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5일간의 외침] 6일째 - 날 당황하게 한 전기아저씨!

히말라야
2014-08-24 22:56
953

참으로 더운 일요일 오후였습니다.

1.jpg

생각보다 행인이 적습니다.

일요일이라 직장인들도 없고, 2001아웃렛이 문을 닫는 날이라 쇼핑객도 없고.

주로 아이들 손을 잡고 간식을 사러나온 부모들.

주말을 맞아 어딘가를 가시는 어르신들.

휴일 한 때를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기 위한 어딘가로  가기위해 스쳐 지나가는 젊은이들.

이들 중 일단 저 또래 부모들에게 눈을 맞추며 전단지를 들이밀어 봅니다.

부모와 함께 걷던 아이들은 내가 아니라, 자기 부모에게 "이게 뭐에요?" 하고 묻고

부모들은 전단지를 거절하며 "나도 몰라" 그러고 가시네요.

아이는 궁금하고. 부모는 모르는데. 왜 전단지를 안 받는 건지, 참 궁금했습니다.

3.jpg

제 옆에 서 계시던 봄날님 때문이었을까요?

마자마자 저 앙증맞은 머리띠 때문에 사람들이 피하는 건지도 몰라.

이번에는 봄날님과 멀찍이 떨어져서 서 있어 봅니다.

어르신 한 분이 옆에 세워 둔 홍보물들을 열심히 읽으십니다.

반가운 마음에 전단지를 내밀어 봅니다 그러자 그분 왈,

"전기 없으면 안되잖아. 원자력발전소 없애면 어떻게 할 건데? 대안이 있어?"

적대적 감정이 묻어 나는 억양과 반말에도 당황하지 않고,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소크라테스 선생님의 '대화법'을 떠올려 봅니다.

"그럼, 원자력 발전소가 이렇게 위험한데 어쩌면 좋을까요?" 

제가 들고 있는 피켓에 쓰인 풍력발전소라는 단어를 들이밀며 되묻습니다.

"아주 멀리 있는 외딴 섬에다가 지으면 되.

 그럼 일하는 사람들이 섬에 안가려고 하겠지?

 그럼 돈을 마이 주면되."

"아, 그런 방법도 있었군요.

그런데 그것보다 더 좋은 다른 방법도 함께 알아보기 위해

이 전단지를 가져가셔서 한번 읽어보시겠어요?"

"난 그런거 볼 필요도 없어. 난 다 알거든.

내가 전기 일했던 사람이야."

전기일 하셨던 이 분, 사진을 못 찍었네요.

앞으로 남은 날들 동안 아마 또 오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외딴 섬이 어딘지 꼭 다시 물어야 겠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도 좀 더 공부해야 겠고요.

2.jpg

집에 오니 머리가 띵하고 너무너무 졸렸습니다.

오후 내내 계속 잤습니다.

고거 한 시간 서 있었다고 이럴리는 없는데,

그 전기 아저씨 때문인가...?

잘 생각해 보니, 원인은 바로 조 머리띠 였습니다.

봄날님께서 이뿌게 만들어 오신 머리띠가, 어린이용 사이즈라... ㅠㅠ

제 머리통을 계속 압박했던 거시었습니다...후기를 쓰고 있는 이 밤도

제 머리통엔 여전히 그 머리띠의 조임이 느껴집니다... 어흑~

댓글 5
  • 2014-08-25 00:44

    머리띠에 썬글라스까지 쓰니 정말 무서운데요!!!!

    날도 더운데 수고하셨습니다.

    머리가 특히 고생했네ㅋㅋ

  • 2014-08-25 09:11

    사진 조아요^^

            -시위 사진에 가장 먼저 눈이 가는 , 홈피관리자-

    글구, 머리띠, 선글래스...이거 모두 머리통 압박하는데 최고랍니다. ^^

  • 2014-08-25 10:27

    히말라야님, 쏘리~~

    난 절대 히말라야님이 그걸 쓰라고 만든게 아니라우....

    그냥 만들었다가 내가 쓰면 정말 머리 아플 거 같아서 다시 만들었거등.

    그래서 안써도 된다고 그랬자나 ㅠㅠ

    나는 귀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진을 보니 무섭군요.ㅋㅋ

    화살표와 우리 피켓을 맞춰서 사진을 찍으면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사진이 없었나보네요.

    건널목을 건너며 화살표 방향으로 한번씩 고개를 돌리기는 하더라구요.

    문탁샘 말처럼 

    문탁네트워크가 하는 일인릴레이시위에 대한 안내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는 방법 안내,

    또 한눈에 화~악 들어오는 내용의 피켓이 필요할 것 같아요.

  • 2014-08-25 17:02

    공작실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줄 알았더니..

    대화법도 갈고 닦아야겠군요..

    예상질문을 가지고

    길거리 연극 리허설이라도 한 번 해볼까요?^^

  • 2014-08-25 17:35

    파지사유 인문학 강의를 바로 실전에 활용하시는 히말라야님

    놀랍군요 ^^

    무언가 눈에 띄게 하면서도 호감을 주는 시위물품...

    연구가 많이 필요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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