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지사유 토요인문학 - 사진 속 법과 윤리 후기 - 시시리리

시시리리
2015-09-16 16:39
882

토요일 아침 열시.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나는 파지사유 인문학 강의실에 앉아있다.

이번 강의는 사진. 강사는 포토저널리스트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이상엽이다.

강의는 사진의 역사로 시작됐다.


알타미라 혹은 라스코에서 그 흔적을 남겼던 3만년(선생이 언급하진 않았지만 쇼벤동굴 까지 포함하자면) 전부터 시작하여 보이는 것에 대해 모방을 하려는 인류의 그림 창작행위는 그리스로마 시대와 르네상스를 변곡점으로 삼아 19세기 초에 이르러 카메라를 발명하면서 사진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카메라는 카메라옵스큐라, 즉 어두운(옵스큐라) 방(카메라)이라는 말을 기원으로 한다.

카메라는 우연하게도 영국, 프랑스, 인도 등 여러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그러나 각기 그 방법 면에서 나름의 독창성을 가지고 발명되었는데 국왕의 전폭적인 지지와 정책에 힘입은 프랑스가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사진은 처음에는 화가들의 그림작업을 위한 도구로 쓰이다가 초상화를 대신하게 되며 사진사들에게 엄청난 부를 거머쥐게 하며 프랑스의 살롱이 아닌 사진 스튜디오에서 전시회를 열어줌으로써 인상파라는 미술사의 거대 흐름을 태동시키기도 한다.

이동이 어렵던 카메라를 축소시켜 영화영상필름을 잘라서 장착하고 <코닥>이라는 휴대용 카메라를 들고나온 이스트만에 의해 카메라는 전문가를 넘어서 일반 대중에게도 보편화되었고 컴퓨터의 발명과 함께 디지털시대를 연 후 스마트폰에 내장되면서 <코닥>을 위시한 여러 카메라 제조회사들의 명멸을 낳기도 했다.

그 중 독일의 <라이카>는 <코닥>보다 더 오래된 카메라 제조회사임에도 뛰어난 기술력을 정책으로 스위스의 고급시계에 견줄만한 카메라계의 명품으로 전문가들에게 여전히 사랑받으며 살아남았다.

 

예술로 시작된 사진은 카메라의 대중화와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기록”과 “재생”이라는 현재적 개념을 정립한다.

이제 사진은 도처에 범람하고 카메라는 언제고 작동하며 개인의 사생활에 침입하게 되었다.

그러면 사진가는 어디까지 찍을 수 있는가?

강의 모집에 쓰였던 사진 로베르 두아노의 <입맞춤, 파리시청앞에서>가 우리에게 주어졌다.

이 사진이 유명세와 함께 돈이 벌리면서 우연히 찍힌 듯한 두 남녀가 자신들이라며 초상권을 주장한 여러사람들이 나타났단다.

다행히 이 사진은 두아노가 모델을 두고 연출한 사진이었으므로 일단락 되었지만 <초상권>은 이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당연히 염두에 두어야할 조건이 되었다.

이제는 사진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당연한 개인의 의지와 그 보호를 위한 사법이 판례로서 정례화된 것이다.

로버트 케네디가 피살당할 당시의 사진과 피서지에서 사고로 아이를 잃은 가족의 슬픔을 포착한 사진과 이슈를 위해 시위 중인 사진들이 또한 예로써 제시되었다.

케네디는 이미 공인이며 피살의 순간은 역사적 기록의 의미를 갖기 때문에 초상권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를 잃은 가족들은 초상권이나 사생활보호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시위 중인 사람 혹은 여럿이 하나의 이슈를 가지고 모여있는 경우 사진 속의 인물이 대중 속에 묻혀있다면 상관 없으나 그 중 특별히 크로즈업 되어 있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진 속 인물이 하고 있는 행위와 다르게 사진이 해석되고 왜곡되어 쓰여지는 경우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그래서 뉴욕의 뒷골목과 할렘을 주로 찍었던 작가 부르스 데이비슨은 사진을 찍을 때면 철저히 <초상권>에 관한 양도 싸인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면 내가 찍은 사진은 어디까지 내 것인가, 곧 <저작권>이 궁금할 것이다.

필름이나 동판 혹은 유리판을 원본으로 하던 시절에는 그것의 소유자가 저작권을 가졌다.

저작권은 처음에는 10년을 인정 받았으나 30년, 50으로 늘어나고 이제는 아마도 디즈니사의 입장에 손을 들어준 미국의 경우 70년으로 그 저작권이 늘어나 있다. (유럽은 50년)

강사는 좀 특별한 예로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베레모를 눌러쓴 체 게바라의 사진에 대해서 얘기해 주었다.

