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2-4 후기

골든보이
2016-06-06 14:29
444
屯(둔)의 음은 ‘둔’, ‘준’ 두가지가 있다. 반절법에 의하면 ‘준’이 옳지만, 『주역언해』에는 ‘둔’으로 표기되어 있으므로 ‘둔’으로 읽는 것이 일반적이다.
둔은 초목의 싹이 처음 힘들게 땅을 뚫고 나오면서 충분히 신장되지 못하고 구부러진 모습을 그린 문자이다. 여기에서 ‘어렵다(難)’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주역』에서 어려움을 의미하는 괘에는 둔괘 외에 건(蹇)·곤(困)괘가 있는데, 이 괘들은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처신하는 방도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다.
둔괘는 건·곤괘 바로 다음에 나오는데, 이것은 하늘과 땅이 처음 교합하여 사물을 낳는다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과정임을 시사한다. 괘상을 보면 감괘는 험난함을 상징하고 진괘는 강한 운동성을 상징한다.
즉 초목의 싹이 처음 지상으로 나와 혼란하고 어둡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머뭇거리며 나가야할 단계이지만 2효·4효·5효에서 ‘혼인할 짝과의 만남’을 강조하듯이 음양이 처음 만나고, 강한 운동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곤궁한 것만은 아니다.
괘사에서 “둔은 크게 형동하고 올바름을 지켜야 이로우니 함부로 나가지 말고 제후를 옹립하는 것이 이롭다.”라고 하였듯이 올바름을 잃지 않고 훌륭한 지도자를 만나면 둔난한 상황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屯卦(둔) : 귀인은 때가 되면 찾아올 것이니 서둘지 마라.

 

屯 元亨利貞 勿用 有攸往 利建侯

初九磐桓 利居貞 利建侯

六二屯如邅如 乘馬班如 匪寇婚媾 女子貞不字 十年乃字

六三即鹿无虞 惟入于林中 君子 幾 不如舍 往 吝

六四乘馬班如 求婚媾 往 吉 无不利

九五屯其膏 小貞吉 大貞凶

上六乘馬班如 泣血漣如

 

()괘는 만남을 뜻하는 것으로, ()괘에서 말한 순조로운 원형리정(元亨利貞)을 위해 대인을 만나는 것(利見大人)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시켜도 무방할 것 같다. ''으로 읽기도 한다. 주역은 첫 괘에서 시간(하늘)의 이야기를, 두 번째 괘에서 자리()의 이야기를 세 번째 괘에서 만남(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람은 태어나서는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고, 커서는 가정과 사회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한자로 풀면 사람()은 하나가 하나를 받쳐주어야만 하는 존재이다. 그 받쳐주는 근원이 되는 만남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사람은 때가 되면 저절로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오직 사람의 일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릴 뿐이다. 만남의 성질이 음과 양의 만남이기에, 준괘의 효사는 남자가 여자를 만나는 것을 예로 들고 있을 것이다. 양과 음은 만나서 조화를 이루어야 하지만, 억지로 이룰려고 해서도, 서둘러서도 안된다.

 

 

屯 元亨利貞 勿用 有攸往 利建侯

만남()이 있어야 씨앗()으로부터 성장하고() 열매를 맺고() 죽게() 된다. 그러나 애쓰지 마라(勿用) 시간이 흐르면(有攸往) 자연스레 이뤄지는 것이니, 그보다 제후를 세우는 큰 뜻(建侯)을 펼치는 것이 이롭다()

부모의 만남도 연인의 만남도 자식의 만남도 친구의 만남도 모두 사람의 뜻이 아니라 하늘의 뜻, 곧 인연(因緣)이 있어서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애쓰지 말라고 한다. 엄밀히 구분하면 혈연적인 만남은 한계지어진 곤()괘의 뜻이며, 연인과 친구와의 만남이 준괘과 의미하는 만남일 것이다.

