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5일간의 외침] 33일째

띠우
2014-09-23 16:24
721

1인 시위 33일째의 기록입니다.

여울아님과 저는 이문서당이 쉬는 날이라 사람이 좀 더 많이 있을 시간에 시위를 나가보기로 합니다.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에 맞추어 미금역에 쏟아져 나올 사람들을 생각해 정한 시간입니다.

소심한 저는 누군가 나에게 질문할 때를 대비하여, 핵에 대한 급지식을 얻고자 어제 빌린 한국탈핵을 속독으로 읽습니다.

문탁에 11시에 나가 시위에 필요한 피켓과 거치대 등을 챙깁니다.

유인물을 얼마나 가져갈까 고민하다가 모자라기보다는 남으면 가져오는 게 낫지 싶은 마음에 뭉텅이로 챙깁니다.

image2.jpg

11시 30분에 출발하기로 하고 파지에 잠깐 책을 정리하러 들릅니다.

담쟁이님과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던 바람~님을 발견(참고로 이문서당이 쉬는 화요일이라 바람~님에게도 꿀같은 쉬는 시간)

간만에 생긴 여유를 즐기려던 바람~님은 이후...흐흐흐..

그래도 언제나 밝은 미소~ 저의 표정과 대비되어 올려봅니다.

image.jpg

우리는 처음에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려던 계획을 수정하여 시위 위치에 있는 건물에 주차를 합니다.

다른 분들께도 건물주차장에 바로 주차를 하고 올라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걸어서 이동하는 시간이 훨씬 줄어듭니다.

주차요금은 1시간에 2,000원이고 미금문고에서 책을 산 영수증이 있으면 1시간 무료라고 합니다.

시위 장소의 노점에서 콩을 까고 계시던 아주머니는

이제 문탁인들의 시위에 익숙해졌는지 그 앞에 거치대를 놓아도 별말씀이 없으십니다.

우선 제가 피켓을 들고 여울아님이 유인물을 나누어주시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씩씩하게 도전하는 여울아님, 오늘도 예외가 아니네요...

image3.jpg

사진 찍어주기로 하신 바람~님도 어느새 이쪽저쪽을 오가십니다. 그 모습을 보다보니 속으로 이런 생각이 올라옵니다.

반응없는 사람들에게 유인물 나누어주는 것보다는 초록옷 입고 피켓들고 있는 게 낫구나...

그래도 가만 있기보다 소리를 내야하지 않을까 싶어 일부러 목소리를 내서 인사도 해보고 눈도 마주치지만...

마음속에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소용돌이를 쳐옵니다. 스피노자 생각하면 이것이 새로운 신체로의 변용인건가요.

서 있는 것만 할 수는 없으니 자리를 바꾸어 저도 나누어주기를 시도합니다.

이왕 하는 거, 눈 똑바로 뜨고 목소리도 크게 내보고 적극적으로... 하려고 하지만 이것도 마음과 몸의 비율이 맞지 않아 어색하네요.

눈치채지 못하게 아닌 척 웃습니다. 하하하~~ 계속 웃습니다.

image4.jpg

그 사이에도 계속 신호등은 바뀌고 사방에서 사람들이 오고 갑니다. 오늘은 남자분이 더 많이 받아줍니다.

꽤 많은 분들이 받아주니 기운이 났다가도 서너명이 연거푸 휙 지나쳐 가버리니 기가 죽습니다.

또 한분이 그냥 지나가길래...나도 모르게 ‘무안합니다’..라고 중얼거리니 얼굴을 피하던 여자분이 웃으며 봅니다.

“주세요~~좋은 일인데” 라고 말해주네요. 저의 무안이 그분을 웃게 만드네요. 그렇게라도 한 장 더 드리면 좋습니다.

 

image5.jpgimage6.jpg

image7.jpg

거리는 계속 흘러갑니다. 2시보다는 시원하지만 햇살은 여전히 내리쬐네요.

팔을 번쩍 들어 길 가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피켓을 올려봅니다.

