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데, 동락이라고라?(이문서당 1회차 후기)

여울아
2017-02-15 18:58
360


2017년 이문서당 맹자가 시작됐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우리의 사부 우응순쌤, 반가운 얼굴들이 속속 도착하니  이제 문탁에도 봄이 온 듯 합니다.


골든보이님과 산새님이 사정상 함께하지 못했네요. 다음 주에는 꼭 함께 하길~



DSC_0750 (1).JPG



맹자의 시대를 훓고, 양혜왕상 3장까지 공부했습니다.


맹자는 기원전 4세기 상앙과 같은 법가와 소진/장의 같은 합종연횡가들과 대결하여, 왕도정치를 유세한 것인데>


12세기 주자는 유학의 도통을 세우면서 묻혀있던 <맹자>를 살려냅니다. 왜 <맹자>였을 까요?


양혜왕장은 왕도정치, 공손추장은 인성론이 중점적으로 다뤄집니다. 이후로는 제자들과의 문답 형식이구요.


오늘 각 장마다의 키워드를 뽑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장 - 인의, 2장 -여민해락, 3장-왕도의 시작(1단계 : 불위농시. 2단계 : 오무지택)




저는 오늘 13~14페이지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원문을 보자면,



文王 이


문왕이


以民力爲臺爲沼 하시나 


백성의 힘으로 영대를 짓고 영소(연못)를 팠으나,


而民歡樂之하여 


백성들이 그것을 즐겁고 기쁘게여겨


 謂其臺曰靈臺 라하고 


그 대를 일러 영대라 하고


 謂其沼曰靈沼 라하여 


그 소를 일러 영소라 하며


 樂其有麋鹿魚鼈 하니 


그(왕)가 사슴과 물고기, 자라가 있음을 (백성이) 즐거워하였다.




문왕이 세상에 온갖 진귀한 전리품들을 자신의 영유(정원)에 두고 즐기는 모습은 여느 왕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는데, 문왕의 백성들은 오히려 문왕이 가진 것을 자신의 가진 것처럼 기뻐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마치 자식이 부모의 일을 자기 일처럼 여기고 진심을 다하는 것과 비유할 정도입니다. 


맹자는 이것을 <與民偕樂(여민해락)>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다 아는 여민동략이 바로 이것입니다.


(여민동락이라는 표현은 양혜왕하장 1장에까지 가야 나옵니다.)




저는 여기서 남과 함께 기뻐한다는 표현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문왕은 성인으로 유명한 왕이니 그렇다쳐도


백성들이 남의 일을 자기 일처럼 하고, 사사로움이 없는 이 상태! 바로 주자가 말하는 공변된 천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주자는 인은 마음의 덕이요, 사랑의 이치로 드러나고 의(義)는 마음의 자와 같아서 일의 마땅함으로 드러난다고 합니다.


문왕이 영유에서 즐기든 말든 백성에게 무슨 이로움(利)이 있을까요? 그럼에도 백성들은  기꺼이 자기 왕을 위해 부역을 마다않습니다.


맹자의 이야기는 너무 먼 이야기 일까요? 어쩌면 상상에서나 가능할 이야기 같지만, 인과 의는 수천년 동안 인간의 삶을 지탱해온 기반이


아닐까 합니다.




<논어> 이인편에는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로움에 밝다고 합니다.


매순간 인과 의를 판단하기로 어둡고, 또한 알아도 어질고 의롭게 살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이 장 마지막 장 주자의 해설을 보면 맹자는 발본색원하여 이로움을 따르는 폐단을 바로잡으려 했다고 합니다.


<맹자>의 원문에서는 천리자연을 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워야지 억지스럽지 않습니다. 문왕이 <대학> 1장에서 수신하여 덕을 밝히니


백성을 새롭게 하였고, 이것이 평천하까지 과정이 자연스러웠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에는 메시아가 필요한 것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요즘 대통령지원자들은 어쩌면 그런 꿈을 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댓글 2
  • 2017-02-16 09:53

    맹자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백성의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한편 부러우며, 한편 현실 가능한가? 라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지금 한국이 이상향과 너무 멀어져서 더더욱 비현실적이란 생각도 듭니다.

    '양생상사'하면 무감하다는데

    양생, 상사의 적절함이 뭔지 헷갈리는 요즘입니다.

    티비 틀었다 하면 워낙 '억, 억' 해대니. 쩝. 

  • 2017-02-16 12:10

    중용 20장을 보면

    或生而知之 或學而知之 或困而知之 及其知之 一也

    或安而行之 或利而行之 或勉强 而行之 及其成功 一也

    知와 行을 나누어 설명하면서

    나면서 부터 아는 자, 배워서 아는 자, 곤란에서 아는 자, 마침내에 이르러서 그 앎은 하나다!

    편안하게 행하는 자, 이로워서 행하는 자, 힘써 노력하여 행하는 자, 마침내에 이르러서 그 행은 하나다!

    .

    여기에도 利가 나오지요^^

     

    소인의 利 / 맹자의 하필왈리의 利 / 주희의 이로움의 폐단의 利 /중용 20장 안이행지의 利

    이 利의 의미는 다 같을까요? 다를까요?

     

    만약 나의 몸이 利가 주어질때에야 움직이는 몸이라면?

    몸은 그런데 '인의'에 움직여야 한다고 계속 강조한다면?

    맹자의 이야기가 지금 나에게 어떻게 들리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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