전 세계에서 얼마나 많이 무단으로 복제되었고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어쩌면 그가 누군지도 모른 채 티셔츠에 새겨진 그를 가슴에 안고 다니는 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사진을 찍은 작가도 국가간 정치적인 문제 등으로 그 저작권을 주장할 상황에 있지못했고 그러는 사이 그는 세상의 어느 구석에서도 문득 만날 수 있는 얼굴이 된 것이다.그의 초상권을 가진 가족은 표명했다고 한다.

‘기업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쓰려는 경우를 제외하고 개인은 누구라도 그의 사진을 가질 수 있다’고. (역시 체의 후손답지 않은가!)

그러나 디지털시대에 접어든 후 작가가 자신의 저작권을 행사하기는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한편으로 자신의 홈페이지에 무단으로 사진을 퍼날라다 쓰고있는 무지한 사람들에대한 발빠른 추심으로 짭짤히 수수료를 챙기는 법률사무소들을 양상해내기도 했다.

 

히틀러의 경우 사진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한 전략가였다.

또한 <아리안>이라는 옛 유럽의 종족 이미지를 독일인에게 덧씌워 순혈주의를 내세우던 일은 모두가 알고 있다.

강사는 덧붙여서 이미 독일인의 모습을 수백장 넘게 사진으로 기록해온 <아우구스트 잔더>로 인해 <아리안>이라는 이미지가 설득력을 잃게 되자 잔더의 사진을 분서갱유(?)하는 수고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에피소드도 들려준다.

십대였던지 이십대 초반이었던지 가물거리지만 잡지에서 발견한 사진에 감탄하여 오려두고 여태껏 간직해왔던 브레송의 사진 몇장을 보였더니

“브레송은 사기꾼이예요.”

시니컬하게 일갈한다.(이리하여 나의 청춘 한 시절의 감동은 목이 잘렸다. ㅋ~)

신경숙 사건으로 인해 들끓는 이즈음의 문학계가 설왕설래 물어뜯고 좌충우돌 하면서도 조금이라도 자정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그래도 그와같이 두터운 인문적 토대를 지닌 문학계가 부럽고 그런면에서 아직 요원한 사진계에 아쉬운 일별을 던지기도 한다.

기억하기도 어렵고 받아적기도 어려운(혀가 약간 짧다) 이름과 지명들이 일분에 몇 개씩 거론된다.

양념삼아 곁가지로 넘나들기도 하지만 일목요연한 강의에 한눈팔 새가 없다.

강의안도 없다.

입담이라기보다는 푸대자루에 가득 담아둔 지식과 사유가 필요할 때면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나오는 식이다.

내 지적 허영심 혹은 호기심이 좋아서 광란을 한다.

멋진 강의다.

 

 

사족: 아직 한 강이 더 남았다.

궁금하면 토요일 열시 파지사유 안 쪽 방으로 오시라.

 

 

 

 

 

 

 

 

 

댓글 4
  • 2015-09-16 23:33

    올~ 시시리리 샘 글 넘 잼있어요. ~~ 잘 읽었어요. 정성 어린 후기 덕분에 수업시간 중에 있는 듯한 착각을... 고맙습니다.!!!

    좋은 강좌 준비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고 

    커피 사주신 요요샘과 히말라야 샘께 특별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2015-09-17 08:41

      애고~ 수업 시간에 필기하지 않는 오랜 습관으로

      참고할 아무 자료가 없어 후기 쓰는 데에 좀 난감했습니다.

      그래도 좋게 말해주시니 감솨드립니다. ^^

  • 2015-09-17 00:56

    지난 시간 강의까지 복습해 주시니...정말 감사합니다.

    전 초상권이나 소유권 강의를 들으며... 결국 또 돈이 문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찍은 사진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다른 의도로 사용하는 것이 문제인데 가장 큰 이유는 돈이구나.

    사실 저는 하늘아래 새로운 건 없다주의자이고, 그래서 저작권이나 초상권이 무슨 권리인가...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가난한 작가들만 죽어나가는 현실에선 또 그런것이 아예 없으면 안되긴 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시시리리님의 지적 허영심만 만족시켜드리는 걸로 끝나서는 안될텐데...

    우리 시시리리님께서 직접 찍으시고, 사진 속에 생각을 담으실 기회를 드려야 할텐데...

    뭐...웹진에 모모스 포토 자리라도 내어 드려야 겠구나...뭐...매니저로서 이런... 고민이 되네요..ㅎㅎㅎ

    • 2015-09-17 08:45

      저한테 왜이러세요! ㅋ~

      지금까지 처럼  허영심이나 햝고 살게 그냥 내버려두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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