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 6회차 후기

경덕
2023-10-03 12:58
282
<호흡, 마음챙김, 명상> 의 마지막 네 개의 장을 읽었습니다. 호흡 마음챙김 수행과 관련된 한역 <아함경>의 발췌문을 보면서 경전에서는 각 단계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고, 팔리어 경전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었어요. 또 요요샘의 강의를 통해서 니까야와 아함경을 중심으로 불교 경전의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정리해볼 수 있었습니다.
 
경전에서 호흡을 바람 요소로 파악하는 부분, 호흡을 통해 죽음을 명상할 수 있다는 부분이 인상깊었어요. 들숨과 날숨이 진행되는 동안 내 몸을 드나드는 바람의 요소는 어디서부터 오고 어디를 향해 가는지, 호흡과 뗄 수 없는 내 신체의 경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들숨과 날숨이 멈추는 어느 순간이 마지막 호흡(죽음)이라면, 그 다음 호흡은 어디로 가서 어떤 형태로 다시 이어지는지, 궁금해졌어요. 그리고 이런 것들을 단순히 '추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호흡 마음챙김을 통해 '경험'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어요. 그런 통찰, 깨달음의 경험을 감각적인 경험 너머의 초월적이고 사변적인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요.
 
잡아함경에서 붓다께서는 각자의 기질과 성향에 맞는 수행방법을 유연하고 열려 있는 태도로 고려하셨다고 하니,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 방법은 내가 경험하면서 찾아가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붓다께서 16단계를 가장 높은 수행방법으로 권유하셨고 역사적으로 가장 검증된 수행 방법이기 때문에 16단계를 먼저 잘 계발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아날라요 스님은 책을 이렇게 마무리하십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은, 호흡의 경험을 죽음에 대한 인식과 결합하라는 앞 장의 마지막 경전에 나온 지시를 단지 반복하라는 것이다. 마지막 숨을 쉴 때, 우리가 명상수행에 충분히 전념하지 않았다는 것이 분명해진다면, 우리는 후회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침은 다음과 같다. 훈련하라!"
 
그리고 저는 다시 처음로 돌아가고 싶어졌어요. 도입부를 다시 읽으며 호흡에 대한 인식을 다시 정리해보았습다. 호흡은 죽기 전까지 멈추지 않고 우리가 어딜 가든 항상 휴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의 호흡은 현재를 상기시켜줍니다. 호흡은 마음과 몸의 다리 역할을 하여 그 두 가지 영역의 상호작용을 보여줍니다. 또 호흡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어떤 리듬을 가지고 움직이기 때문에 호흡하는'나'의 실체 없음을 드러냅니다. 우린는 호흡에 자신을 내맡김으로서 무상의 법칙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존 캇밧진)
 
호흡 마음챙김의 시작은 '은둔'입니다. <아나빠나삿띠 숫따>의 도입부는 "여기, 숲이나 나무 뿌리 혹은 빈 오두막으로 가서 그는 앉는다. 다리를 교차하여 접고 몸을 바로 세운 후, 전면에 마음챙김을 확립하고, 마음챙김하며 들이쉬고 마음챙김하며 내쉰다."와 같이 전개됩니다. '은둔', 그리고 수행을 위한 '자세'와 '전면의 마음챙김'이 호흡 마음챙김을 시작하기 위한 조건입니다. 이후에 호흡에 주의를 돌려서 '마음챙김하여 숨을 들이쉬고 마음챙김하여 숨을 내쉬라'는 가르침이 16단계 수행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호흡을 경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들숨과 날숨의 차이를 구별하는 것이 이 명상수행의 대상이라고 합니다. 이때 호흡의 접촉과 관련된 신체 감각은 호흡 마음챙김을 돕는 수단이고 우리의 수행 대상은 호흡 그 자체임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호흡 마음챙김은 호흡을 상상하거나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호흡을 '경험'하는 것이라는 인식과 함께해야 합니다.
 
들숨과 날숨의 마음챙김을 통해 우리는 평온과 통찰을 계발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구별되면서도 상호 밀접하게 관련된 자질이고, 다르지만 한 몸에 속해 있습니다. 통찰은 호흡에 있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성질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고, 이러한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무상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호흡은 바람의 요소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지속적인 변화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들숨과 날숨의 마음챙김을 통해 현재 순간에 머무르는 경험이 주는 미묘한 즐거움을 계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호흡 마음챙김의 정서적 차원이 중립적인 것에서 유쾌한 것으로 전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통찰과 평온의 협력과 들숨과 날숨의 마음챙김은 16단계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지속되는 인식입니다. 그리고 둘숨과 날숨의 마음챙김은 마음이 산만해지거나 방황할 때 우리가 미소지으며 돌아올 곳이라고 말합니다.
 
은둔, 들숨, 날숨, 평온, 통찰. 이런 것들이 저에게 주요한 키워드로 남은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이 번잡하고 방황할 때 주의를 호흡으로 돌리려고 애쓰면서, 면전에서 쉬지 않고 이어지는 들숨과 날숨이 매 순간 미소지으며 돌아갈 곳이다, 라고 마음에 새기고 있어요. 아직 방석 위에 매일 앉는 것조차 잘 되지 않지만, 호흡 그 자체를 경험하는 것이 저의 비빌 언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댓글 2
  • 2023-10-08 13:26

    비빌 언덕... ^^ 공감합니다.
    명상을 할수록 몸과 마음의 은둔이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우선은 번잡한 일상과 거리를 두는 물리적 은둔에서부터 시작하지만 방석에 몸을 기대듯 마음을 몸에 기대는 정신적 은둔이 확장되면서 동요와 불안이 줄어드는 걸 경험하게 되네요. 마음의 근력이라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싶군요.
    이제 집중명상 수행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이번 주말 마지막 책을 읽고 만날 다음 시간이 기대됩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 2023-10-08 15:00

    비빌 언덕 받고 안식처 더합니다~^^
    호흡은 살아있는 한 항상 나와 함께하는 것이고. 그 호흡이 있는 한 기대어 알아차림 할 수 있다는 것이
    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 시즌 만난 조셉 골드스타인과 아날라요 스님이 왜 명상에 큰 스승인지 그들의 글을 통해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달라이라마의 명상법을 통해 나누게 될 이야기들도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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