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용에 이어 건괘 소상전 후기입니다.

潛龍勿用은 陽在下也

잠용물룡은 양이 아래 잠겨있으니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중천건괘의 초구에 대한 설명이다. 양이 초효인 까닭에 잠용물용으로 나타냈다는 뜻이다. 전체 여섯 효 중 맨 밑자리의 양이므로 잠겨 있다고 말했고 잠겨있는 용이므로 쓰지 말라(움직이다)고 했다는 게 소상전의 설명이다. 처지가 미천하다면 당연히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見龍在田은 德施普也

見龍在田은 덕의 베품이 넓은 것이다.

구이는 아래괘의 중에 해당한다. 이는 덕 있는 선비가 땅 위에 나타나서 그 덕이 세상에 널리 미쳐가는 자리이다. 그러므로 소상전의 설명이 德施普라 하였다.

終日乾乾은 反復道也

종일건건은 반복하기를 도로써 행함이다.

구삼은 효도 강하고 자리도 중을 지나쳐 너무 강해 위태롭다. 그러므로 그 위태로움을 항상 잊지 않고 어떻게 처신해야 분수에 지나치지 않을까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반복하기를 매사에 도로써 노력하는 데 있다. 도란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이치이다. 또 종일토록 도만을 생각하는 위태로움이라면 다소 지나치더라도 그것이 허물일 수는 없다.

或躍在淵은 進이 无咎也

혹약재연은 나아감이 허물이 없음이오.

나아갈 만 하면 나아가되, 그 때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니 한번 뛰어 움직임이 허물이 될 리는 없다. (可以進而不必進也 가히 나아갈 순 있으나 나아가지 않는 것도 가하다?)

飛龍在天은 大人造也

비룡재천은 대인이 지음이다.

대인은 성인이다. 나는 용이 하늘에 있어 세상을 윤택하게 하는 덕은 능히 성인이라야 가능하다.(혁신/새로운 왕조를 만드는 것) 즉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은 능히 성인이라야 가능하다.

亢龍有悔는 盈不可久也

亢龍有悔는 가득 차면 결코 오래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득 차면 기우는 것이 세상의 어김없는 이치이다.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움직였다면 당연히 뉘우치기 마련이다.

用九는 天德은 不可爲首也

用九는 하늘의 덕은 결코 머리하지는 못함이라.

용구는 하늘의 덕이다. 효가 모조리 양으로 강하다. 양으로 강하면서 다시 머리를 고집한다면 이는 너무 지나쳐 역의 이치에 어긋난다. 또 세상의 이치는 음양이 서로를 기다려 하나의 상을 이룬다. 이는 순양 순음의 괘라도 마찬가지이며 길흉 득실 존비귀천의 형상에 이르도록 조금도 다르지 않다. 하늘의 덕이 하늘의 덕일 수 있음은 하늘이 덕이 반드시 땅을 말미암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도리는 매사가 대립하여 서는 관계이다. 음이 없는 양을 생각할 수 없고 낮지 않은 높음을 생각할 수 없다. 낮아도 낮지 않고 높아도 높지 않으며 양이어도 양일 수 없고 음이어도 음일 수 없음은 바로 이 때문이다. 곤이 아니면 건일 수 없고 꼬리가 아니면 머리일 수 없다. 하늘의 덕이 어찌 머리하고자 하겠는가.

잠용이하 여기까지는 공자의 소상전이다. 다음에 이어지는 구절은 문언전이다. 다른 괘에서는 그 괘의 의미를 해설함에 있어서 단전과 상전만으로 대신했다. 그러나 重天乾괘와 重地坤괘에서는 文言傳을 덧붙이고 있다.

文言曰 元者는 善之長也오, 亨者는 嘉之會也오 利者는 義之和也오 貞者는 事之幹也니 君子 體仁이 足以長人이며 嘉會 足以合禮며 利物이 足以和義며 貞固 足以幹事니 君子 行此四德者라. 故로 曰乾元亨利貞이라.

문언에서는 말한다. 원은 선의 어른이요, 형은 아름다움의 모임이요, 이는 마땅함의 어울림(和)이며, 정은 일의 줄기이니, 군자가 어짐을 몸에 지님이 넉넉히 사람의 어른일 수 있으며 모임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 넉넉히 예에 합함이며 만물을 이롭게 함이 의리에 마땅히 응함이며, 바르고 굳셈이 족히 일을 주장함이니 군자는 이와 같은 네 가지 덕을 행하는 이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건은 선하고 형통하고 이롭고 바르다(元亨利貞)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