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4 중용 후기

산새
2016-03-16 05:20
694



중용 네 번째날.


처음으로 결석생이 한분도 없었다니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ㅎㅎ


오늘은 19장과 20장 절반정도 나갔습니다.



12장에서 19장까지는 君子之道 ‘費而隱’으로 연결된 한 세트입니다. 19장에서는 안보이지만 감지할 수 있는 근원적인 것들(귀신)과의 접속(제사)에 관해 다룹니다. 저는 후기로 12장부터 그 흐름을 정리하며 되짚어보기로 합니다.



12장은 군자의 도는 첫 출발단계가 부부임을 강조합니다. 부부로 이루어지는 가정은 우주의 최소단위이며 천지화육을 돕고 천지와 더불어 인문세계를 창진하는 출발기점이며 지와 행이 온축되는 場입니다. 유가가 가정윤리를 근본으로 삼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그가 지향하는 도의 지극한 목표는 천지를 살피는 것(察乎天地)이라고 마무리합니다.



13장은 인간과 인간관계의 윤리질서(사회윤리)를 다루는데 그 대표적인 논리는 ‘충서’입니다.



14장은 ‘素位素行’의 교훈을 들어 사회생활 단계를 이야기합니다. ‘素’는 현재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말합니다. 군자는 그가 처한 현재의 상황, 주어진 여건, 그리고 자기의 형편에 따라 분수에 맞게 살아갑니다. 즉 反求諸己하며 중용의 삶을 지킬 뿐(正己)!



15장은 군자의 도는 비유하자면 멀리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해야(行遠必自爾)하고 높은 데 올라가려면 반드시 낮은 데서부터 올라가는 것(登高必自卑)과 같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가까움(爾)’과 ‘낮음(卑)’은 14장에서 말한 ‘素’, 바로 현재일 것입니다. 시간의 진행에서 절대로 뛰어넘을 수 없는 ‘현재’가 있다는 것! 그러니까 ‘齊家’단계, 처자식을 잘 거느리고 가족이 화합하는 것부터 하라는 의미 같습니다. 출발점은 자기 자신입니다.



모든 사물의 안에 있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으니 그 미미함이 지극함에 이르러서는 성인도 알 수 없는 것이 隱이고, 그렇지만 그 은미함이 모든 사물에 체해서 음양의 조화로 모든 변화를 주장하고 있으며, 그 귀신의 신령한 기운이 상하좌우 어디에나 있는 것 같음이 費입니다. 주희는 13,14,15장은 費의 작은 것을, 17,18,19장은 費의 큰 것을 말한 것이며 16장은 費와 隱을 겸하고, 또한 큰 것과 작은 것을 포함하여 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귀신의 이야기가 나왔나봅니다.



17장은 費의 큰 의미를 순임금을 들어 말합니다. 중용을 행하는 것의 기본은 효이므로 순임금의 대효하심을 들었고 문왕과 같은 큰 덕을 지닌 사람은 반드시 천명을 받아 지위에 오르고, 녹을 받고, 이름을 얻고, 壽를 얻게 되니 도의 쓰임이 넓음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所以然은 은미할 뿐입니다.



18장은 문왕에 이어 무왕과 주공을 말합니다. 무왕이 중용지덕을 잘 행하여 태왕·왕계·문왕으로 이어지는 周業을 계승했고 주왕은 문무의 덕을 완성하여 태왕·왕계를 추존해서 왕으로 모시고, 윗대 조상들의 제사를 천자의 예로 지냈습니다. 주공이 이렇게 예를 만들어놓으니 제후나 대부, 士 서인이 모두 거기에 따르게 되었음을 말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오늘 배운 것을 정리합니다.



19장에서는 무왕·주공처럼 선대의 뜻을 잘 계승하고 일을 잘 이루는 것이 누구나 인정할만한 효자, 즉 ‘達孝’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효라는 것은 부모 생존 시에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신 후 그 뜻을 잘 계승하는 것입니다.

(논어에도 비슷한 문장이 있습니다.)



