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철학학교시즌4] 라이프니츠 읽기 [접힘과펼쳐짐] 2주차 후기: 누가 한 말입니까?

봄날
2023-10-30 02:20
239

흐미~진진한 후기에 이어 이번엔 지지부진한 후기입니다~

며칠 지나니 벌써 지난 시간에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까마득하다. 가마솥샘처럼 스토리텔링같은 후기는 안되겠고, <접힘과 펼쳐짐> 뒷부분을 읽고 나온 문제적 질문들을 정리하는 정도로 ...

 

모나드가 가지는 고립성, 단독성, 폐쇄성에 대해:

모나드는 탄생되지도 소멸되지도 않는다, 모나드는 타자가 출입하는 창이 없다...모나드는 단순실체로서 신의 기획아래 모든 것이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모나드는 신만이 창조하고 파괴할 수 있다.  모나드는 단지 접히거나 펼쳐질 뿐이다.  이미지로서 바로크시대 건축물을 예로 들 수 있는데 1층은 창으로 외부와 교류하지만 2층인 모나드는 창을 가지고 있지 않아 외부와 관계할 수 없다...

모나드의 완전개체 개념과 시간성에 대해:

시저라는 개체는 루비콘강을 건너는 것으로 이미 세팅되어 있다. 그런데 루비콘강을 건너지 않은 시저와 건넌 시저가 있다고 하면 그것을 같은 개념으로 볼 수 있을까.  일단 모나드는 형이상학적 개념이고 그 지평에서는 시간성은 의미가 없다. 왜? 비록 시저가 루비콘강을 건너지 않았어도 결국은 건너는 시저가 이미 신에 의해 설계되어 있으니까.  시저의 모나드에는 시저가 겪는 내적갈등과 결단까지도 미리 세팅되어 있다.

라이프니츠와 데카르트의 영혼: 

데카르트는 신체와 영혼을 나누고 신체는 영혼없는 기계라고 단정한다. 그러면 라이프니츠는? 모나드는 데카르트의 이원론을 뛰어넘는 개념으로서 모나드를 제시한다.  모나드에는 본래적/능동적 힘과 파생적/수동적 힘이 있다. 이때 모나드의 힘이 능동적으로 작용할 때 영혼과 동일하다고 보면 이때 영혼의 힘은 자유의지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정론자인 라이프니츠에서 이것은 신에 의해 설계되었을 뿐 모나드에 자유의지란 없다.

라이프니츠가 지각을 무의식-의식-통각으로 구분했을 때 이를 식물-동물-인간으로 환원해도될까?:

모나드는 지각들이다. 지각들이 모여 의식이 생겨날 때, 이 의식들이 중첩되면 언젠가 '내가 느낀다'는 통각을 느낄 때가 된다.  그러나 이것을 식물-동물-인간으로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세 지각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모든 모나드에 있다. 광물, 동물은 물체의 문제이지 모나드와는 상관이 없다.

기계론을 비판하면서도 기계론적 측면으로 보이는 라이프니츠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데카르트는 신체와 영혼으로 나누고 신체는 영혼없는 기계라고 단정한다. 그런데  라이프니츠는 제작자로서의 신을 매개로 그 두개를 사실상 한 평면위에 놓아버리고 만다. 그리고는 역시 모나드로 데카르트의 이원론을 어떻게든 넘어서려고 한다.

형이상학적 이유가 과학적 원인의 극한이 된다는 말에 대해: 

과학적 윈인은 사물a와 사물b에 관한  이유를 따지지만, 형이상학은 존재론적 이유를 따진다. 이때 과학적 이유는 데카르트적 세계관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것이 극한값으로 간다는 것은 '더 심층적인 곳으로 간다'는 존재론적 물음으로 갈 수밖에 없다. 형이상학은  분석명제이고 과학은 종합명제이다. 과학적인 기계론을 극한으로 추구하다 보면 처음에는 인과를 밝히지만 결국 모나드로 가게 된다. 그 경지가 극한이라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신은 모나드인가:

라이프니츠는 스피노자의 신즉자연에 동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개연적으로 보면 신은 모나드를 만들어야 했다. 모나드는 프로그램이고 그렇다면 제작자가 있어야 하는데 신이 모나드밖에 있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모나드를 만든게 신이라고 한다면 신의 바깥이 없다는 것과 모순이 된다. 이것은 라이프니츠가 해결할 수 없는 아포리아라고 봐야 한다. 