나누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하고 질문 받고 웃어가며 건널목까지 배웅하는 여울아님,

쉬고 싶으셨을텐데 “함께?” 라는 한마디에 정말 함께 나와 길 위에서 사람들에게 말 건네는 바람~님...

좋습니다. 마음속에 기쁨이 따뜻한 온기를 담아 꾸물꾸물거립니다.

우리 너무 즐거운거 아니야?

긍정에너지 소유자 여울아님은 이걸 ‘축제’라고 표현합니다.

삶 속에서 자기의 생각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경험합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즐거움을 주는 삶을 기대합니다. 좀더 자유로운 신체로의 변용, 그것 말입니다.

오늘 33일째 1인 시위는 여울아, 바람~, 띠우가 함께 합니다.

댓글 9
  • 2014-09-23 16:44

    이문서당 동학들의 우정!!

    논어, 맹자, 사기 이런 거 공부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신의'를 아는 사람들이군요^^

    그런데 오늘 여울아 목청으로 미금역이 좀

    시끄럽지 않았을까 걱정이......

  • 2014-09-23 17:12

    암요, 알고 말고요..

    여울아가 얼마나 잘 하는지는 여러 차례 겪어보아서 압니다.

    오늘 나간 세 여인이 빚어내는 하모니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많은 띠우의 머리 속을 오갔을 수많은 상념들까지

    그 아름다움을 구성하는 요소들이군요!!

  • 2014-09-23 18:24

    띠우님, 초록색 옷 잘어울려요. 뚜비같이 귀엽네요. 좀 웃지....

    세 분 그림이 어땠을지 상상이 갑니다^^  애쓰셨어요!

    animate_emoticon%20(48).gif

  • 2014-09-23 19:07

    파지에서 올만에 찾은 여유로운 시간에...띠우가 책 한권을 선물해주더군요^^

    그리고는...잠시후 미금역에 가자고 말을 건네는데...차마 거절할수가!!! ㅋㅋ

    덕분에 맛난 점심도 얻어먹고 시원한 딸기플레치노 얻어마시고~

    노점상에게서 여울아가 사준 포도 두송이까지 얻어서~

    선물을 듬뿍 받은 하루입니다^^

    미금역 늘 하던 장소가 너무 좁아졌어요!

    난데없는 휘장이 있던데 물어보니 2주후에는 없어질거라지만...

    당분간 너무 좁을거 같아요.

    통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판넬을 놓고 왔다갔다 하느라 좀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신목수님 덕분에 안전빵인 판넬거치대!!! 정말 좋았어요~

    두분 덕분에 의미있는! 쉬는 시간! 보냈어요~ 감사~

  • 2014-09-24 08:00

    으흐흐.. 사온 포도송이가 굵고 맛났어요. 

    띠우님이 사준 오다리 라면집도 맛났구요.

    우리 또 같이 해요~

    주변 상인들이나 오가는 사람들이 76일후

    그 사람들 이제 안오나 기다리게 만들어 봐요, 우리~

  • 2014-09-24 09:13

    달콤한 이문서당의 방학이 이렇게

    여물었네요. 다들 예뻐요.

    우리 다 예쁜데 찍사들 제발 바스트샷으로 찍어줘요!

    나중에 우리의 행위를 작품으로 만들어야죠. ㅎㅎ

    북앤톡 끝나고 시위사진 찍으러 다녀야겠어요^^

  • 2014-09-24 13:30

    콩세알님이 맘껏 시위사진 찍으러 다닐 수 있도록

    담주 월요일 29일 저녁 7시 반

    <니체> 북앤톡에 많이 와주세요!!

    눈총 받으며 홍보합니당^^

  • 2014-09-24 19:06

    "무안합니다"ㅋㅋ 

    띠우가 앞에 있는듯 표정이 서언합니다

    정말 다들 예쁘네요^^ 꽃보다 청춘은 그대들에게 어울리는 말인듯....

    수고했어요!!!

  • 2014-09-27 12:50

    와우.... 이문서당이닷!

    그러면서 읽어나가다... '무안합니다'에서 빵터짐.

    띠우의 표정과 말소리까지 본듯, 들리는 듯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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