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4-1 후기

깨알
2015-10-13 22:21
780

오늘은 올해 이문서당의 마지막 분기 1회차 수업으로 인간세 마지막 부분과 덕충부 앞부분을 공부하였다.

장자는 인간세 편에서 어지러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대해

때로는 등장 인물과 스토리가 탄탄한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통해(공자와 안회, 섭공자고와 공자, 안합과 위공자의 대화),
때로는 노래와 시의 형식으로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나는 이 드라마 세 편의 핵심은 내면의 관조를 통해 우리의 내면에 빛이 나와 뭔가의 기운이 엉기면서 차분한 마음이 되게 하는

심재가 제일 주요한 메세지라고 생각한다. 첨피결자, 허실생백, 길상지지.

오늘 수업에서도 계속 나온 止, 장자에게 중요한 단어인 이 止는 그냥 멈추거나 머무르거나 뭔가의 기운이 축적되면서 차분한 경지로 풀이된다.

심재편을 다시 읽다보니 귀와 눈의 감각을 그대로 따라서 안으로 통과해서 마음의 작용을 배제시켜라는 문구가 새로 들어온다.

오늘 덕충부에서 말한 상이목(이목의 감각을 절대시하지 않는다)을 통해 전일하게 아는 바를 파악하면 마음에 생사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순이목내통(順耳目内通)이 어떤 내용인지 잘 이해가 안되었는데 상이목(象耳目)에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지난 시간 장석과 사직단 상수리나무, 역상수와의 만남에 이어 오늘 남백자기와 대목의 만남을 통해 나무의 무용은 곧 대용임을 말한 장자는

지리소 얘기를 통해 지리기형도 양신한다며 지리기덕자의 망덕을 강조한다.

지리기덕자란 덕을 내세우지 않고, 특정한 학파의 설을 내세우지 않는다.

장자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는 유가 등을 제일 하수로 본다고 우샘은 말씀하신다.

인간세의 하이라이트인 광접여의 노래 접여가.  그 당시 민간에서 떠돌던 구비전승문학이기도 한 이 접여가는

초나라의 민요 스타일로 나중에 나온 초사와 비슷하다고 한다. 우리는 논어와 사기 속의 접여가도 같이 읽었다.

우샘의 해석을 근간으로 접여가를 불러본다.

"봉새여, 봉새여 어찌하여 덕이 쇠하였느냐

너의 앞날은 기대할 수 없고, 지남 시간은 되짚을 수가 없도다

천하에 치국지도가 있으면 자신의 뜻을 이루고

천하에 도가 없으면 살아남아야 한다.

바야흐로 지금 시대는 겨우 형벌을 면할 때이다.

복은 깃털보다도 가벼운데 누릴 줄을 모르고, 화는 땅보다 무거운데 피할 줄을 모르는구나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사람들에게 덕으로써 임하는 일을!

위태롭고 위태롭다, 땅에 금을 긋고 내달리는구나!

가시여 가시여, 내가 가는 길을 막지 말아라! 요리조리해서 내 발을 다치게 하지 않으리라!"

지리기덕을 말한 장자는 더이상의 말이 필요없었다.

그 당시 민간인이 즐겨 부른 민요, 유가들도 잘 알고 있는 이 노래를 넌즈시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진심을 전하고 있다.

장자는 유교의 도덕을 인간에게 금을 긋는, 인간을 닫힌 세계에 가두게 하는 위선의 논리라고 말한다.

인간세의 마지막은 다소 교훈적인 에세이로 마무리 하고 있다.

산의 나무가 아름다우면 스스로를 해치게 되고, 등잔불은 스스로를 태우며, 계수나무는 먹을 수 있어서 베어지며,

옻칠은 쓸만해서 껍질이 베겨진다. 사람들은 모두 유용의 쓰임은 알지만 무용의 쓰임은 알지 못한다.

'쓸모있는 인간이 되자'라는 슬로건을 한 때는 나의 삶의 신조로 삼은 적도 있었다. 특히 직장 생활 15년 내내...

공부를 통해 나름 나긋나긋, 止의 경지를 어느 정도 알것 같은 요즈음도

장자를 오랫동안 읽고 있으면, 어질어질해져 중심이 흔들리고 마음이 불편해진다.

타블로 노래가 좋지만 3-4곡 연속해서 듣다보면 왠지 우울해지는 것 같은...

