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庸이 끝났다.

四書를 走讀함에 있어 中庸을 맨 나중에 읽어야 그 뜻을 안다고 하였다. 

그만큼 中庸은 儒學의 가장 심오한 뜻과  철학을 품고 있는 經書라는 말일게다.

中庸을 한 번 더 읽었다고 그 뜻을 어찌 다 헤아리랴만은 어쨋든 또 한 번 더 읽어내었다.

여기에 내 작은 의미를 둔다.

마지막 시간의 진도는 30장에서 33장 이다.  인상 깊은 구절 몇 가지만  기술한다.

(30장 끝문장) 萬物竝育而不相害하고 道竝行而不相悖라.

小德이 川流하고 大德이 敦化하니 此天地之所以爲大也라.

만물이 서로 같이 자라나며  해침이 없고  길(만물이 자라나는 방식, 방법)들은 서로 같이 가면서 어긋남이 없다.

소덕은 서로 자연스럽게 흐르고  대덕은 서로의 생성을 도탑게 하니 이것이야말로 천지가 위대한 까닭이다.

근대식 서구교육으로 다윈의 진화론에 알게 모르게 젖어있는 우리의시선은

相生, 共存의 논리보다는 競爭과 갈등의 구조로 자연을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약육강식과 자연도태를 당연한 자연의 법칙 law of nature 으로 받아들이며

남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얼마나 힘 부치게 살아왔는지.

儒家는 말한다. 天地의 爲大함은 서로의 힘 겨루기에 있는 것이 아니고 相扶相助의 정신 속에 있다고.

인간들이 추구할 道는  함께 자라고竝育 함께 가는竝行  天地의 性을 찾아 가는 것이다. 

小德과 大德이 잘 이루어져 天地의 위대함을 나타낸다. 작고 일상적인 것과 크고 추상적인 것 사이에는

가치서열이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천지의 작용을 함께 한다.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천지의 작용이요 조화이다.

費而隱의 사상이 여기에도 녹아 있다고 하셨나.

費와 隱을 小德과 大德, 現象界(시냇물의 흐름)와 天道로 비유해 볼 수 있다고 설명하신 것 같은데.

하여 일상의 소소한 부분에 있어, 크고 원대한 뜻이 실현됨에 있어

竝育하고 竝行하는 것이 인간세에 구현되어야 하는 최고의 가치라고

자사는 그렇게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창덕궁 정문 이름이 敦化門인데 이 곳이 출처란다.

31장의 至聖은 32장에서 至誠으로 쓰인다.

사실 지금까지의 중용의 주요 요점은 성을 다하는 것至誠이었다.

내면으로 誠을 다하면 결국 그 誠이 밖으로 발현되어 至聖의 상태에 이른다.

至聖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저절로 이루어진 결과물이 아니다.

인간이 지극히 그 誠을 다하고 다하여 보면 이루어지는 고진감래의 끝인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2000년이 넘는 기간에 오직 공자님 홀로 이룬 상태라면

우리와 같은 凡夫로써는 결코 바라볼 수 없는 아득히 먼 그 곳이다.

허나 금수가 되지 않으려면 노력도 멈춰서는 안된다니 이것 참.)

(32장 첫 문장)唯天下之誠 爲能經綸天下之大經 立天下之大本 知天地之化育 夫焉有所倚

오직 誠을 다하(여 至聖이 된) 인물만이 능히 천하의 大徑을 徑輪할 수 있고

천하의 大本을 세울 수 있고 天地의 化育을 알 수 있다.

(이러한 至誠의 도를 실현하는 인물이 자신의 성실함을 외면하고) 무엇에 기댈 것이 있겠는가

1장 마지막 문장은 致中和면 天地位焉이요 萬物育焉이다.

中과 和가 이르면 天地가 자리를 잡고 만물이 자라난다.

천하의 근본을 세우고 만물의 化育을 알 수 있는 것은 至誠이다. 

첫구절과 마지막 구절이 절묘하게 이어지며  중용은 곧 誠을 다하는 것이라며

끊임없이 노력하고 노력하라고 우리를 부추긴다.

그런데 온 몸을 죄여오는 이 갑갑함의 정체는 무엇인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