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공 19회차 후기 : 송 양공 그렇게 안봤는데...

토용
2023-10-31 23:19
79

희공 17년, 제나라 환공이 죽자 패자의 자리를 노리는 제후가 등장했다. 바로 송나라 양공이다. 지금까지 송 양공은 초나라와의 전쟁에서 쓸데없이 자비를 베풀었다가 전쟁에서도 지고 자기도 부상을 입어 결국 죽은 군주라고 알고 있었다. ‘宋襄之仁’이 진짜 어질어서가 아니라 비꼬는 말이었지만 그래도 전쟁터에서 적국이 전열을 가다듬기를 기다려준 행동은 쉽게 폄하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춘추5패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해서 좀 남다른 능력이 있는 군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좌전』을 읽다보니 이 양반 평가를 야박하게 받고 있었다.

 

지난번에는 증나라 군주를 인신공양에 써서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조나라가 복종하지 않는다고 포위를 한다. 사마자어는 주 문왕의 고사를 인용하며 간언한다. 덕이 없는 군주가 어찌 남을 복종시킬 수 있겠느냐며 우선 군주 자신의 덕을 반성하라고 말한다.

또 진(陳) 목공이 제후들과 결맹하여 제 환공의 덕을 잊지 말자고 한 것에 대해 두예는 송 양공이 포학해서 제 환공을 생각한 것이라고 주석하고 있다.

 

이런 기사들에 의하면 송 양공은 스스로 패자가 되고 싶어 하나 다른 제후들의 신임을 얻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었다. 패자가 되기에는 우선 본인의 덕도 부족하고 나라 사이즈도 작고 제후들도 싫어하고.... 그럼에도 패자는 꼭 되고 싶었는지 제후들을 규합하려고 한다.

이를 듣고 장문중이 한마디 한다.(군주 앞에서 한 말은 아니다) “자신의 욕망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욕망을 따르면 성공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나의 욕망을 따르게 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어쨌든 희공 21년 가을 회합은 이루어진다. 특이한 것은 이 때에 경(經)에 처음으로 초나라를 ‘초자(楚子)’라고 제대로 작위를 붙여 기록한 점이다. 초나라가 중원의 정치 질서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더 이상 남방의 오랑캐로 무시할 국력이 아닌 것이다. 송 양공은 이후 패자의 자리를 두고 초나라와 다투게 된다. 근데 뭔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것 같다. 송 양공은 알까?

댓글 1
  • 2023-11-01 00:02

    저도.... 은공 같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야심가였나봐요. 무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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