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5일간의 외침] 20일째

멍게
2014-09-08 22:05
865

목요일 동의보감 세미나를 마치고 나서 인디어님이 우렁찬(^^) 목소리로 말을 걸어옵니다.

"멍게님, 이번주 일요일에 탈핵 1인시위 함께 할 수 있나요?"

 

"...음...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잠시 주저함속에 여러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밀양에서 외로이 싸우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는 일을 해야지 했는데, 그때가 지금인가?

이번주에 횡성에 내려가면 오후 2시까지 돌아올 수 있을까?

과거에 노방전도는 해 보았지만(^^) 1인시위는 아직 어색한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등등...

 

인생에서 좋은 벗과 이웃들을 많이 만나는 것이 복인가 봅니다.

주저함과 게으름이 몸에 베인 저에게 인디언님은 언제나 씩씩한 동네 누님이시자, 골목대장 같은 느낌입니다.

'역사의 부름앞에서 위대한 당의 지령(ㅎㅎ)'을 받은 듯했고, 저는 용기내어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추석연휴를 맞아 고향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을 빙그레 바라보며 1시30분에 문탁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퀴즈도구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a.jpg

인디언님과 저는 퀴즈문구들을 살펴보다가 급당황했습니다. 질문의 답을 우리조차 정확히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연휴기간에도 글을 쓰느라 문탁에 나온 게으르님과 요요님이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모두 알 수는 없었죠.

나중에 전시판넬을 펼쳐보고서야 알았습니다. 모든 답은 거기에 있더군요. ㅎㅎ

[그러나 어이없게도 인디언님과 저는 퀴즈 상품으로 뭘 살까 대화를 나누며 나오다 저 도구를 고스란히 탁자위에 놓고 나왔답니다.]

 

b.jpg

c.jpg

미금역 웨딩홀 1번, 2번 출구방향에 있는 편의점 앞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나무를 기둥삼아 전시판넬을 펼쳤고, 태양열 발전을 상징하는 해바라기 모양의 가면(?)을 썼습니다.

지나가는 청소년들이 제 얼굴을 보며 끼득거립니다. 제가 잘생겨서이겠죠.^^

 

d.jpg

e.jpg

사거리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누어줬습니다.

젊은 세대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더 가져주며 전단지를 받아 읽기도 하고, 귀담아 듣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때론 저를 그 흔한 삐끼정도로 생각하고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저으며 도망치듯 사라져 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볼때면 인디언님은 목소리를 더 높여 이야기했죠.

"이 일이 남의 일이 아닌데, 후쿠시마의 악몽이 우리의 일이 될 수도 있는데. 어쩜 저리 태평하고 무심하게 지나가노~"

 

f.jpg

저희가 가져간 전단지는 40분정도 지나자 동이 났습니다.

어제 1인시위에 동참한 우주네 가족도 모자랐다는 후기글을 보고 조금 더 넉넉하게 가져갔지만 여전히 모자랐습니다.

전단지가 떨어지자 인디언님은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습니다.

거기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열심히 시위의 내용을 설명해주고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g.jpg

 h.jpg

인디언님은 육성으로 탈핵 1인시위 내용을 우렁차게 외쳤습니다.

지나가던 청소년이 질문을 하며 자세하게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i.jpg

1인 시위가 끝나갈 무렵 뒷모습도 이쁘고 멋진 한 시민이 다가와 자신도 지지한다면 저희에게 시원한 음료수를 건네주었습니다.

우리의 외침이 누군가와 소통으로 이어질때 그 기쁨은 말할 수 없습니다.

 

작은 몸짓, 낮은 목소리지만 76.5일간의 릴레이 시위가 우리지역에 작은 파동을 만들어 내고,  억압적인 사회질서에 틈새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되리라는 확신을 가져봅니다.

참여하시는 모든 문탁식구들, 함께 동참하도록 이끌어주신 인디언님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댓글 10
  • 2014-09-08 23:34

    잘생겼다, 멍게!!

     

    76.5 비주얼 담당자로서...사진이 좋군요^^

    • 2014-09-10 10:50

      문탁샘도 제 비주얼을 인정해 주시는건가요? ㅎㅎ

      그저 감개가 무량할 뿐입니다^^

       

  • 2014-09-08 23:44

    선뜻 함께 나서주셔서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

    명절 연휴 첫날이지만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좀 있었습니다.

    주로 젊은 층이 많았던 것 같아요

    해바라기 때문에 사람들이 쳐다보길래 그 기회를 틈타

    우리는 주로 외쳤습니다. ㅋㅋㅋ

    - 후쿠시마가 남의 일이 아닙니다

    - 태양력으로 원자력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 핵폐기물 없어지는데 10만년이나 걸립니다

    - 원자력은 값싼 에너지가 아닙니다

    - 핵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관심을 가집시다

    횡단보도에 서 있자니 "위험하니 물러나시기 바랍니다" 라는 멘트가 신호가 바뀔때마다 나오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원자력, 위험하니 물러나시기 바랍니다"라는 구호를 생각하고 웃었더랬습니다. ^^

    무언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소도구, 참 유용합니다.

    그리고 목소리, 생각보다 효과적이었습니다.

    버스정류장에 좌석버스를 타려고 줄서서 기다리는 분들께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뭐지? 하는 표정으로 보지만

    설명을 계속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관심을 보입니다

    그 후에 전단지를 나눠주면 좋을 것 같아요. ^^

    멍게님은

    기발한 아이디어 생각해서

    10월쯤 다시한번 하시기로 하셨죠?

    기대하겠습니다. ㅋㅋ

    함께 해서 아주 좋았어요 ^^

    • 2014-09-10 10:56

      인디언님의 적극적인 시위 표현에 제가 힘을 많이 얻었습니다.

      다음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도 좋지만 무엇보다 육성 시위를 어떤 말로 이어갈건지 준비해야겠어요^^

  • 2014-09-09 07:27

    인디언+멍게 오누이도 수고많으셨습니당^^

    • 2014-09-10 10:58

      ㅎㅎ 감사합니다. 해와 해바라기가 된 오누이 이야기를 만들고 왔습니다^^

  • 2014-09-09 13:48

    명절준비로 바쁘셨을텐데 기꺼이 이어주어서 고맙습니다!!

    • 2014-09-10 11:03

      저야 명절 준비할 것 없이 몸만 이리저리 움직이면 됐지만, 인디언샘은 1인시위가 끝나자 음식 만들러 황급히 가시더군요.^^

  • 2014-09-09 19:49

    하하하..

    같이 문제를 열심히 풀더니.. 정확한 답은 몰라도 된다!

    묻고 답하는 관계가 더 중요하다! 이렇게.. 

    답없는 답의 길을 찾아 떠난 두분.. 어디서 초콜렛을 살 것인가

    살뜰히도 의논하더이다.

    두분, 나가고 나서 휘리릭 둘러보니.. 헉! 퀴즈뽑기가 그대로 책상 위에..

    하하하.. 어차피 답없는 답.. 꼭 퀴즈가 아니어도

    두 분 사이좋게.. 미금역에 오가는 분들과 즐건 시간 보내고 오셨네요!!

    암튼.. 멍게님의 다음 릴레이는 준비된 멋진 퍼포먼스가 있지 않을까 기대됩니다.ㅋㅋ

    • 2014-09-10 11:16

      주차장에서 시위도구를 내리면서 멋적게 머리를 한번 긁고, 판넬을 펴면서 머리를 쥐어 짰습니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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