“父在觀其志, 父沒觀其行, 三年無改於父之道, 可謂孝矣.” 『논어』 학이-11



子曰 武王周公 其達孝矣乎


夫孝者 善繼人之志 善述人之事者也


春秋修其祖廟 陳其宗器 設其裳衣 薦其時食


宗廟之禮 所以序昭穆也 序爵 所以辨貴賤也 序事 所以辨賢也


旅酬下爲上 所以逮賤也 燕毛 所以序齒也


踐其位 行其禮 奏其樂 敬其所尊 愛其所親 事死如事生 事亡如事存 孝之至也


그러므로 제사지내는 예법을 만들어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이나 모두 지키게 했는데 종묘의 예, 관직의 서열, 일의 순서, 酒道 등의 모든 예는 중용지도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제사 지낼 때는 좌소우목의 순서를 지키고, 벼슬에 따라 서고, 맡은 일의 순서에 따라 제사지내고 여럿이 모여 술 마실 때엔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위해 건배제의를 하고 음식을 나눠 먹을 땐 나이순서에 따라 어른부터 드시게 한다는 내용으로 제사 지내는 질서를 말합니다.



郊社之禮 所以事上帝也 宗廟之禮 所以祀乎其先也


明乎郊社之禮 禘嘗之義 治國 其如示諸掌乎


하늘과 땅에 제사지내는 교제와 사제, 선조에게 제사지내는 체제와 상제의 의미를 분명히 안다면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손바닥을 보는 것처럼 쉬운 일이라고 합니다. (이 문장도 논어 팔일편에 보입니다.)



或問禘之說. 子曰, “不知也, 知其說者之於天下也, 其如示諸斯乎!” 指其掌. 『논어』팔일-11



어째서 장례와 정치를 연결했을까요? 그것은 논어의 ‘신종추원’에서 알 수 있습니다.




曾子曰, “愼終追遠, 民德歸厚矣.” 『논어』학이-9



군주(지배층)가 부모님의 초상을 잘 치루고 조상을 추모하면 그것을 보고 백성들의 덕(民心)이 후한 데로 돌아가기(지지도가 높아짐) 때문에 정치하기 쉬워진다는 의미입니다. 정치인들이 지금도 현충원부터 찾는 이유입니다.



20장은 중용장구 가운데 가장 글자가 많은 장구로 약 770자입니다. 여기엔 五達道(五倫), 三達德(知仁勇), 九經(治國九法)등 유가정치의 사상·윤리·치술에서 주요한 항목이 총망라되어 있어 ‘유가정치윤리’의 개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哀公問政


子曰 文武之政 布在方策 其人存則其政擧 其人亡則其政息


(天道敏生) 人道敏政 地道敏樹 夫政也者蒲盧也


故爲政在人 取人以身 修身以道 修道以仁


仁者人也 親親爲大 義者宜也 尊賢爲大 親親之殺 尊賢之等 禮所生也


애공이 정치에 대해 물으니 공자는 그 방책은 시서역과 같은 텍스트로 전해지지만 정치란 사람에게 달려 있는 것이므로 그런 정책을 실천할만한 사람이 있어야 그 정치가 실현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정치라는 것은 빨리 자라는 갈대처럼 그 영향력이 엄청나서 사람을 취하는 것을 군주 자신의 몸으로써 해야 합니다. 仁은 자기 몸으로 실천해가는 것이고 義는 마땅하게(宜) 하는 것이니 중용입니다. 인과 의로 親疎遠近을 구분해서 가리고(親親之殺) 어진이의 등급을 정하는 것(尊賢之等)이 예입니다. 예는 天理가 구체화된 것입니다.


(禮=天理之節文 人事之儀則: 넘어설 수 없는 마디가 있다. 安分: 마디 안에서 사는 것)



在下位 不獲乎上 民不可得而治矣


故君子不可以不修身 思修身 不可以不事親


思事親 不可以不知人 思知人 不可以不知天


군주는 자기를 닦아야 하는데 나로부터 시작하여 가족, 사회, 우주와의 관계를 알아야합니다. 

 


天下之達道五 所以行之者三 曰 君臣也 父子也 夫婦也 昆弟也 朋友之交也


五者天下之達道也 知仁勇三者 天下之達德也 所以行之者一也


或生而知之 或學而知之 或困而知之 及其知之 一也


或安而行之 或利而行之 或勉强而行之 及其成功 一也


子曰 好學近乎知 力行近乎仁 知恥近乎勇


知斯三者 則知所以修身 知所以修身 則知所以治人


知所以治人 則知所以治天下國家矣


‘達道’ 5가지는 나와 타인과의 관계인 오륜이고 인간이면 누구나 매일매일 행해야 하는 길입니다.

