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서당> 4강 후기_그녀를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도 없었을까

봄날
2017-03-13 09:53
375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도 없었을까


현직 대통령을 파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책속에나 있음직한 떨리는 사건의 현장에 내 삶도 함께 녹아 있다는 것을 이번만큼 깊게 느낀 적은 없다. 파면선고한 다음날, 나비행진에 참여하기 위해 광화문에 나갔다. 불과 일주일 전, 탄핵 인용이 안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감돌았던 광화문과 어제의 그곳은 같은 장소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공기가 달랐다. 이제 무언가를 바꿔볼 수도 있겠다, 뺨위로 번져넘치는 눈물을 인식할 사이도 없이 오열하는 세월호 유가족의 얼굴에도, 비록 눈물이 넘칠지언정 이제 '어쩌면 진실을 알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읽혀졌다. 어쩌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유연황망(流連荒亡)

지난 시간 배운 맹자의 말씀을 인용하면 유연황망(流連荒亡), 바로 군주의 욕심이 부른 결과를 우리가 목도하고 있다. 

"뱃놀이에 물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 돌아오는 것을 잊어 버리는 것을 流라 하고, 물길을 따라 위로 올라가 돌아오기를 잊는 것을 蓮이라 하고, 짐승을 좆아 다니길 만족함이 없는 것을 荒이라 하고 술을 마시기를 싫증내지 않음을 亡이라 합니다."

국가권력을 손에 쥔 자는 기본적으로 거칠 것이 없다. 법이라는 틀 안에서 국가와 국민을 잘 다스린다는 아름다운 국가철학은 정작 그 법을 세운 자를 법 바깥에 있게 함으로써 스스로를 부정하거나 미숙한 것으로 끌어내린다. 오직 권력자가 '알아서' 자중하는 것만이 해답이다. 맹자는 그래서 끊임없이 仁으로서 군주의 본분을 지키라고 말한다. 군주도 인간이므로 뱃놀이에 취해 세상물정 모를 수 있지만 잊지않고 기어이 돌아와야 하고, 사냥질에 한눈을 팔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술독에 빠져 정신없이 헤갈할 수 있어도 결국에는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군주에 빌붙어 사사로운 이익을 얻으려는 무리들로 인해 백성의 삶은 더 고단해지는데 있다. "지금은 군대가 양식을 먹어치우니 꿂주린 자가 더욱 먹을 것이 없고 고단한 자가 더 쉴 새가 없으니 백성들이 서로 눈을 흘기며 원망합니다." 

공직자들은 크고 작은 사고에 전혀 책임을 느끼지 못하고 오직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워질까만을 생각한다. 대통령 주변에는, 사드가 국내에 배치될 경우 그 파장이 어디에 이를지는 관심도 없이 자신의 수중에 떨어질 이득을 셈하는데만 몰두하는 주구들이 넘친다. 그 사이 AI바이러스는 걷잡을 수 없이 공기를 타고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옮겨다니며 인간들을 비웃는다.

군주를 사랑하는 자는

맹자는 군주의 유연황망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군주를 사랑하는 자'라고 말한다.

"경공이 기뻐하여 나라에 명령을 내리고, 교외로 나가 백성을 살피고, 이메 비로소 창고를 열어 먹을 것을 보충했습니다. 태사를 불러 말하기를 나를 위하여 군신이 서로 기뻐하는 음악을 지으라고 하니 치소와 각소가 그것입니다. 그 싯구절이 이르기를 '군주의 욕심을 저지함이 무슨 잘못이랴' 하였으니, 군주의 욕심을 저지한 것은 군주를 사랑한 것입니다."

군주를 사랑한다면 군주의 끝없는 욕심을 막아야 한다. 그럼으로서 군주의 이름을 높이는 것이다. 파면 선고 후 청와대에서 나가 그녀가 어디로 갈지, 언제 갈지, 그녀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눈치를 보는데만 급급했고 누구 한 사람 나서서 어떻게 하는 것이 낫겠다고 이야기한 기색도 없다. 이렇게 된 데에는 그동안 불통으로 일관했던 대통령의 성정 탓도 있다. 그렇더라도 그녀의 횡행을 막아나서는, 그녀를 사랑하는 이가 단 한 사람도 없었단 말인가.

