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이 재미있는 이유......

새털
2011-03-20 15:07
3268

 

  나는 왜 다윈이 재미있을까?

 눈꼽만큼 읽었지만, 도킨스도 다윈이 <종의 기원>을 써내려가는 방식으로

 <종의 기원>의 리라이팅을 하고 있는 것도 새삼 흥미롭다.

 

 그런데 왜 나에게 다윈이 재미있게 다가왔을까?

 나는 대학원에 들어가고나서 근 10여년을

 근대의 기원,  근대의 논리, 대항 근대성 등등

 된장국에 넣어먹는 아욱과 비슷한 근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는 근대에 살며 근대를 비판하고, 그럼에도 근대를 넘어서지 못한다.

 

프로이트, 푸코, 들뢰즈, 니체, 벤야민 등등의 편력을 돌아

최근 들게 된 생각은 근대 이성의 간지(奸智)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이다.

근대 이성의 폭력을 넘어서기 위해 또다시 이성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

들뢰즈의 '탈주'나 니체의 '영겁회귀'는 관념이나 이상으로 다가올 뿐이지

현실의 나와는 간극이 너무나 크다.

 

그즈음 만난 다윈의 장엄함이 나에겐 만화경처럼 다가왔다.

비글호를 타고 인간의 손에 의해 훼손되지 않는 원시림에서 다윈이 느꼈을 장엄함과 고독이

나에겐 탈주고 영겁회귀고 스피노자의 양태변화로 다가왔다.

 

지난 세미나에서 곰도리는 말했다.

생물의 종보다 '종'아라고도 불릴 수 없는 미생물의 종류는 그야말로 무량(無量)이라고,

그 미생물들의 덩어리로 이루어진 바다를 생각해보자.

그것이야말로 니체가 말하던 불균등한 힘들의 바다가 아닐까?

우리의 생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우리가 내는 세금과 우리가 지키는 교통법규가 아니라

나고 죽고 변화하고 있는 미생물들의 무한양태변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란 얼마나 극소수이고 미미한 존재인가......

나는 그런 미미한 존재가 된 인간이 참 편해졌다.

골치 아픈 근대에 대한 고민쯤이야 티끌 하나의 상념에 그치지 않겠지.

그렇다고 '도' 닦고 해탈하겠다는 건 아니다.

 

확실히 영어공부는 알파벳 외울 때가 제일 재미있고,

수학은 인수분해 정도가 아닐까......

그렇다. 지금 나는 다윈의 알파벳을 외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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