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독사의 사유] 첫 시간 후기

가마솥
2022-07-16 17:02
291

[파라-독사의 사유] 첫 시간 후기

 

아래층 마님께서 딤섬을 좋아해서 분당 정자동에 있는 ‘호접몽’이라는 중국집을 가끔 찾는다. 비싸기도 하지만, 이 집 딤섬 맛은 솔직히 별로이다.  그런데, 그 동네 직장시절에 비즈니스 손님 접대용으로 그 곳을 자주 갔다.  일단, 중식 집으로는 지하 썬큰 가든(Sunken garden)에 있는 정원이 분위기가 좋고, 음식을 적게 정갈하게 내놓는 플레이팅이 뭔가 있어 보인다.  더우기 처음 가는 사람은 그 곳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간신히 찾아 온 사람에게, 들어오면서 본 이 집 이름 ‘호접몽(胡蝶夢)’의 유래에 대해서 물으면 대부분 모른다는 대답이다. 허겁지겁 들어오느라 간판도 못 보았을 것이다. 조금 나은 사람이 ‘듣기는 들었는데......’, 어설픈 한자 실력으로 ‘호랑나비 꿈인가?’하고 되 묻는다. 김흥국하고 겹친 듯하다. 그러면 그날 비즈니스 만남의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이제 마님에게 딤섬 사주면서 들은 장자의 호접몽에 대해서 썰(說)을 푼다. 초점은 나비가 꿈을 꾸나? 내가 꿈을 꾸고 있나?하는 알 듯 말 듯한 주제를 가지고, 상대방의 이익과 나의 이익을 갑을관계를 떠나서 문제를 적어도 동일한 테이블에 놓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중식 집,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화제로 이야기하기 딱 좋다. 조금 더 길면 질문할 수 있어서 밑천이 드러날 수 있는데, 한 30분? 어색한 시간을 내 쪽으로 끌어 들이는 호접몽‘(好接蒙?)’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장자(莊子)는 책 한 글자도 읽지 않고서도 내게는 왠지 익숙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내 삶에는 아무런 도움(변화)을 주지 않았다.

 

최근에 나의 one-way Love에 큰 상처를 입는 사건을 경험하였다. 책임감, 의무, 가족애 등등으로 ‘차카게’ 살아온 내게 좀 다르게 살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건이었다. 어떻게 바꿔 보려고? ‘차카게’를 과감히 버려? 못 할껄? 불길하게도(!) 그럴 것 같다. 우짠다. 헌데, 우쌤이 장자 특강 첫 시간에 사각형 안에 있는 윤리로 뭉쳐진 유가(儒家)를 넘어서 밖으로 향하는 화살표로써 장자철학의 지향점을 그렸을 때, 눈이 번쩍 띄었다. 어쩌면 유교적인 교육으로 똘똘 뭉쳐진 내게 다른 삶의 방향을 보여 줄 것만 같아서 이다. 제자백가 ‘장자 세미나’를 바로 신청하고, 책장에 꽂혀 있는(마님이 이미 읽은) 총 천연색 딱지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안동림 주 ‘장자’ 책을 펼쳤다. ‘북녘 바다에 물고기가 있다. 그 이름을 곤(鯤)이라고 한다......’ 참나! 그래서 어쨌다고? 예상은 했지만 부딪혀 보니 더욱 더 뜬 구름같은 이야기이다. 호접몽(胡蝶夢)을 찾아 보았다. ‘언젠가 장주(莊周)는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다. 훨훨 날아 다니는 나비가 된 채 유쾌하게 즐기면서도 자기가 장주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 속 함의에 대한 논의는 없다. 대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 거야?

 

[파라-독사의 사유] 새벽 세미나가 열렸다. 이 책을 펼쳐 보니, 대뜸 ‘1장. 큰 것과 작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낸다. 많은 비유를 통하여 큰 앎과 작은 앎을 대조시킨다. 서로 모순적인 것같은 논지도 있다. 예를들면, ‘달라져라’ 하고 化를 말하면서, ‘그대로 따르라’를 권하는 因循이 있다. 맥락에 따라서 이해해야지 모순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하지만, 아직은 그런가 보다 한다.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읽는 구나’ 하는 감을 잡아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전체를 다 읽고 나서 다시 또 읽어 보면 되니까.