이것은 맹자의 사단과 함께 인간과 금수의 구분(인성론)이 됩니다.


‘知仁勇’은 두루 통하는 덕인데 달도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知, 달도를 몸으로 체득해서 저절로 되는 것이 仁, 자강불식 노력하는 것이 勇이며 이 세 가지는 하늘이 부여해 누구나 가지고 태어나므로 性에 속하고 이것이 없으면 達道로 갈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인용을 끝까지 갈 수 있게 하는 한 가지를 誠(眞實無妄)이라 합니다.


현실에서 우리는 生知(태어나면서부터 아는 것), 學知(배워서 아는 것), 困知(힘들여서 아는 것)인데 알게 되는 것으로 보면 한 가지입니다. 安行(저절로 행함), 利行(이롭게 여겨 행함), 勉强(노력해서 행함)은 공을 이루는데 있어서는 한 가지입니다. 알고 행하는 것은 達道를 말합니다.


知仁勇으로 나누면 生知·安行은 知(舜의 大知:선천적 통찰력)고, 學知·利行은 仁(안회의 극기복례)이고, 困知·勉行(力行)은 勇(지속력 지구력)인데 모두 자강불식하는 것으로는 마찬가지입니다.


好學, 力行, 知恥는 지인용(達德)으로 가는 우리의 실천인데 反求諸身와 같은 자기성찰로 알게 됩니다. 三知와 三行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勇이 꼭 있어야 합니다.


이 셋(好學, 力行, 知恥)을 알면 수신과 치인과 천하국가를 다스리는 所以를 알게 되는데 이것은 다음시간에 배울 대학의 8조목과 결합합니다. 중용 20장은 대학 전체의 주제인 3강령 8조목과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내게 남은 과제>


1. 복습시간에 저는 仁으로 묶인 學知와 利行의 관계(특히 利의 해석)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어요.

   이롭게 여겨 행한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인디언샘은 利를 便이라 해석하여 안자의 안빈낙도를  

   그가 편히, 좋게, 쉽게 여겨 행함으로 말씀하셨고 또 약간 다른 의미인 것 같다고 말씀하신 분도 있었고요.

   더 궁구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2. 이번에 중용을 다시 공부하며 困知와 勇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함께 나열된 것 중에서는 가장 낮은 단계처럼 보이지만 이것만 잘해도 너무 너무 훌륭한 길을 가는 거죠^^


    후기를 쓰다보니 好學, 力行, 知恥도 눈에 들어오네요.


    내일부터 며칠간 일이 있어 지금 안해놓으면 후기를 주말까지 미루게될 것 같아 오늘은 서둘러 정리했지만 

    올 한해 이부분 곰곰이 생각해볼까 합니다.




P.S.


게으르니샘께서 매주 중용을 열심히 외워 오시네요. 매일매일 외우신다니 그 노력에 박수를!!

우샘께서 다음 시간에 九經을 외워야한다고 하시며 마치셨기에 적어둡니다.


九經: 修身 尊賢 親親 敬大臣 體羣臣 子庶民 來百工 柔遠人 懷諸侯

댓글 4
  • 2016-03-16 08:20

    하하...산새도 저처럼 필 받은겨?

     

    전 어제 수업시간에 정말 미치는 줄 알았어요. 넘 재밌더군요.

    사실 지난 주에도 재밌었어요. '귀신' 땀시^^

    (전 결심했어요. 내 반드시 콰키우틀 족의 가면토템과  동아시아 제사의 흠향에 대해 글을 한 편 쓰리라!  ...뭐 <선물>과 <고전>의 만남 같은 거? ㅋㅋㅋ)

     

    중용20장. 옛날에는 정말 지루해했었는데.... 와우.... 어제는....한 문장, 한 문장이 새로 눈에 들어오는거야요. 특히  <대학>과의 관련성이 계속 떠오르면서 <중용>의 문장들과 <대학>의 내용들 사이에 줄이 쫙쫙 쳐지더군요. 정말 <대학>과 <중용>은 한 셋트가 맞나봐요.

     

    어제 수업 끝나고 밥먹으러 가면서 제가 우쌤한테 그랬어요. 

    "저, 옛날엔 뭘 공부한걸까요? 이제서야 정말 <중용>을 쫌 알것 같아요"

    우쌤이 뭐라 하셨게요?

