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서당> 1분기 3회 후기

진달래
2017-03-06 02:14
286

맹자의 포부


언젠가 누군가 그랬다. “복도에서 뛰지 마라.”는 표어가 있다는 것은 결국 복도에서 뛰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생긴 거라고. 만약 복도에서 뛰는 아이들이 없다면 그런 표어를 써서 붙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공자가 살았던 시대에 공자가 ()”()”를 강조한 것은 결국 기본적인 가족 관계에서도 소위 윤리라는 것이 없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전쟁의 시대

맹자가 제선왕을 만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는 진()나라의 효공이 상앙을 등용하여 강국으로 발돋움하던 시기이다. ()나라가 나누어진 한(), (), ()는 서로의 세를 과시하기 바빴고, 전씨가 차지한 제()나라는 다시 한 번 제환공의 시대를 열고자 했다. 앞서 보았던 양혜왕의 경우 일평생을 파란만장한 전쟁의 시대를 살았다. 즉위 직후 한나라와 조나라의 공격을 받고 나라가 두 동강이 날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이후 제나라와 진나라가 심심치 않게 쳐들어 왔다.

혜왕 14년에 위나라는 조나라의 수도 한단을 공격하였는데 놀란 조나라가 제나라에게 구원을 요청하자 제나라는 전기와 전영을 장군으로 손빈을 지휘관으로 삼아 위나라를 공격했다. 이 때 위나라는 태자 신을 상장군으로 방연을 장군으로 삼아 제나라 군을 맞아 싸왔는데 마릉에서 대패했다. 방연은 그곳에서 전사하고, 태자 신은 포로로 잡혀갔다. 양혜왕이 죽고 양양왕이 즉위 후 위나라는 진나라의 전투에서 대패하는데 이 때 진나라는 위나라 병사 8만 명의 목을 베었다.

 

무엇이 중한가

서로 칼을 겨누고 빼앗지 않으면 빼앗기는 힘의 시대를 살았던 양혜왕과 제선왕, 한 사람은 패자로 한 사람은 승자로 서로의 입장은 달라도 아마 관심은 같았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나라의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두 사람의 질문은 같다. “내 나라에 이익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하면 제환공이나 진문공과 같이 패자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이 때 백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맹자의 이야기를 통해 보자면 풍년에도 1년 내내 고생만하고, 흉년이라도 들면 굶어 죽지 않을까 걱정해야 했다. 백성들은 굶어 죽어도 왕의 가축들은 배불리 먹었고, 왕의 사냥터에는 온갖 짐승들이 뛰어 놀았다. 먹고 살기 급급한 상황에서는 효, , , 신과 같은 윤리가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왕들은 영토를 넓히기에 급급했고, 이 와중에 백성들 역시 전쟁에 나가 공을 세워서 이러한 어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하지 않았을까? 굶어 죽기나 전쟁에 나가 죽기나 매한가지라면 자신의 운이라도 한 번 시험해보고자 하지 않았을까?

 

함께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 와중에 맹자가 왕들에게 말한다. “인의(仁義)로 다스려야 한다.” “인정(仁政)을 베풀어야 한다.” “백성을 보호해야 한다.” 등등 도대체 왕들이 이게 어떤 의미였는지 알 수는 있었을까? 울며 끌려가는 소도 불쌍하게 여길 줄을 알면서 왜 백성들은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는가? 당신이 북 치고 피리 불며 즐거워하는 동안 백성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아는가? 당신의 사냥터에 풀어둔 짐승들이 백성보다 중요한가? 맹자는 제선왕에게 점잖게 말하지만 그 속뜻은 사실 이렇게 제선왕에게 따지고 있는 것 같다.

맹자의 사상을 흔히 이상적이어서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군주의 턱 밑에서 맹자가 이렇게 백성들의 고충에 대해서 말하고, 이러한 백성들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결국 망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당시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직시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맹자가 살고 싶었던 세상은 어떤 세상이었을까? 맹자는 이익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마땅히 해야 하는 인의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함께 살자고 말은 쉽게 하지만 요즘 우리의 모습을 보면 함께 산다는 것이 그다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누구와 함께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면 맹자처럼 말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보니 인간은 선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모두 선하게 살 수 있고, 군주 역시 인정을 베풀 수 있다고 말하는 맹자의 원대한 포부가 몹시 비장하게 느껴진다. 

 

 

 

댓글 1
  • 2017-03-06 10:16

    "맹자의 사상을 흔히 이상적이어서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군주의 턱 밑에서 맹자가 이렇게 백성들의 고충에 대해서 말하고,

    이러한 백성들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결국 망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당시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직시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직시!

    그리고 그의 말.....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현재 '지금'을 직시하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존 버거의 사계>라는 영화를 봤는데

    제1차 대전을 겪은 '아버지'를 둔 두 인물이 나누는 대화가 기억나네요.

    아버지들은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불편했다.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다고 말하면서 왜 그 경험을 말해 주지 않았을까?

    침묵한다고 없는 일이 되는 것인가?

     '역사의 혀는 자를 수 없다'고 존 버거가 말했다던 부분이지요.

     

    그렇다면 맹자는 확실히 침묵하지 않은 사상가임에 분명합니다.

    그의 침묵하지 않음, 현실 직시!

     

    우리의 현실 직시는 어떻게 행해져야 할까요?

    동학의 후기를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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