그래서 인간 공동체(국가와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오늘도 장자의 인간세를 읽으면서 나는 답을 찾지 못했다.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장자의 관점(view point)만 조금 이해한 것 같다

댓글 3
  • 2015-10-14 18:17

    鳳 兮 鳳 兮 , 何 如 德 之 哀 也 !

    來 世 不 可 待 , 往 世 不 可 追 也 .

    天 下 有 道 , 聖 人 成 焉 ,

    天 下 無 道 , 聖 人 生 焉 .

    方 今 之 時 , 僅 免 刑 焉 .

    福 輕 乎 羽 , 莫 之 知 戰 . , 禍 重 乎 地 , 莫 之 知 避 .

    已 乎 已 乎, 臨 人 以 德  !

    殆 乎 殆 乎, 畵 地 而 趨  !

    迷 陽 迷 陽 , 無 傷 吾 行 !   郤 曲 郤 曲, 無 傷 吾 足 !

    우샘의 노래하듯 흐르는 음률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언제나 유머러스한 샘의 강의 감사합니다 ^^

  • 2015-10-15 00:08



         사람이 사는 세상


      장자는 어지럽고 더러운 세상을 피해 편안히 살라고 말하지만 속세를 떠나 숨어살라고 말하지 않는다.

    속세를 피해 홀로 사는 일은  쉽다(絶迹易). 오히려 함께 더불어 살면서도 마음 편히 사는 것이 더 어렵다(無行地難). 

     인간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함께 살면서 마음 편히 사는가?

    <인간세>에서는 중니와 안회, 거백옥과 안합, 장석과 역사, 지리소, 광접여라는 인물등을 통해 그 방법을 이야기한다.


    1. 중니와 안회: 心齋하라!

    장자는 위나라로 가서 독재를 일삼는 군주를 잘 설득해 성군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안회를 빗대 공자를 비판한다.

    안회는 공자의 아바타, 공자는 장자의 아바타다.

    공자는 안회를 말리며 타이른다. 인간세상은 名(명예욕) 때문에 德이 어지러워지고 爭(경쟁심)으로 인해 知가 생겨난다.

    (德蕩乎名 知出乎爭) 名과 知는 다툼의 도구로 재앙을 부르는 것이니 관용봉과 비간처럼 충성스런 말을 하다가 공연히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안회 네가 장차 하려는 것(실제로는 공자의 治世) 역시 결국은 명예를 좋아하는 일이니 그만두어라.

    그것은 성인들도 떨치기 어려운 것이라 옛날의 至人도 자기부터 道를 갖춘 다음에야 남이 그러하도록 하였으니 우선 心齋하라.

    즉 마음을 텅 비워라. 나를 비우는 것(吾喪我, 坐忘, 無己)이 곧 心齋고, 오직 道는 비어있는 상태가 되어야 모인(응결된)다.(唯道集虛)

    ▸端而虛 勉而一 :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반듯(단정)하면서 겸허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며 꾸준하게 일관된 주장(전일하게)으로

    처신하겠다던 안회의 위나라 군주에 대한 plan.

    ▸寓於不得已 : 부득이함에 깃든다. ‘寓’는 고정된 원칙 없이 그때그때의 상황에 대응하는 것.

      (유가에서는 ‘權’-> 불변의 원칙인 經이 있으므로)

    ▸虛室生白: 빈 곳에서 순수함이 나온다. 주자학자들이 시에 자주 인용하는 정신적인 고향.

    (집=몸, 室=마음), 『대학』에서의 格物致知하면 豁然貫通하는 수준같은 것.

    ▸坐馳: 앉아서 내달린다. 몸은 앉아있으나 마음은 다른 곳으로 달리는 것이다.

    ▸人道之患: 인간세상에서 겪는 고난. 형벌을 받는 등의 근심.

    ▸陰陽之患: 일이 이루어지기 전의 염려에서 오는 것이 陰患이고, 일이 이루어진 뒤의 기쁨에서 오는 것이 陽患으로

    두 가지가 교차하면서 병이 생긴다.

    ▸飮冰: 속에 열이 나서 얼음을 들이킴. 주로 국란을 맞았을 때의 심정표현. 양계초의 호

    ▸安之若命: (어찌할 수 없음을 알고) 주어진 운명처럼 편안히 받아들임.

    ▸悅生惡死: 삶(잘사는 것)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함.