 

고대 중국은 천자가 모든 천하를 지배하여 다스릴 수 없기에 각 지역에 제후를 세워 정치를 맡겨 관리하던 봉건체제로 운영되었다. 제후는 그 지역의 왕이었지만 천자에게는 신하였다. 과거 조공을 받치던 우리나라를 중국의 제후국이었냐 아니냐 하는 논란도 이러한 중국의 전통적 지배체제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어쨌건 제후를 세운다는 것은 천자가 천하를 다스리기 위해 제후를 세우듯, 큰 뜻을 펼치는 것을 말한다. 만남에 애쓰지 말고 큰 뜻을 펼치는데 애쓰라는 말이다.

 

 

磐桓 利居貞 利建侯

큰 돌을 놓아(磐桓) 멈추어야 이롭고(利居貞) 제후를 세우는 큰 뜻을 펼치는 것이 이롭다(利建侯)

반환(磐桓)은 큰 돌을 상징하니, 고인돌을 반환이라고도 했다. 꼼작할 수 없게 큰 돌로 막아 멈추라는 말은 사랑에 방황하고 흔들리지 말라는 말이다. 과거에도 사랑의 방황은 고인돌만큼 크고 무거운 돌을 쌓지 않으면 막기 힘든 것이었나 보다. 큰 뜻을 펼치는데 진력하라는 가르침을 첫 효사부터 다시 강조하고 있다.

 

 

屯如邅如 乘馬班如 匪寇 婚媾 女子貞不字 十年乃字

사랑(屯如)에 혼란하여(邅如) 말을 타고 따라가면(乘馬班如) 도둑이 아닌데도(匪寇) 혼인을 청하는데(婚媾) 여자가 끝까지 허락하지 않는다(女子貞不字). 10년은 지나야 허락을 하게 된다(十年乃字)

말을 타고 따라가는() 것은 지나치게 빨리 서두는 것을 말한다. 도둑이 아님은 나쁜 사람이 아님을 말한다. 사람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급하게 서두는 까닭과 억지로 이루려는 까닭에 여자의 허락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10년은 오랜 시간을 참고 기다리는 것을 말하니, 정성을 다하는 마음을 의미하는 시간이다. 주역은 지나치게 서둘러 나아갔어도 또한 억지로 이루려고 나아갔어도 10년이란 세월을 인내할 수 있다면 허락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공자께서는 어질지 않은 사람이라면 궁핍한 가난을 오래 견딜 수 없고, 풍요를 오래 누릴 수도 없다[논어 제4편 이인 제2]”고 하셨으니, 10년으로 상징되는 긴 시간을 견딜 수 있었음은 이미 성취를 이룬(제후를 세운)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即鹿无虞 惟入于林中 君子 幾 不如舍 往 吝

사슴을 잡으러(即鹿) 몰이꾼이 없이(无虞) 숲으로 들어가면(惟入于林中) 군자라도(君子) 한번 그러면() 숲을 나오지 못하는 법이니(不如舍) 가면() 어렵게 된다()

()는 사냥할 때 새와 짐승을 좇는 몰이꾼 역할을 하던 관리를 말한다. 사슴이란 여인을 상징한다. 10년을 기다리는 것이 정석이 아니라, 준비를 충분히 하고 사슴(여인)을 만나러 가는 것이 정석이라는 의미이다. 또한 사람(사슴)을 얻기 위해서도 사람(몰이꾼)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만남을 두 사람의 의지로만 유지시킬 수도 없는 까닭이다. 대표적인 예가 집안 내의 갈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乘馬班如 求婚媾 往 吉 无不利

말을 타고 따라가면서(乘馬班如) 사랑을 얻으려 했더라도 혼인을 허락 받으면(求婚媾) 나아감이() 길하고() 이롭지 않음이 없다(无不利)

여인을 얻으려고 말을 타고 서둘렀지만 10년을 기다렸으니(十年乃字) 혼인을 허락 받게 된 것이다. 시간을 서둘렀지만 곧 시간을 기다릴 줄 알았으니 길하고 이롭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공자께서 "잘못을 하고서도 고치지 않는 것을 잘못이라고 한다"[논어 제15편 위령공 제30]고 하셨으니, 고치면 그것으로 좋다.

