적인(흔히 가부장적이라 하는) 문화에 무관심했던 한계는 있었습니다.

    그 다음의 단계는 급진적 페미니즘이 수행하려고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진적 페미니즘은 한쪽으로 기운 시소를 뒤집으려 했습니다.

    하찮고, 열등하다고 인식되어오던 여성성을 고귀한 가치로 드높였습니다. 여성에게 고유한 생식 기능에 근거해서요.

    기존의 관념을 전복하는 주장이었습니다. 이전에는, 남성적인 행위 및 성질이 우월하다고(적어도 더 중요하다고) 여겨졌으니까요.

    급진적 페미니즘도, 기존의 이분법적 질서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역으로 남성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한계를 지녔습니다.

    그렇지만,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가치판단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물학적인 성별에 근거해서 특정 역할, 사회적 성을 강요하지 않고, 젠더의 두 축을 가치중립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젠더가 해체되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성별이라는 이유 때문에 남성성 혹은 여성성을 부여하는 건 곧 억압으로 이어지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남성성에 분류되는 성질을 모든 남성이 다 가지고 있는 것도, 여성들이 지니고 있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남자 만큼 여자가 '남성적'일 수 있고, 여자만큼 남자가 '여성적'일 수 있다면 애초에 사회적 성은 무의미한 게 아닐까,

    단지 개개인에게 억압과 구속으로만 작용하는 게 아닐까..

     

    쓰다보니 과학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얘기가 되어버렸네요...

    일상적으로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걸 뒤집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은 흥미로운 거 같습니다.

    그동안 페미니즘 공부하자고 그토록 외쳤는데.. 뜻밖에 과학세미나에서 같이 공부하게 되서 들떴습니다..하하

  • 2018-04-01 07:11

    페미니즘 내에도 아주 다양한 주장들이 있고

    과학기술에 대해서 여성과 맺는 사회적 관계가 억압적인가, 해방의 기제가 될 것인가 해석하는 것도 저마다 다릅니다. 

    저는 이 책에서 다양한 페미니즘 내 이론적 논의들의 계보를 정리한 것이 도움이 되었고 흥미로웠습니다. 

    과학 기술은 그 자체로 젠더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식을 생산해내고 이용하는 주체에 의해 젠더화되는 것이죠. 

    똑같은 기술이라도 특정한 맥락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내게 됩니다.  

    과학기술이 그 동안 여성을 배제해 왔던 구조가 있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이를 넘어서 과학기술이 성차별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를 밝혀내고 

    그 지점에 대해서 여성이 직접, 그리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필요함을 저자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내일 바로 그 지점에 대해서 함께 얘기해보겠죠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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