    ▸言者風波也 行者實喪也: 말이라는 것은 풍파(바람에 이는 물결: 실체를 따져보아야 함)니 전하는 자는 득실이 있다.

    ▸不肖之心: 못난 마음.

    ▸乘物而遊心: 物의 형편에 따라 마음을 여유 있게 노닐도록 함. 物은 외부적 상황, 조건(내가 결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것).


    2. 거백옥과 안합: 戒之愼之하라!

    안합이 위영공 태자의 스승으로 가게 되었다. 태자는 덕성이 천성적으로 각박(天殺)하여 무도하게 놔두면 나라가 위태롭고

    법도를 권하게 하면 자신이 위태롭게 될 것이라 거백옥에게 물었다.

    그의 대답은 경계하고 삼가하여(戒之愼之) 몸을 바르게(正)하라는 것이다.

    그것은 군주에게 入도 出도 하지 않는 것이다. 따르더라도 너무 달라붙어 그 범위를 넘지 말고,

    和하면서도 내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就不欲入 和不欲出)

    入과 出은 모두 조급함이니 결국 재앙이 된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음을 모르고 수레바퀴에 맞선 사마귀는(▸螳螂拒轍) 오로지 제 능력만 훌륭한 줄 아는 탓이다.

    호랑이 사육사는 호랑이에게 먹이를 줄때 산 채로도 통째로도 주지 않고 굶주렸을 때와 배부를 때를 잘 맞춰(順)

    호랑이의 성질머리를 맞춰간다. 그러나 호랑이의 본성을 거스르면(逆) 호랑이는 사육사를 죽인다.

    말을 사랑하는 자가 아무리 광주리와 조개에 똥오줌을 받아줘도 말에 붙은 등에를 불시에 때리면 재갈을 끊고

    머리를 들이받고 가슴을 부순다. 사랑이 지극해도 그 사랑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마귀처럼 자신의 덕성이나 학식을 내세우다가 또는 호랑이나 말을 다룰 때처럼 자신의 진정이 왜곡되어 화를 당할 수 있다.

    조심하고 조심해라.


    3. 장석과 역사(櫟社): 無用이 大用이다!

    장석은 사당나무로 심어져있는 거대한 상수리나무를 재목이 되지 못하는 쓸모없는 나무라며 거들떠보지 않았다.

    꿈에 나타난 櫟社는 장석이 쓸모 있다고 여기는 文木(美木)들은 사실 자신의 능력 때문에 삶이 고달파지고(以其能苦其生者)

    천수를 누리지 못하며 세속으로부터 당하게(剝,折,泄) 되니 자신은 쓸모없기를 추구(求無所可用)해왔다고 말한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이와 같지 않은 것이 없다(▸物莫不若是). 그러니 無用을 大用으로 삼아라.

    천지의 입장에서 본다면 세상에 쓸모없다고 비웃을 것은 하나도 없다. 효용만 따지며 살지 마라.


    4. 지리소: 亡德(支離其德)

    지리는 사지가 제대로 붙어있지 않은 모습이다. 지리소는 형편없이 망가져 상상하기 힘든 불구자다.

    그렇기에 그는 나라에서 징병을 해도 팔을 젓고 다닐 수 있고 부역을 동원해도 병을 핑계로 가지 않아도 된다.

    또 나라에서 배급을 줄 때는 남들보다 더 많이 받아갔다.

    몸이 온전치 못한 지리소가 이처럼 생명을 보존하듯 덕을 내세우지 않음(亡德)이 자신을 온전히 보존하는 방법이다.

    (亡德은 知가 들어가지 않는 것, 德은 특정학파의 주장)


    5. 광접여: 天下無道 聖人生焉

    道가 있는 세상에서는 벼슬을 하여 뜻을 이루겠으나 지금은 無道한 세상이다.

    사람(무도한 군주)에게 德으로써 주장하는 것은 위태로우니 공자여! 우선은 살아남아라(生).

     그대가 쓸모 있다고 주장하는 仁義禮智信(윤리도덕)으로 금을 긋고 그 안에서 뱅뱅 달리는 일(▸畵地而趨)은

    공연한 고집이다. 부질없다!

  • 2015-10-19 00:31

    땅에 금긋고 그 안에서 내달리는 위태함!!!

    저에게는 이번 수업에서 이 부분이 꽂혔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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