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치 벼락치기] 2회차 후기...기본소득제는 가치의 제도화일까요?

히말라야
2016-01-24 12:12
648

주술밥상팀은 영화를 틀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기타동호회(?)가 줄을 뚱땅거리는 금요일 오후 2시

뿔옹, 뚜버기, 히말라야 셋이서 파지사유에 모여앉아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원래는 하루에 <학교없는 사회> 한권 전체를 진행하려고 마음먹었으나, 3장까지 논의하기도 바빴습니다.

우선, 책의 초반에 제시되는 '가치의 제도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첨부터 고성이 오고갔지요.

일리치가 복지재정을 중단하라는 주장이 당시에 얼마나 사람들에게 급진적으로 느껴졌을까

그 때 뿔옹이 그래서 본인도 지금 '기본소득제' 담론에 회의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뚜버기와 히말은 그거야말로 일리치적인 공유와 자율의 확대라고 반발했지요

뿔옹의 의견은 기본소득제 역시 제도이고, 이것 역시 '돈 만 줘버리는' 제도에 일임되어

사회 속에서 각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뚜버기와 히말은, 그렇게 각자에게 돈을 (돌려)주는 일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사회의 제반구조와 의식구조가 변화하기 않으면 불가능하게 설계된 제도이기에

급직적이고 현재 각종 제도들에 대해 흔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일리치도 결국에는 모든 제도를 없애야 한다가 아니라, 현재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급진성을 말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기본소득제 이야기로,,삼천포로 너무 가버릴 것 같아서  그쯤에서 일단락하고,

다음 세미나 시간이든 문탁전체적으로 언젠가 날을 잡아서

기본소득제에 대한 각자의 의견과 이야기를 깊게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적어두었습니다.

그다음 논의는 교육전문제도로서의 학교의 '독점'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지난시간 읽었던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에서 일리치가 제시했던 '근원적 독점' 개념과 맞물립니다.

학교는 특정한 학위수정자들을 위해 전체를 위해 써야 할 교육재정을 독점하고,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이 옳고 그른가의 가치 기준, 그에 더하여 사회적 기회배분의 기회까지 독점합니다.

그리하여 어느 누구도 그 독점에 대하여 인식할수도 도전할 수도 없게 되어버립니다.

일리치는 자유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같은 관심사를 가진 동료들을 찾을 때,

테마중심이 아니라 책과 글제목으로 논의하는 방식을 권합니다.

테마나 이슈들은 또 다시 전문가에게 의존하게 되는 반면에

책과 글은 텍스트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면 동등한 관계에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문제를 우발성 속에서 전개해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탁에서 세미나를 하는 방식이 바로 그런 방식과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2장에서 일리치는 학교를 '현상학적'으로 재정의합니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학교란,

'특정연령을 대상으로/의무적으로/전일제출석을 요구하는 교사가 있는' 어떤 것입니다.

이것은 아이들은 바라보는 세가지 전제를 가정하는데,

아이들을 인간으로 바꾸어서 생각하면 학교를 전체 사회로써 인지하는게 쉬워집니다.

인간을 연령에 따라 분류하는 것의 전제는,

아이들은(인간은) 학교에(회사에..군대에...어딘가에) 소속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년기'란 말은 근대의 산물이고, 근대와 함께 유년기가 '대량생산' 됩니다.

귀족과 부르주아지의 자녀들에겐 어린시절 가정교사와 사립학교에 의한 교육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가난한 아이들은 그냥 부모와 함께 부모가 사는 삶을 살았을 뿐입니다.

일리치는 "부르주아지에 의해 유년기가 발견되었다"는 표현을 씁니다.

이것은 근대 산업혁명의 결과 빈민들이 발생하고 그런 하층민의 아이들을

말잘듣고 근면하고 착실한 훌륭한 근대의 노동자를 키워내기 위해  

근대적인 공교육 제도에 밀어넣은 것을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의무제의 전제는

아이들은(인간은) 학교에서(반드시 어딘가에 가서) 학습(일, 서비스..)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통해서 교사(전문가)의 가치는 높아지고, 무한한 시장이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 속에서 아이들(인간들)은 소비자로서만 존재합니다.

전일출석과 그것을 관리하는 교사의 전제는

아이들은(인간은) 학교에서만(전문적인 것을 표방하는 그 곳에 가야만)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치리는 특별히 강조합니다. 배움이란 가르침의 결과가 아니다!