 

1부에서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의 묘(妙)』를 통한 파라-독사의 사유가 마음에 와 닿았다. 저자는 이것을 자본주의 시대의 돈과 쓸모에 대해서 말했지만, 난 유교적인 시각에서 仁하지 않은 생각 혹은 공동체에 반하는 행위에 대해서 쓸모없는(無用) 사람으로 치부하고 공격하거나 분노하였는데, 나의 규구(規矩)로써 그의 다리를 자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무엇보다도 골프치러 가는 날도 아닌데, 토요일 새벽 6시에(6시 반을 잘못 알았다!) 컴을 켜서 홀로 줌에 들어가 앉아 있으니, 분명히 일단 변했다는 생각이다. 이게 변(變)인지 화(化)인지는 두고 볼일이다.

댓글 5
  • 2022-07-18 09:59

    토욜은 세미나 마치고 오후엔 인문약방 회의하느라
    어제 일욜은 화성습지탐사 가느라 댓글이 늦었시유.

    토욜 새벽 세미나! 좋더라구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이날 세미나에서 우선은 인상평들이 나왔구요.

     

    "차이와 반복 읽다가 동양고전 이야기 읽으니까 진도가 절로 나간다. 너무 재밌다"(가마솥), "옛날 처음 장자 읽을 때는 쏘우, 왓? 이런 생각 때문에 좀 답답했는데 지금은 좀 덜 답답한 것 같다."(진달래)
    "천의 고원을 읽고 있어서 그런지 '化'를 절대적 탈영토화로 읽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무사), "생각보다 평이했다"(문탁), "평이해서 좋았다. 치언, 중언, 우언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기린) 등이 있었어요.

     

    쟁점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1. 화이위조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강의 때 우쌤이 말씀하신대로 '有所待'로 보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獨化'로 보아야 할 것인가?
    -작은 물고기가 큰 물고기가 된 다음 (양적 변화) 물고기가 새로 변화 (질적 변화)한다고 볼 수도 있는가? 아닌가?
    -곤이 새가 되는 것은 역량이 커진 것인가? 아니면 곤=새로 보아야 하는가?
    -유월은 육개월과 유월 중 어떤 걸로 해석하는 게 더 적합한가?

     

    2. 매미와 붕새의 차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나는 곽상파다! (그믐) 작든 크든 존재론적으로 동등한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나?
    -이정우 의견대로 이것은 차원이 다른 존재로 보아야 하는 거 아닐까? (대부분)

     

    3. 변화는 어찌 일어나는가?
    -유가에서 이야기하는 수양과 축적이 있어야 어떤 질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 아닐까? 즉 學과 化를 대립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기린)
    -탈영토화의 문턱, 극한이 이정우가 이야기하는 '바깥'이다. 즉 어떤 한계 경험 (죽음, 질병, 기타 등등). 이 패러다임은 유가적 패러다임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문탁)

     

    4. 존재론적 달걀
    -구와 타원의 문제가 아니라 형상(이데아 혹은 척도 혹은 표상 혹은 규범)과 질료의 바다(형상 이전의 잠재성의 영역)의 차이로 보아야 한다.

     

    저는.... 프롤로그 대붕우화에 대해 세미나 끝나고 좀 더 감이 잡힌 것 같아요. 나중에 정리가 되면 말씀드릴게요.

     

    여기 못 다 적은 것은 다른 분들이 보충해주세요^^ 글구 소요유 발제 첨부할게요

  • 2022-07-18 11:40

    어쩌다 올해 내내 아침 여섯시에 동양고전 원문을 읽고 있는 저는 토요일 오전 6시반의 세미나가 어색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열명이 넘은 분들과 함께 이른 아침을 여는 세미나를 두 시간 해보는 경험은 나름 신박했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 저의 질문, 유가에서 學과 도가의 化는  같은 점도 있지 않은가? 에 대해

    문탁샘의 유가적 프라임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과 함께 실제로 學을 통해 변화에 도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늘 맞닥뜨리게 되는 점을 지적하셨죠^^ 덧붙여서 그렇기 때문에 실존과 관련한 한계 경험, 예를 들어 이 시대의 여러 소수자들의 처한 상황

    등을 통해 規矩繩墨이라는 척도 '바깥'의 삶에 접근(?) 해 볼 수 있지 않나... 이런 요지의 설명을 들으며

    學과 化에 대해 제가 간과하고 있는 지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존재론적 달걀을 규구승묵에 대응하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고요.

