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6회 후기

당금이
2016-09-01 22:06
317

유가의 안티테제 노자

 

1. 지식체계의 분화

노자와 공자 중 누가 먼저 이 세상에 났는가는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들이 갈라서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가 중요할 것이다. 수 천 년 동안 파편화되어 축적된 고대 중국의 지식이 노자와 공자의 시대에 서로 묶이고 갈라지고, 수렴되고 확산되는 과정이 대대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양적 축적이 질적으로 비약하는 시기였으리라.

노자는 유가와 결을 달리하지만 그 뿌리는 같아 보인다. 당시에 지식인들이 공유하고 있었던 공통된 지적토대에서 변화하는 사회에 필요한 사상의 체계를 세우는 과정이 달랐을 것이다.

 

2. 모계의 축 노자와 부계의 축 유가

노자에서 상징의 한 축을 이루는 것이 물과 계곡이다. 물과 계곡은 예로부터 여성의 상징이었다. 생명의 시작인 물과 그 탄생을 불명확성을 끌어안은 계곡이 어머니로 상징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런 상징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노자가 모계의 축을 계승한다고 한다면 너무 빈약한 논리이다. 물이나 계곡이 상징하는 내용은 삶의 과정일 것이다.

노자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딱 부러지게 제시하지 않는다. 물처럼 살라하고 뭔가 하려고 애쓰지 말라한다. 청소년들이 보기에 부적합한 내용이다. 반면 공자의 지식체계는 체계가 분명하고 제시하는 바가 명확하다. 성장하는 세대가 보면 앞길을 명확히 설계할 수 있다.

노자는 어머니의 양육방식이고 공자는 아버지의 양육방식이다. 자식을 여럿 기르는 어머니를 보라. 같은 상황에 처한 자식들에게 같은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자식마다 다르게 대한다. 어떤 자식에게는 꾸짖고, 어떤 자식에게는 모른 척 하고, 어떤 자식에게는 잘했다고 한다.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자식마다 성격이 다르고 반응이 다르다. 여린 아이가 있고, 심지가 굳센 아이가 있고, 부드러운 아이가 있고, 거친 아이가 있다. 다 다른 아이들을 하나의 잣대로 대하는 것은 그 잣대에 부합하는 아이와 벗어나는 아이를 구별짓게 되고, 생긴대로 살아가기 어렵게 만들고 만다. 그래서 자식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어머니는 아이마다 양육의 방식을 달리한다. 물 흐르듯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반면에 공자가 제시하는 양육방식은 매우 합리적이고 체계적이다. 방법도 구체적이다. 상황에 따라 알아서 할 게 아니라 이치에 맞게 하여야 한다. 매우 일관성이 있는 편리한 방식이다. 사람을 품격을 정하고, 사회에서 중요한 일과 부차적인 일을 구분해주고, 그 자리를 지키는 방법도 정해 준다. 이른바 . 그러나 예에 맞춘다는 것은 그것을 맞추지 않는 사람들을 배제하는 논리가 들어있다. 사람들을 구분하는 것은 물론, 그 체제 안에 들어왔을 때에야 사람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다는 강제적 제약이 따라온다. 당연히 낙오자, 탈락자, 부적응자, 제외된 자의 무리가 생긴다.

이 차이가 모계와 부계의 차이다. 모두 함께 살아보자는 노자와 예를 갖춘자들의 세상을 꿈꾸는 공자의 차이이다.

 

3. 합리성과 불합리성

서구의 근대는 이성의 시대로 일컬어진다. 탈근대는 성찰적 이성의 방향과 탈이성의 방향으로 나누어 논의된다. 공자의 무리는 이성, 노자는 성찰적 이성의 입장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사실 비교의 순서가 바뀌어야 맞는데, 편리하게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합리적 이성 시대의 균열을 발견한 사람은 프로이트이다. 모두 합리적 이성을 찬양할 때 히스테릭한 여자들에게서 이성이 잘못 작동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무의식이라고 명명한 것은 드러난 이성의 반대편에 자리잡은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반듯하고 체계적이고 깨끗한 것들이 무시하고 숨기고 있는 것들. 공자가 추구했던 이상사회가 근대 서구인들이 추구했던 사회가 아니었을까.

노자가 이야기하는 무위의 세상은 이성적이지 않은 것들, 설명되지 않는 것들, 좀 모자란 것들, 지저분한 것들도 그 안에서 각자의 공간을 차지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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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공자가 왜 결을 달리하여 학문적 체계를 세웠을까. 생각의 출발은 여기부터였다. 공자가 노자보다 후대에 태어났다고 하지만 노자의 시대에 이미 유학의 뼈대가 세워지고 있었으리라. 노자 계열의 지식인들은 를 앞세우는 유학의 흐름을 매우 걱정했을 지도 모른다. ‘를 세우는 것은 강력한 통치수단이다. 고대의 제천의식이 모두 그랬다. 엄숙하고 화려하고 엄격한 순서로 진행되는 제의는 통치계급과 피치자들을 구별짓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다. 피치자들에게 경외심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장엄한 의식이 일상으로 내려올 때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노자 계열의 지식인들이 우려했던 것이 이런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제가 공부하는 방식이 이렇게 두서가 없습니다. 텍스트를 성실하게 읽는 것이 기본인데, 이번주부터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취사선택을 하다보니 후기를 쓰는 데 많은 시간을 내지 못했습니다. 동학으로서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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