 

 

屯其膏 小貞吉 大貞凶

이득을 만나는 것(屯其膏)은 과하지 않다면 괜찮을 것이나(小貞吉) 지나치다면 흉할 것이다(大貞凶)

()는 살찌고 기름진 고기를 뜻한다. 만남은 고통도 즐거움도 함께 나누며 동고동락(同苦同樂)하는 조력자를 만나는 것이지, 독고동락(즐거움은 나눌 수 있어도 고통은 너 혼자해라)의 만남이 아니어야 한다. 심지어 독고독락(고통은 너 혼자, 즐거움은 나 혼자)의 만남을 꿈꾸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득(고기)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함께 고통을 나누는 정도의 작은 이득을 꾀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지나치게 큰 고기를 만나려고 한다면 끝내 흉할 것이다.

 

 

乘馬班如 泣血漣如

말을 타고 따라가는 것(乘馬班如)은 피눈물을 줄줄 흘리게 될 것이다

말을 타고 급하고 격정적으로 따라간 것이 사랑이었고, 인연이었다면 10년을 기다릴 수 있을 것이기에 혼인을 허락 받을 수 있어 길할 것이다. 그러나 피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그 실체가 사랑이 아닌 이득(고기)를 만나러 한 것이기에 10년을 기다릴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마음으로 만나야 한다.

 

몽(蒙)은 무성하게 자란 풀에 의하여 덮혀 있는 모습을 뜻하는 글자인데, 여기에서 ‘어둡다(昧)’라는 의미가 파생되었으며, 사물이 태어나 아직 어릴 때는 몽매하기 때문에 ‘어리다(稚)’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이 괘는 몽매한 어린아이를 교육시켜 계몽하는 방도에 관하여 설명하는 괘이다. 이이(李珥)의 아동 교육서 「격몽요결(擊蒙要訣)」은 몽괘 상효(上爻)의 효사 “몽매함을 깨는 것이니, 도적이 되는 것은 이롭지 못하고 도적을 막는 것이 이롭다”에서 따온 것이다.
괘상을 보면 산 아래에 험난함이 있어, 갈곳을 찾지 못하고 멈추어져 있는 형상이다. 그러나 괘사에서 “몽은 형통하니 내가 동몽를 구하는 것이 아니요 동몽이 나를 구하는 것이니, 처음 점을 치면 알려주고 두 번 세 번 점을 치면 모독하는 것이다. 모독하면 알려주지 않으니 올바름을 지켜야 이롭다”라고 하였듯이 ‘형통하다’라고 평한 것은 몽괘에 발몽(發蒙), 격몽(擊蒙)의 원리와 방법이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방법은 5효인 동몽(피교육자)이 발몽의 주체(교육자)인 2효에게 적극적인 자세와 정성된 마음으로 가르침을 구하고, 2효는 엄격한 교형(敎刑)과 포용력으로 올바르게 가르치는 것이다. 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교육자의 능동적인 의지와 진실한 마음가짐임을 몽괘는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蒙卦(몽괘) : 어떻게 가르쳐야 하고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蒙 亨 匪我求童蒙 童蒙求我 初筮告 再三瀆 瀆則不告 利貞

初六發蒙 利用刑人 用說桎梏 以往 吝

九二包蒙 吉 納婦 吉 子克家

六三勿用取女 見金夫 不有躬 无攸利

六四困蒙吝

六五童蒙吉

上九擊蒙 不利爲寇 利禦寇

 

()괘는 몽매함, 어두움을 뜻하는 괘다. 순조롭게 씨앗()으로부터 성장하고() 열매를 맺고() 죽을() 수 있는 원형리정(元亨利貞)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괘 구삼(九三)효의 '

댓글 2
  • 2016-06-06 22:01

    후기에 대한 압박 때문에 늦게라도 들어왔더니 골든 보이님의 후기가 보여서 마음이 놓입니다.

    꼼꼼하고 친절하게 잘 써주셔서 글만 읽어도 지난 시간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수고하셨어요.

    (후기 안쓰고 아부로라도 넘어가려는 수작입니다.^^) 다음번엔 꼭 제가 쓰겠습니다.

  • 2016-06-07 06:32

    못들은 수업인데 골든보이님 후기를 읽으니 수업을 들은 듯 합니다.

    성실한 후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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