배움이라 우연히 우발적으로 뜻밖의 것들 속에서, 전혀 계획되지 않은 것 속에서 일어난다라고요.

학교는 오히려 그러한 학습을 방해하는 곳입니다.

매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은 우연한 배움의 기회로 부터 아이들을 유폐시키는 것이죠.

이렇게 전면적으로 유폐된 시공간 속에서 교사는 아이들에게 

보호자, 도덕자, 치료자로서...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릅니다.

요즘 학교는 학교폭력으로 신고할 수 있다고요? 그래서 맞지 않는거 아니냐고요?

오히려 경찰력과 합세한 것이고 병원과 합세한 것 아닐까요?

일리치는 여기서 단지 논거의 모델을 보여주기 위해 '학교'라는 소재를 쓴 것일 뿐

'학교화'는 사회전체적 측면에서 진행되는 것입니다. 학교를 병원, 군대, 회사로 바꾸어도

위의 모든 것이 정말 정확하게 들어맞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이러한 것을 은폐시키고 또 지속시키기 위해 학교는 '의례'를 진행합니다.

역사상 모든 사회는 존속을 위해 의례를 필요로 하지만

인간의 본질과 가장 어긋나는 학교는 그 유지를 위해

그 어떤 의례보다도 길고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학교의 의례는 단계별로 진급하는 형식의  '의례게임'입니다.

높은 곳에 오를 수록 더 가치있는 사람이 됩니다.

가치의 피라미드를 만들기 위해 가치는 '수량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라는 신화를 만들고

가치의 피라미드에 도전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전문지식을 복합해 가치를 패키지화 합니다.

가치의 피라미드 만들기에 동참하지 않는자는 '나쁜 사람'이거나 '실패자'가 됩니다.

의무제적으로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얻고도 개인적인 과실로 인해 그 기회를 활용하지 못한것이니까요.

이런 가치의 피라미드 안에서 새로운 오이디푸스 신화가 탄생합니다.

자기를 낳은 것과 다시 결혼해 자기 비슷한 것 밖에는 낳을 수 없는 인간들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리치는 학교가 정치경제의 종속변수가 아니라고,

오히려 학교가 사회를 학교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하는 것입니다.

일리치의 논리대로라면 사회를 먼저 바꾸고 학교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학교를 '학교화하지 않는 것'deshooling이 정치경제사회구조를 뒤흔들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일은 누가 대신 해 줄 수 없고, 개인 각자가 자기자신에 대하여 밖에는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뿔옹의 말처럼 '기본소득제'는 또다른 가치의 제도화일 뿐일까요?

그렇다면, '파지스쿨'과 '주권없는 학교'는 또다른 뻘짓거리일 뿐일까요? 

아직 뭐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학교화하지 않는 것'deshooling이 학교를 폐지하라는 것은 아닐것 같고

'가치의 제도화'에 반대한다는 것이, 모든 제도를 폐지하라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만.....

<학교없는 사회>에 이어, <공생의 도구>,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그리고 <병원이 병을 만든다>까지

다 읽고 나서, 지금 현재의 이런 이슈들에 대해 다시 한번 긴 논의와 숙고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보아요~!

다음 시간에는  <학교없는 사회> 4,5,6,7장을 진행할 예정이고요~

역시 금요일 오후 2시, 파지사유에서 만납니다.

댓글 3
  • 2016-01-25 08:16

    히말라야의 열정의 후기 잘 읽었습니다^^

    언젠가 읽으리라 하면서 아직도 못 읽고 있는 일리치를 그대를 통해 예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부탁^^

    근데 올해 문탁에서 '고전스쿨'을 시작하나요?

    혹시 학이당에서 시작하는 '고전공방'을 잘못 알고 있는것은 아닌지?ㅋ

    • 2016-01-25 10:12

      쳇~! ^^*

      모르면서 아는 척 해서 죄송합니다..고전 스쿨 지웠습니다! 그런데 고전 공방은 또 뭘까...알려주삼!

      • 2016-01-25 10:16

        ㅋㅋ 그렇다고 곰방 꼬리를 내리냐~ 평소처럼 모를 수도 있지! 라고 소리쳐야지이~

        만나면 알려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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