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5일간의 외침] 5일째 - '밥먹고 할일하고 있습니다'

풍경+콩세알
2014-08-2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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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고 할 일 없냐. 이런 거 하게!!"

"밥먹고 할 일 하는 거예요.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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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76.5일 동안 이런 호통을 수없이 듣겠지요?

그래도 할 수 없지요. 그냥 웃으며 맞대꾸 합니다.

그래도 못마땅하신지 할머니는 금방 가시지 않고 풍경과 저, 그리고 우리가 만든 피켓, 우리와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한동안 쳐다봅니다.

바쁜 듯 눈길조차 주지 않는 분보다는 낫다 싶습니다.

 

하루살이 인생이라 두 달 전 약속을 잊어버리고는

떡하니 토요일 1인시위에 이름을 적었지요.

약속을 취소할 수도 없고 대신할 사람도 없어 풍경과 함께 오늘은 2시가 아닌 12시에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피켓을 제작하고 싶었으나

풍경은 있는 것 그대로 하잡니다. 그래도 그냥 가기 아쉬워

지난 번 세월호 100일 행사때 썼던 원자력 질문카드를 들었습니다.  초콜릿 하나로 시민들을 유혹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유횩,
ㅎㅎㅎ 절반의 성공입니다.

아이들을 집중공략한 풍경의 힘으로 엄마는 아이들과 함께 가던 길을 돌아  피켓 한번 보고 문제를 풉니다.

물론 외면하는 엄마도 있지만 우짜둥둥 안전문제에 있어 엄마들의 관심은 남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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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으로 가시는 이상엽쌤, 지나가는 이우학교 살터 친구 붙잡고

1인시위 같이 하자는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유난히 오늘은 이야기를 걸어오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20대 청년은 한참동안 우리를 지켜보다 다가와서는

인터뷰를 요청합니다. 핵문제와 생명문제로 한참을 이야기 했습니다.

자신을 "휴먼즈 오브 분당(?)" 페이스북 운영자라고 소개하며

멋진 카메라로 저를 찍어갑니다.

풍경에게 1g의 눈치가 있었다면 그와 제가 함께 이야기나누는 모습을 찍을 수 있었을텐데

자신은 사진빨이 안받는다며 멀찌감치 서서 지켜만 봅니다. 풍경님~~!

 

"세월호뿐 아니라 지금 많은 사건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 중에서 '탈핵'이라는 문제에

집중 하시게 된 어떤 이유가 있나요?"

 

제가 어떤 대답을 했을까요? 그의 관심이 이 1인시위에 동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열심히 대답하는데  한 어르신이 옆에서 끼어듭니다.

 

"원자력 반대하는 건 좋아. 근데 말이야. 그럼 대안이 있는거야?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살 수 없게 됐는데

전기는 어떻게 만들꺼야?"

 

저는 또 열심히 대답합니다. 하지만 어르신은 제 말보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은신 가봅니다.

 

"1인 시위보다 원자력관리하는 정부기관에 항의서한을 보내는 게 낫지 않아? 법을 바꿔야지. 문제가 있으면 못하게 해야지. 괴롭혀야지."

 

오호~ 답답한 대화중에서도 우리에게 힌트를 주십니다. 암요, 한 번 해 보겠습니다.

빨간 넥타이의 어르신과 한참 이야기하는 동안 20대 청년은 약속이 있어 먼저 가겠다고 인사합니다.

아~ 그의 전화번호를 받아야 하는데....

야속한 풍경은 저 쪽에서 여전히 초콜릿으로 엄마와 아이들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쩝! 오늘만 날일까요? 인연이라면, 그가 탈핵에 정말 관심을 갖게 됐다면 연락이 오던지 하겠지요.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쉽다....

 

오늘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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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불여

오늘의 시위는 "저항하고 싶소, 어떻게 하면 좋겠소?"라고 도리어 시민들이 묻는 느낌이었습니다.

서명운동은 안하냐고 아쉬워하는 분,  저에게만 아니라 풍경에게 자신을 소개하며 우리의 시위에 대해 이것저것 묻는 분도 있었죠.