    ...

    ...

    ...

    "웃기시네!"

     

    깨갱.....^^

    • 2016-03-16 10:29

      네~ 저도 전보다 훨씬 재밌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글자들도 많고 생각할 꺼리들도 가까이에서 찾아지고

      골아프던 개념들도 (아직 잘 모르지만) 조금씩 편안해지는 중입니다. 

      困知·勉行(力行)하는 勇(지속력 지구력)으로 자강불식 가는 길, 저의 '달도'랄까^^ 


  • 2016-03-22 09:12

    勇을 지속력 지구력으로 해석해 주셔서 좋았습니다.

  • 2016-03-23 18:45

    산새님의 진지한 후기에 숙연해 집니다.

    중용을 처음 대하는 저에게 많은 가르침이 되고 있습니다.

    우샘강의에 이어 정리된 강의를 다시 한번 듣는 느낌입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이문서당 2분기 2회차 수업 공지합니다 (6)
봄날 | 2021.05.11 | 3829
봄날 2021.05.11 3829
2021년 이문서당 1회차 수업 공지합니다!!!!
봄날 | 2021.02.15 | 2986
봄날 2021.02.15 2986
[모집]
2021 강학원④ <이문서당> : 논어 (온라인과 오프라인 동시모집) (2.16 개강 /27주 과정) (43)
관리자 | 2021.01.09 | 조회 6430
관리자 2021.01.09 6430
[모집]
2020 以文서당 - 논어, 깊고 넓게 읽기 (55)
관리자 | 2019.12.16 | 조회 5891
관리자 2019.12.16 5891
434
S1-7회 공지입니다~ (1)
이문반장 | 2016.04.04 | 조회 489
이문반장 2016.04.04 489
433
6회차 후기 (4)
인디언 | 2016.04.01 | 조회 495
인디언 2016.04.01 495
432
S1-6회 공지합니다~ (2)
이문반장 | 2016.03.28 | 조회 431
이문반장 2016.03.28 431
431
s1-6회 후기 (3)
진달래 | 2016.03.27 | 조회 446
진달래 2016.03.27 446
430
결석계. 3/29 결석합니다.
세콰이어 | 2016.03.25 | 조회 324
세콰이어 2016.03.25 324
429
S1-5회 공지합니다~
이문반장 | 2016.03.21 | 조회 378
이문반장 2016.03.21 378
428
S1-4 중용 후기 (4)
산새 | 2016.03.16 | 조회 694
산새 2016.03.16 694
427
S1-4회 공지합니다~ (1)
이문반장 | 2016.03.13 | 조회 347
이문반장 2016.03.13 347
426
S1-3회후기 (6)
| 2016.03.12 | 조회 388
2016.03.12 388
425
S1-3회 공지입니다~ (1)
이문반장 | 2016.03.06 | 조회 425
이문반장 2016.03.06 425
424
S1-2회차 후기 (2)
게으르니 | 2016.02.25 | 조회 507
게으르니 2016.02.25 507
423
2016 S1-2회 공지입니다~ (6)
이문반장 | 2016.02.22 | 조회 524
이문반장 2016.02.22 524
422
이문서당 2016 시즌 1-<중용> 1회 후기 (3)
느티나무 | 2016.02.18 | 조회 585
느티나무 2016.02.18 585
421
16년 이문서당 16일 시작! (2)
이문반장 | 2016.02.13 | 조회 494
이문반장 2016.02.13 494
420
2016 이문서당 - 2/16(화) 개강공지 (4)
관리자 | 2016.02.10 | 조회 2110
관리자 2016.02.10 2110
419
<함백논어읽기캠프> 1월 12일 출발 공지~ (1)
게으르니 | 2016.01.06 | 조회 458
게으르니 2016.01.06 458
418
2016 以文서당 - 중국 사유 : 그 내재성의 場 (29)
관리자 | 2015.12.21 | 조회 5773
관리자 2015.12.21 5773
417
S4 - 8회차 후기 (1)
고로께 | 2015.12.06 | 조회 483
고로께 2015.12.06 483
416
S4-9회차 공지입니다^^ (1)
girin | 2015.12.06 | 조회 528
girin 2015.12.06 528
415
S4-7회차 후기 (1)
| 2015.11.30 | 조회 468
2015.11.30 468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