     

  • 2022-07-18 17:11

    장알못이었던 저의 원픽은 장자는 기철학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공부하신 분들에게 혹시 노자도 그런지 묻고 싶습니다.(노장의 기초가 부족해!)

    저는 작은 알이 큰 물고기가 되는 것은 변이고, 큰 물고기인 곤이 큰 새인 붕이 되는 것이 化라고 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변은 양적 변화를 化는 질적 변화를 의미한다면, 질적변화란 본성상의 차이를 의미할진대 곤과 붕의 본성상의 차이란 대체 어떤 차이일까요?

    그저 물에서 헤엄치던 것에서 허공을 나는 새가 되었다는 형태상의 차이를 말하는 것은 아닐 텐데 말이에요.

    이와 관련해서 수직적 상승, 위버멘쉬 같은 말도 제시되었었죠. 우샘이 강의에서 말한 내재적 초월 같은 단어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化를 수직적 상승으로 이해한 것을 이정우선생은 회심 같은 종교적이고 영적인 개념으로 표현하려 했던 것일까요?

    곤에서 붕으로의 변화가 의미하는 것과 매미와 붕새 사이의 소지와 대지의 관계는 범주가 다르다는 건 확실히 알겠네요.

    곤과 붕을 빌린 우언을 통해 장자가 말하려 했던 化의 철학이 무엇인가, 여기에서 저의 장자 읽기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우샘이 붕새 역시 의존하는 것이 있다고 한 것은 적어도 그 점에서는 매미와 붕새는 존재론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뜻이었을까요?

    아니면, 의존하는 세상에서 자유(의존하지 않음)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었을까요?(음..이건 장자적 사유와는 좀 동떨어진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잘 모르는 만큼 이것 저것 되는 대로 던지면서 배우는 즐거움을 누려볼까 합니다.^^

     

    • 2022-07-23 07:51

      노자를 충분히 장악하고 있지 못해서 대답하기가 좀 거시기하지만.... (음...이러니까 장자는 꼭 장악한 것 같군...쩝쩝...)

      노자의 '무'는 (저는 노자는 '무', 열자는 '허', 장자는 '기'라고 생각하는데 셋이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것 같아요) 기=유...를 만드는 어떤 기초를 뜻하는 것 같아요.(질료적인 것과 별로 관계가 없습니다) 아르케?! 개념적이고 초월적이에요. 마치 무극이나 태극 같은 것? 그리고 이런 노자의 무=도의 초월이 또 어떤 초월인가는, 생각해볼 바가 많습니다^^ (리-기 이원론? / 기 일원론?)

  • 2022-07-20 09:28

    아 ~정자동에 있는 그 호접몽. 저도 가봤습니다. 딤섬은 소소~ 탄탄면, 사천탕수육은 맛있었어요^^

    우샘이 권해주신 <장자를 읽어야 할 시간 1>을 보니

    "붕이 아득한 남녘 바다로 날아가고자 날개를 펼치면 3천 리만큼 깊은 바다에 의지하여 날아오르고 9만 리만큼 높은 회오리바람이 모이는데 거기에 몸을 싣는다. 그렇게 여섯 달에야 한 번 만나는 큰 바람과 파도에 기대어 비로소 가장 아득한 남녘으로 날아갈 수 있다."(72쪽) 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그 다음 구절(야마야 진애야~후략)도 그렇고, 만물이 서로 의존한다는 의미라면 <만물은 서로 돕는다>는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도 떠오르네요. 붕으로 화하여 높이 날아올라 천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것은 유가적 의미의 성공이 아니다. 너 혼자 잘나서 그런 게 아니다. 뭐 그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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