라이프니츠에게 신체란 무엇인가:

데카르트에게 신체는 영혼없는 기계이다. 스피노자에게 신체는 연장속성을 표현한 유한양태이고 단순개체들의 복합체이다.  이때 이정우 선생은 통합이 아니라 모나드는 신체와 붙어있다(부합)고 말한다.  모나드와 신체의 관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자, 그래서 결론은 "원전을 읽자"입니다. 저는 결국 라이프니츠가 한 말인지,  이정우 선생이 한 말인지 헷갈리기만 한 읽기가 된 느낌입니다.ㅠㅠ 암튼 정군샘이 세미나 도중에 네 다섯권의 책을 소개했는데 하나도 받아적지 못했습니다. 받아적었어도 읽을 마음은 없습니다만, 후기담당으로서 요런 건 리스트업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짧고 힘주시는 댓글은 우정입니다.^^

댓글 12
  • 2023-10-30 07:44

    저,책 이름 하나 적었습니다. <하이데거의 형이상학 입문> 저자 마르틴 하이데거, 번역 박휘근, 그린비
    새로 번역되어 나왔다고 정군샘이 추천했던 책입니다. - 뭐 되게 어려운 책인듯 합니다^^;;

  • 2023-10-30 08:08

    세미나에서 논의했던 문제적 질문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네요. 저도 정군샘이 세미나 중에 언급했던 텍스트를 추가합니다.
    정군샘이 카톡방에 올린 2층집(바로크집) 그림이 나와있는 질 들뢰즈의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문학과 지성사). 이 책은 앞 부분만 대충 훑어보고 더 읽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ㅎㅎ.
    그리고 '엘랑비탈'(생명 그 자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항상 새로운 자기를 형성해 가는 창조적인 진화)이라는 말이 나오는 앙리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아카넷).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 2023-10-30 09:50

    ㅎㅎ 하나 더 보태요. '형이상학 논고'와 관련한 생각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서간집 <라이프니츠와 아르노의 서신> (아카넷)도 있었어요. 저는 검색하기 편하게 이북으로 샀습니다. 이번주 아쉽게도 일이 있어 미리 결석계 냅니다.

    • 2023-10-30 10:11

      아, 호수샘, 버림받는 느낌이 이런거군요ㅜ. 일정 바뀌시면 꼭 오시길~
      지난번 셈나는 모나드론을 읽기도 전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듯한 생각이 드는데요. 봄날샘 마지막 질문에 후기까지 쓰시느라 힘드셨을듯..

      • 2023-10-30 11:26

        이렇게 되면 이 결석은 그런 어떤 ‘교훈적 결석’이 되는건가요 ㅋㅋㅋ

        • 2023-10-30 13:02

          극T에겐 교훈과 학습이 필요한걸로ㅋㅋ

  • 2023-10-30 10:33

    봄날샘의 정리로 제 기억 속에 접혀 있었던 지난 세미나가 촤르르 펼쳐집니다.
    <모나드론> 읽지도 않았는데 모나드에 대해 엄청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은 기분, 저도 그랬습니다.ㅎㅎ
    <라이프니츠와 아르노의 서신>을 받아 펼쳐보니 첫편지가 <형이상학논고>에 대한 아르노씨의 견해를 듣고 싶다는 내용이군요.
    해설서와 작별한 뒤 맨땅에 헤딩하는 라이프니츠 읽기.. 어찌 되려나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됩니다.ㅎㅎ

    • 2023-10-30 11:36

      편지 초반부의 서로를 향한 정중한(듯한) 디스전이 아주 꿀잼입니다 ㅋㅋㅋ

  • 2023-10-30 11:24

    봄날샘 쪽집게 후기 감사드려요~~~

  • 2023-10-30 11:28

    와우... 후기로 보니 정말 엄청난 말들을 막 했었군요 ㅎㅎㅎ 어쩌면 원전 세미나가 더 수월할 수도 있겠... 아차차 낚시 가는 길에 ‘오늘 고기 많이 잡겠네’라고 하면 안 되겠죠 ^^
    후기 쓰신 봄날샘 만쉐!

  • 2023-10-30 13:08

    세미나를 세 달 한 것 같은 후기 감사드립니다. 원전을 이미 읽은 느낌이 훅 듭니다.

  • 2023-10-30 14:07

    대박 요점 정리! 수능이 얼마 안남았군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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