 

그래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알리는 것이 1차 목표였지만 우리이야기에 공감하는 시민들과 함께 할수 있는 어떤 활동이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고리원전 가동 중지나 박근혜가 815때 공약한 일본, 중국이 참여하는 '동북아 원자력 협의체'구성에 대한 반대, 11기의 원자력 추가건설 반대 서명운동도 좋고. 전원개발법이나 산업용전기의 문제점들을 공략할 수도 있고.

 

그리고 또 하나, 간이테이블을 놓고 탈핵상담이나 토론같은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무엇이든 말해요"^^

우리가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거지요. 오늘 제가 만난 분들이 특이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멍석을 깔면 자연스레 만들어 낼 수 있는 뭔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더불어 1인 시위에 관심갖고 계시는 분들의 참여도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곧있을 탈핵강연에 적극적으로 초대도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들이 자신들의 활동공간에서 탈핵운동을 할 수 있게 우리가 도울 수도 있잖아요. 한마디로 관심있는 분들의 전화번호를 따자!!!

 

아흐~ 또 아쉬워지네요

오늘 만난 청년과 엄마들은 충분히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전화번호를 따지 못헀다는 거.ㅠㅠ

아무튼 우리의 운동은 무궁무진할 것 같다는 예감입니다.^^

 

 

 

 

 

댓글 9
  • 2014-08-23 23:38

    바스트샷을 찍어달라는 문탁님 글을 못봤네요. 에궁...

    오늘 시민들과 이야기 나누느라 사진찍을 시간도 별로 없긴 했어요.

    내일팀부터 부탁드릴게요.

  • 2014-08-24 00:37

    콩찍사의 사진도 좋군요^^

     

  • 2014-08-24 10:56

    점점 멋져지는군요.

     

    1. Q&A 판넬 하나 만들면 좋겠군요.

     

    2. 이런 내용은 또 어떨까요?

      - 유럽과 미국은 더 이상 원자력발전소를 짓지 않습니다.

        왜냐?

        첫째,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너무 비싸기 때문입니다.

      -이것과 관련하여 페이퍼를 한장 만들어서....궁금해서 묻는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지 않을까요?

     

    3. 관심을 보이는 사람에게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봐야겠군요.

       전번이든 메일주소든 받으려면 우리가 누군지 확실히 알려줘야 할텐데... A4 반장짜리라도 우리가 누군지, 우리가 왜 76.5일 일인시위를 하고 있는지..그런 우리의 대의에 대한 소개지가 필요하겠군요.

       "우리는 '마을에서 만나는 인문학공간 문탁네트워크'입니다. 저희는 어쩌구 저쩌구..합니다. 저희는 어쩌구 저쩌구 하여 76.5일 릴레이일인시위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원자력발전의 위험과 대안이 궁금하신 분은 이곳에 가시면 더 많은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 중요 사이트 소개

        *저희에게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탈핵관련 특강등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뭐 이 정도 내용으로.

  • 2014-08-24 10:58

    아...그리고 파필랩 끝낸 청년들도 동참할 겁니다.

    이들의 참여시간은 광합성이 알려드릴겁니다.

  • 2014-08-24 11:01

    아참 그리고 또!

    밀양북콘서트 영상자료 완성되었나요?

    그거 어딘가에 올려놓아야 할 것 같은디!!

    • 2014-08-24 11:16

      밀양송전탑대책위 활동가 한 분과 이계삼쌤께 메일로 보내드렸고

      대책위게시판(티스토리)에 올려진지는 좀 되었죠. ㅎㅎㅎ

      문제는 우리 게시판 어딘가에 올리라는 거지요?

      생활게시판에 올려야 되지 않나요? 광합성님께 부탁할게요.

  • 2014-08-24 17:27

    매일 매일 새 소식을 기다리며 홈피에 접속하는 기분, 아주 좋아요!!

  • 2014-08-24 21:14

    다른 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생각해봐야겠네요

    날로 새로워지는 일인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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