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와 나비] 2강 후기

토용
2022-07-18 23:36
289

올해는 우연인지 제자백가세미나에서 공부하는 책을 강좌로 먼저 접하게 되었다. 지난 겨울 노자강좌를 듣고 노자세미나를 했는데, 이번에는 장자강좌를 들으면서 장자세미나를 하게 되었다. 복 받았다 생각한다.

 

우샘의 강의 스타일이 약간 바뀐 듯하다. 예전에는 원문 중심의 강의였는데, 이번에는 바로 텍스트로 들어가지 않고 풍부한 배경 설명을 통해 장자에 깊이 빠져들도록 군불을 지피신다. 장자의 글을 빨리 접하고 싶은 분들은 궁금하겠지만, 앞으로 세미나를 하면서 천천히 장자를 읽을 계획인 나는 오히려 이런 강의가 좋다.

 

장자는 송나라 출신이다. 송나라는 주나라가 은나라를 멸망시킨 후 그 후예들에게 봉해준 나라이다. 은나라의 높은 문화를 존중받아 세워진 나라였지만 송나라는 어리석은 사람을 빗대어 말할 때 자주 등장한다. 예를 들면 ‘수주대토’, ‘각주구검’ 등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송나라 사람이다. 이는 실제로 송나라 사람들이 멍청했다기보다는 송의 문화가 주의 문화와는 아주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송나라 사람들이 좀 다르게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있었음을 나타내준다고 생각한다. 비록 장자가 살았던 시대는 은이 멸망하고 수백 년이나 지난 때였지만 뭔가 다른 기질이 면면히 흐르고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장자를 초나라 출신으로 보기도 한다는데, 그렇다면 중원의 문화와는 확실히 다른 전통이 있었을 것이다. 『시경』과 초사의 문체가 다르듯 장자의 글쓰기가 독특한 점은 이런데서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장자』는 대부분 우언(寓言)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왔나보다. 일단 재밌을테니까. 커다란 스케일, 빼어난 문장, 유가와 묵가에 대한 냉철한 비판 등 장자의 글쓰기는 글의 호흡과 글자의 선택, 배치 등에서 이전의 글쓰기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삶이 글쓰기로 체현되었다는 것이다. 우샘께서 장자의 ‘化’는 본인의 체험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하셨는데, 이러한 ‘化’가 글쓰기로도 드러난 것 같다.

 

‘언어의 달인’ 장자의 글쓰기 특징 중의 하나는 우언(寓言), 중언(重言), 치언(巵言)이라는 삼언에 있다. 황당한 말처럼 보이는 글 속에 삼언이 배치되어 있다.

우언은 자신의 논지를 외물을 빌려 설득하는 것이다. 우언으로는 설득력과 신뢰성을 확보한다. 그러나 우언만 재미있게 읽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우언의 앞뒤를 읽어야 하는데 그 앞뒤에 있는 것이 치언이다. 치언은 자연의 도로 조화시켜 무궁한 변화에 순응하게 하는 말이다. 치언은 주제문인 경우가 많다. 중언은 존중할 만한 선인의 말을 인용하여 권위를 불러온다. 그런데 이 삼언이 제각각 따로따로 분명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우언 안에 중언이 있고, 우언, 중언 안에 치언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읽기에 까다롭다고 하는가보다.

 

이 삼언만으로도 황당해 보이는 이야기로 도를 말하는 장자에 대한 기대치가 상승한다. 이번 주에 시작하는 장자 세미나를 통해 앞으로 몇 달간 장자 읽기의 즐거움에 빠져들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 2
  • 2022-07-19 10:39

    우언, 중언, 치언 설명 듣다보니 장자의 글쓰기가 매우 궁금해지대요. 이번주는 좀 더 느껴볼 수 있겠죠^^

  • 2022-07-20 07:06

    <장자> 주석에는 절대 강자가 없고, <장자> 원문에는 정전이 없으니, 자유롭게 장자를 해석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샘은 장자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과 대결하려 했고, 누구와 교제했고, 어떤 시대를 살았는지,

    장자를 보는 어떤 관점들이 있는지, 풍부하게 이야기 해주셨어요.

    아마 대담하고 자유롭게 해석하되, 멋대로 해석하지 못하게 하려고 그러신 건 아닐지요?^^

    2강 말미에 <소요유>의 맛을 잠깐 보았는데, 시작하자마자 거의 모든 것에 물음표가 생기네요.

    정답도 없고, 미로를 헤매는 듯한 읽기가 시작되는 느낌입니다.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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