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치벼락치기] <그림자노동> 후기

히말라야
2016-02-19 22:22
400

지난 번에 읽은 <공생을 위한 도구>에서 일리치는,

산업사회에 대한 정치적 전복의 방법으로써 일상 언어의 재발견과

그런 재발견된 일상언어를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위기를 인식할 수 있도록

사회에 제안할 준비를 하라고 했었습니다.

이번주에 읽은 <그림자 노동> 속에서 일리치는 스스로가 제안한 방식 그대로

스스로 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매주 셋이 모이면 빨리 진도를 빼고 싶은 두 사람과 꼬치꼬치 캐묻는 한사람으로 편이 갈렸는데

오늘은 셋 다 서문에서부터 오래도록 머물렀던 것 같습니다.

서문에서 일리치는 '그림자 경제'라는, 자신이 만든 신조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영역의 새로운 문제 제기를 위해서 새로운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죠.

기존의 언어는 이미 사람들의 머릿 속에 기존에 존재하는 관념 속으로 재편되어 버리기 때문에

새로운 문제로 보여지지 않거나, 잘못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는 바로 인식의 혁명을 위한 새로운 담론만들기의 방법과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림자경제를 팽창시키는 세력이 강조하는 '자조'self-help에 대해서 이야기했죠.

우리는 자조라는 말을 잘 쓰지 않아서 혼동스러웠던것 같은데,

스스로 선택하는 행위같지만(이렇게 선전 되는데)

 사실은 전문가들에 의해 결정된 필요를 부여받아 산업사회에 일조하는 노동이죠

주로 그림자노동이 그런 것이고, 전문가들은 이런 그림자 노동에 가격꼬리표를 붙여

새로운 GNP의 기준을 만들어 냅니다...행복지수라든가/생태지수라든가.. 뭐 그런것이 이 일종이 아닐런지.   

사회를 결정하는 세가지 차원에서는 무른 기술이 무엇일까 찾아보았죠.

제조업이 굳은 기술이라면 서비스업은 무른기술일테고,

핵발전이 굳은 기술이라면 재생에너지가 무른기술인거지요

무른기술이라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공동체원들이 추구하는 가치나 고유의 특이성을  나타내주는

세번째 차원이무엇이냐에 따라 기술에 대한 평가가 달라집니다.

필요가 계몽의 탈을 쓰고 발전해 왔다는 부분과, 사회를 결정하는 세번째 차원에 존재하는

저마다 고유성을 갖는 작은 공동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중에

그렇다면 각각의 공동체의 일은 각자 알아서 하도록 서로 신경쓰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비현실적인(?) 문제제기를 해보았습니다.( 극단적으로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같은...)

다른 삶의 기준을 갖는 공동체를 일방적으로 계몽하는 일은 일리치의 말처럼

필요를 강요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공동체간의 연대는 계몽과는 다르다 

공동체라고 해서 완전히 홀로 고립될 수 없고,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부당함과 부정의에 대한 문제제기를 맞딱뜨리게 되면 자각이 일어날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계속해서 일리치처럼 떠들어야 한다,

우리가 거리에서 핵발전소의 부당함에 대해 떠들 때,

지나가는 사람들이 외면한다고 해서 풀죽을 이유가 없는 것이죠 

토박이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 일리치는 15세기 유럽으로 돌아가

민중이 함께 어울려 다듬어 만들어내는 토박이 말을 파괴하고

국민국가의 모국어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아무 생각없이 (때로는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쓰는 모국어가

알고보면 삶의 언어를 근본적으로 독점하여 국민국가의 인간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게의 눈으로 과거로 뒷걸음치면

현재의 우리가 놓여있는 상황이 무엇인지 더 잘 보이지요.

이것이 역사가로서의 일리치가 현재의 문제들을 연구하는 방법이라는 것도 이야기했죠.

그림자노동에 이어 일리치는 토박이(vernacular)라는 말을 찾아냈습니다.

이말의 기원은 '시장에서 사고 팔지 않는, 개인이 지키고 보살피는 모든 가치'이기에

상품노동도 아니고 그림자노동도 아닌 자급자족에 일조하는 자율적인 활동들에

이 새로운 말을 쓰자고 일리치는 제안합니다만, 현대산업사회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토박이 그리고 토박이 말이 실제적으로 와 닿지는 않습니다.

토박이 말은 사투리가 아니고, 토박이 활동은 전통적인 자급자족 활동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 가까이에 있는 '밥당번'이라는 말과 그 활동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건 전통적인 자급자족도 아니고 문탁에 고유하면서도 자율적인 것이고...

산업경제 활동도 아니고 그림자 노동도 아니고..전통적 자급자족도 아니고...

비슷하게 드러맞지 않을까 하며 ... 셋이서 맞다맞다 했습니다. 

일리치가 제안하는 새로운 말들에 대해 음미하느라,

마지막 장인 5장.그림자 노동은 다음 주로 미뤄졌네요.

다음주엔  <그림자노동> 5장을 부분의 논의를 마저하고 나서,

 <젠더>  3장.버내큘러 젠더까지 함께 볼 예정입니다.

<젠더>가 궁금하신 분은 담주와 그담주에 2주동안, 함께하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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