댓글 2
  • 2017-03-13 10:41

    그렇네요. 맹자에게 군주의 욕심을 잠재울 사람은 그를 사랑하는 측근이네요. 

    다른 한편으로는 나의 잘못을 꾸짖어줄 사람이 주변에 있는 지도 돌아볼 일입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2017-03-13 11:10

    4회차 후기 아직 맹자를 잘 몰라

     

    후기를 수업내용이 아닌 하나의 글로 엮으려니 막막하고 아무 생각이 없다. 이제는 정말 후기를 어떻게든 써야한다. 수업 내용도 흐릿해졌다.

     

    1. 『사기에서 맹자의 외부를 보자

    우샘께서는 맹자의 외부를 주시해야 한다고 몇 번씩 강조하셨다. 그러면서 사기를 보라고 하셨다. 특히 <제태공세가><전경중완세가>를 꼭 읽어보라고 하셨다. 이번주에도 맹자는 제선왕과 대화 속에 옛성현의 예를 들어가며 얘기한다. 이들은 공유, 고공단보(태왕), 문왕이다. 이들은 주나라 초의 선왕들(?)이다. 주나라 시조는 후직으로 이름이 이다. 그의 어머니 강원이 들판의 거인 발자국을 보고 마음이 기뻐져 그것을 밟아서 아이가 생겼다. 그 아이를 여기저기에 버려도 짐승까지 보호하니 아이를 데려다가 키웠는데 버리려고 생각했으므로 이름이 인 것이다. 후직의 몇 대 아래 公劉가 있고 몇 대 아래 고공단보(太王)이 있다. 고공단보는 훈육 융적에게 공격을 당하자 백성들을 죽여 가며 군주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사병을 거느리고 기산아래 정착을 한다. 이에 백성들은 모두 따라왔고 그곳에 정착해서 융적의 풍속을 개량하고 성곽과 가옥을 건축하고 읍을 나누어 그들을 살게 했고 五官有司를 설치하였다. 고공단보의 아들이 이고 그가 바로 西伯이고 나중에 문왕이 되신다. 그리고 서백의 아들이 , 즉 무왕이시다. <주본기>를 참조.

     

    2. 3: 交隣國之道, 大勇小勇

    제선왕은 이웃 나라의 사귐에 원칙이 있냐고 묻는다. 이는 覇主를 염두에 두고 한 질문으로 생각된다. 맹자는 以大事小, 대국이 소국을 자식 사랑하듯이 섬겨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는 자가 천리를 즐거워하는 자이고 천하를 보전할 수 있는 자라고 한다. 선왕은 자기에게 을 좋아하는 병폐가 있다고 한다. 싸우고 싶다는 거겠죠?^^; 맹자는 선왕이 얘기하는 小勇이라고 얘기한다. 撫劒疾視(본때를 보여주마)하는 것은 필부의 용이며, 한사람을 상대하는 것이다. 문왕은 한번 노하여 군대를 막으시고 천하의 백성을 편안히 했다.(一怒而安天下之民) 大勇을 가지라. 大勇義理에서 나오는 것이다.

     

    3. 4: 樂以天下 憂以天下

    제선왕이 맹자를 설궁에 불러서 현자도 이런 즐거움이 있냐고 묻는다. 양혜왕 상편 2장과 유사한 상황이다. 양혜왕도 못가에서 기러기, 사슴을 돌아보며 현자도 이것을 즐거워 하냐고 묻는다. 맹자는 또한 與民同樂을 이야기 한다. 백성의 즐거움을 즐기면 백성 또한 군주의 즐거움을 즐기고, 백성의 근심을 근심하면 백성 또한 군주의 근심을 근심합니다. 즐거움을 천하와 함께 나누고 근심을 천하와 함께 나누는 것. 이렇게 하면 왕도정치를 못할 왕이 없다고 한다. (樂民之樂者, 民亦樂其樂; 憂民之憂者, 民亦憂其憂. 樂以天下, 憂以天下, 然而不王者, 未之有也)

    이렇게 하기 위해서 一遊一豫하는 것이 제후의 라고 한다. 제후가 자신의 직분을 다하고(述職) , 가을로 순행해서 백성들의 부족한 바를 살펴보아 보조해 준다. 모두 은혜가 백성들에게 미침이 있어서(恩惠以及民) 제후들이 모두 법을 취해서 감히 태만히 유람함으로써 그 백성들을 해롭게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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